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우리 외교, 상황 논리에 따른 수동적 대처에 너무 익숙”

박은경 기자

22일 ‘재외공관장 회의’ 개회사

대사, 총영사 등 재외공관장 181명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2024년 재외 공관장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2024년 재외 공관장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해외 각국에 주재하는 우리나라 대사들이 1년간의 외교 과제 이행상황 등을 점검하는 ‘재외공관장 회의’가 22일 서울에서 개막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전체 회의 개회사에서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남북관계와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우리에게 주어진 지정학적 환경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그때그때 상황 논리에 따라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너무 익숙해 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그런 자세로 외교 정책과 현안을 다루기에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정학적 위기가 너무 복합적이고, 우리의 국력과 위상,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너무 커졌다”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국익을 수호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에 이바지하는 것과 관련해 “어려운 결단과 책임이 따른다”라며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의 좌표를 고민하고 중지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주요국과의 외교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과는 “캠프데이비드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여서 한·미·일 협력을 속도감 있게 제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고,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양국 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관계가 얼어붙은 중국과는 “가까운 장래에 개최될 한·일·중 정상회의가 양국 관계 발전을 추동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러 관계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기본적 제약 요소가 있지만, 최대한 전략적으로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이 올해부터 2년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수임하고 있다. 조 장관은 최근 한국이 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을 권고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은 한국을 비롯해 이 결의안에 찬성한 국가 대사들을 초치해 항의하겠다며 반발한 바 있다.

재외공관장 회의는 ‘지정학적 전환기의 우리 외교 전략’을 주제로 26일까지 열린다. 회의 기간 공관장들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심화와 북핵 위협 노골화,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전환기 속 외교 전략을 모색하고, 외교부가 올해 중점 과제로 추진하는 ‘튼튼한 안보 외교’, ‘다가가는 경제·민생 외교’, ‘글로벌 중추 국가 다자외교’ 실행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는 대사, 총영사, 분관장 등 재외공관장 181명이 참석했다. 최근 직원 ‘갑질’ 논란으로 내부 감사를 받는 정재호 주중대사도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개회식에 참석했다. 이스라엘, 이란, 레바논 주재 대사와 주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장은 현지 정세 문제로, 주유엔 대사는 건강상 사유 등으로 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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