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인물탐구

(5) 화법 - 문재인

김진우 기자

유창하지 않은 대신 되레 진솔·신뢰감

선동형 아닌 설득형 ‘감동 부족’ 지적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달변과는 거리가 멀다. 미사여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거나 어조(語調)와 리듬감을 살려 감성에 호소하는 화법은 아니다. 거침없는 직설화법이나 세차게 몰아치는 ‘인파이터’ 화법과도 다르다. 오히려 눌변에 가깝다. 스스로도 “말을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열정적으로 웅변하고 제 주장을 펼치는 재주는 없다”(<문재인이 드립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세련된 말솜씨가 아니라 진솔함이 더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다.

문 후보의 대학 동기인 박종환 전 경찰종합학교장의 회고다. “대학 시절 총학생회장이 불참하는 바람에 총무부장이던 문 후보가 시위를 이끌게 됐다. 화려한 수식어도 없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언어적 현란함과도 거리가 있었지만 진정성이 우러나는 연설을 했다. 그날 시위에 무려 4000여명의 학생이 동참했다. 당시로서는 경희대 사상 가장 많은 시위대였다.”

문 후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핵심을 찔러 묻는 ‘차분한 문제제기형 화법’을 구사한다는 평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격형 화법에 능한 ‘열정적인 선동형’이라면 문 후보는 ‘방어형 화법’에 익숙하다”고 분석했다. 조목조목 문제점을 따지고 차분하게 대안을 내놓는 논리적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대선 후보 인물탐구](5) 화법 - 문재인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저서 <메라비언 법칙>에서 800여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요 인물들의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설문한 결과, 문 후보는 ‘지적임’ ‘부드러움’ ‘치밀함’ 순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숫자 등 ‘팩트(사실)’에 강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다만 ‘여의도 정치’ 입문이 1년밖에 안되다 보니 기존 정치인처럼 웅변식 연설은 어색하다. 현장에서 청중 호응을 이끌어내는 화법이 부족하다 보니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소수를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 등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쌍방향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듣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문 후보는 중저음 목소리에 차분한 말투다. 신뢰감을 준다는 평이다. 반백의 머리와 미소가 어울려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스타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경상도 사투리가 심하고, 발음이 조금씩 새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어’ 모음을 ‘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고, ‘쌍용차’를 ‘상용차’로, ‘계획’을 ‘게헥’으로 발음한다. ‘인제’(이제)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한다. “청와대 재직 시 격무로 치아가 10개나 빠져 임플란트를 한 탓에 발음이 부정확하다. 또박또박 끊어서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게 문 후보 측 설명이다. 실제 문 후보가 당내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TV토론과 지역순회 경선을 거듭하면서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상도 사투리가 투박하면서도 구수한 느낌을 주면서 서민층을 자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제스처는 거의 없는 편이다. 가끔씩 손을 들거나 내리치는 동작을 가미하는 수준이다. 다만 표정이나 눈빛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을 잘 활용한다는 평가다.

[대선 후보 인물탐구](5) 화법 - 문재인

허은아 소장은 “기쁠 때, 슬플 때, 심각할 때, 진지할 때가 확연히 구분될 만큼 표정이 다양하다”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다양한 표정과 함께 다정다감하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문재인식 소통방식은 대중으로부터 편안함을 이끌어낸다”고 평했다.

문 후보는 최근 두 번의 TV토론을 거쳤다. 지난달 21일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TV토론과 지난 4일 새누리당 박근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의 대선 후보 TV토론이었다. 두 TV토론에서 문 후보는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와의 양자 토론에서는 “시종 여유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공세적 자세”(최진 소장)를 취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손동작을 크게 하는 등 제스처도 역동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 토론에서는 박·이 두 후보의 공방 속에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안 후보와의 토론 때를 의식한 나머지 “너무 절제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상대방의 질문에 딴소리하지 않고 묻는 바에 ‘직구’로 답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참여정부의 부족함에 대한 성찰”을 말하는 등 잘못한 부분을 솔직하게 시인했다.

국어단체연합 등이 지난 10월8일 각 후보의 대선 출마선언문과 방송연설 등 공개연설을 평가한 결과, 문 후보는 단어를 부정확하게 사용하고 중요한 부분을 생략해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국민과 소통하려는 기본 자질은 갖고 있다는 평가다. ‘나의 어려움을 함께 걱정해주는 정부라고 생각하십니까’ 등 자기 주장에 대해 대중에게 묻는 방법으로 소통하는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나라’(36번)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이어 우리(27번), 일자리(21번), 성장(19번), 복지(18번) 순이었다. “보통사람들이 주인인 우리나라” 등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언급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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