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성인지 예산’ 떼서 북핵 막는다?…번지수 잘못 짚은 윤석열

이유진 기자

유세 중 발언 ‘몰이해’ 지적

별도 편성 예산 항목 아니라

성평등 효과 사업을 묶는 틀

여가부가 주관 부처도 아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 북포항우체국 앞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정부가 뭐, 성인지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돈이면 그중에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습니다.”

윤 후보가 언급한 ‘성인지감수성 예산’은 성인지 예산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성인지 예산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편찬한 ‘2021 성인지 예산서 작성 매뉴얼’을 보면 성인지 예산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해 편성에 반영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수혜받았는지 평가해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하는 제도’를 뜻한다. ‘성인지 예산’이라는 별도 예산 항목이 있는 게 아니다. 성평등 효과가 있다고 보는 사업을 ‘성인지 예산’이라는 틀로 묶어 분류하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여성가족부가 성인지 예산으로 국방부 예산과 비슷한 35조원을 쓴다”는 주장을 펼치며 시작됐다. 이 같은 주장은 대선 국면에서 여가부 폐지론과 맞물려 꾸준히 유포됐다.

여가부는 성인지 예산 주관 부처가 아니다. 각 부처 성인지 예산을 취합해 총괄하는 건 기획재정부다. 여가부는 성인지 사업 기준을 정하는 ‘성인지예산협의회’에 위원으로 참여한다. 성인지 예산 규모가 30조원이 넘는 것은 모든 정부 부처 관련 사업을 취합한 결과이다. 2021년 성인지 예산 35조원 중 가장 많은 액수를 차지한 부처는 보건복지부(11조4000억원)다. 중소벤처기업부(9조4000억원), 고용노동부(6조6000억원), 국토교통부(4조6000억)가 뒤를 이었고, 여가부의 성인지 예산은 8800억원에 그쳤다.

여성 대상 사업만 성인지 사업으로 분류되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행정안전부의 ‘민방위 교육훈련 및 시설장비 확충’ 사업이다. 행안부는 이 사업 예산 87억원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했다. 전체 민방위 대원 약 359만명 중 여성 지원자는 1.2%에 불과해 여성을 위한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행안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도 성인지 예산에 포함된다.

윤 후보가 가짜뉴스에 편승해 여성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성인지 예산 문제는 한때 페미니즘·여가부 공격 레퍼토리로 유행했지만, 너무 말이 안 돼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날조는 자제하자’는 분위기인데 그걸 무려 대선 후보가? 뭐가 뭔지 몰랐어도 문제, 알면서도 선거에 이용했다면 당연히 문제”라고 썼다.

윤 후보 측은 “성인지 예산과 부처 예산을 혼돈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후보 측은 “성인지 예산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주먹구구식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도록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국방 등 필요한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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