한국이 탈레반 인정한 것처럼 선전에 외교부 ‘난감’
한국이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 텔레반 정권의 인사가 카타르 주재 한국대사관의 국경일 행사에 공식 초청받아 참석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텔레반 정권이 수립되기 전인 지난해 초청 명단을 갱신하지 않고 그대로 발송해 생긴 행정적 실수라고 해명했다.
아프간 국영 바크타르통신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모하마드 나임 주카타르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이 사용하는 아프간 국호) 대사 대리가 주카타르 대한민국 대사관의 공식 초청을 받아 18일 한국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카타르 정부의 묵인 하에 올해 5월부터 카타르 주재 아프가니스탄 건물과 차량을 점유한 채 탈레반 정치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마드 나임 대사 대리는 카타르 주재 탈레반 정치사무소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다.
외교부는 탈레반 인사가 카타르 주재 한국 대사관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행정적 착오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청명단을 기준으로 다른 나라 대사관에 일괄 초청장을 발송했는데 여기에 아프간 대사관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 정부로 인정한 바 없다”면서 “우리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신정부가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며 테러리즘의 피난처를 불허하는 한, 함께 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 탈레반은 1996∼2001년 아프간을 점령 통치했으나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다가 미국의 공격을 받아 정권을 잃은 뒤 지난해 8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다시 집권했다. 국제사회는 텔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도 지난해 탈레반 재집권 이후에 현지 대사관을 폐쇄하고 카타르 임시사무소로 이전했다.
정부는 이번 일이 단순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탈레반 정권이 한국 대사관 행사에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는 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며 마치 한국이 탈레반 정권을 정식으로 인정한 것처럼 정치적 선전에 이용하는 것에 난감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