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일관계 제로섬 아니다”, 기시다 “한국 자체 배상안, 높이 평가”

유정인·도쿄 | 유설희 기자

과거사 제쳐놓고 “양국 새 시대” 미래만 강조

<b>공동 기자회견</b>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동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구상권 청구는 상정 안 해” 다시 한번 선 그어
두 정상, 북 ICBM 발사 언급하며 안보 협력 가속화 공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16일 정상회담 결과는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 과거사를 덮고 안보·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관계 경색 국면을 푼 것으로 요약된다.

일본 논리를 대거 수용한 정부의 강제징용 ‘자체 배상안’ 발표 10일 만에 양국 정상이 “한·일 협력 새 시대”(윤 대통령), “일·한관계의 새로운 장”(기시다 총리)을 말하며 손을 맞잡았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두고 일본 측의 사과와 배상 참여 등 진전된 입장은 없었다. 종료 유예 상태이던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완전 정상화하고 경제안보대화를 출범하기로 했다. 경제 분야에선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풀었지만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배제 조치는 추후 과제로 남겼다.

양자 회담으로는 12년 만에 이뤄진 한국 대통령 방일 정상회담에서는 시종일관 ‘미래’와 ‘협력 강화’ 등 관계 개선 목소리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회담 뒤 공동 회견에서 “이번 회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됐다”며 협력 강화를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1965년 국교 정상화 관계 이후 한·일관계를 앞으로 더욱더 발전시켜나가도록 함께 의견을 모았다”면서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한·일관계의 매우 큰 발자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승자독식) 관계가 아니다”라면서 “(양국 교류가 활성화하면) 우리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공동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두 정상은 2011년 12월 이후 중단됐던 정상 간 셔틀외교 재개에 합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일·한 정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빈번하게 방문하는 셔틀외교 재개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일본 측의 명확한 사과, 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 등 진전된 입장은 없었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자체 배상안’을 두고 “일본 정부로서 그 조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 높이 평가한다”면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했던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한 역사인식과 관련해 역대 내각의 인식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계승해나갈 것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일본 피고기업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정부의 (한·일) 협정 해석과 다른 내용”이라며 “구상권 행사는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만든 재단이 민간 재원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한 뒤 일본 피고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에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역대 일본 정부가 50여 차례 사과한 바 있는데 그 사과를 한 번 더 받는 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역사인식 계승’에 사과의 의미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날 양국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이날 정상회담에 맞춰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 창설을 발표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공동 사업 등에 초점을 둔 것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는 차이가 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라 “한·미·일, 한·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날 오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을 공통적으로 언급하며 안보 협력 가속화 행보를 지속했다.

안보 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한국이 종료 유예했던 지소미아는 완전 정상화하기로 했다. 지소미아는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 체계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조건부 종료 유예를 선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면서 “북핵, 미사일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단 상태였던 한·일 안보대화 등 양국 대화체계를 조속히 재개한다는 데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외교·경제 당국 간 전략 대화 등 협의체를 조속히 복원하기로 했다”며 “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와 함께 “고위급 한·중·일 대화 프로세스도 조속히 다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했다. 이와 함께 경제 안보와 관련해 한·일 간 경제안보협의 발족을 언급했다.

경제 분야 핵심 이슈로 꼽혔던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는 해제키로 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고,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국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이 해체된 이후 일본은 경제보복 차원에서 2018년부터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해 왔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소위 ‘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대해서도 조속한 원상회복을 위해 긴밀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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