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의 자충수가 ‘천하람 돌풍’ 낳았다

정용인 기자

2월 중순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서 지지율 1위 오르기도

국민의힘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월 1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월 1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

[주간경향] “천 위원장, 이번에 당대표 나가면 용 되는 거 알지?” 1월 31일,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위원장·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후보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인은 이준석 전 대표. 천 후보가 전화를 받자 다짜고짜 꺼낸 말이다.

이날 오전, 유승민 전 의원이 전격적으로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다. 천 후보는 방송 인터뷰에서 “텔레파시가 통한 듯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했으면 출마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시사 관련 프로그램에서 보수패널로 같이한 적 있는 장성철 전 소장에게 ‘나경원·유승민 두 분이 다 안 나오면 내가 도전하면 어떨까’라고 상의한 바 있었다. 반신반의였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라고 했는데 그런 일이 생기더라고요.”

이 전 대표의 “용 되는 것 알지?”라는 질문에 그는 “알고 있고 출마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김용태 후보에게 전화로 ‘내가 당대표 나가도 괜찮겠냐, 내가 나간다면 사실상 나와 러닝메이트를 뛰게 되는 건데 괜찮겠냐’고 운을 띄운 참이었다.

이 전 대표와 통화에서 그는 ‘가족의 동의’를 전제조건으로 걸었다. 천 후보는 방송 인터뷰(KBS <사사건건 플러스>·2월 9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와이프 입장에서는 속 터질 일이죠. 잘 나가다가 몇 년에 한 번씩 이렇게 큰일을 벌이니까…. 사실 가족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겁니다. 원래는 조금 걱정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와이프는 제가 너무 나대는 것 아니냐, 설레발치는 것이 아니냐고 그랬는데 막상 출마 선언을 하고 나서 알던 분들이 와이프에게 ‘너무 잘했다’는 응원 메시지를 많이 보냈어요. 지금은 마음이 많이 풀어진 상황입니다.”

가족은 순천에 함께 거주하고 있는 부인 서민정씨와 아들 지담군, 그리고 장인·장모다.

대구 출신인 그는 2020년 총선 때 순천곡성광양구례갑 선거에 출마했다. 받은 표는 4058표. 3%로 낙선이다. 순천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이다. 선거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순천에 갑자기 내려와 모텔에서 장기투숙했다. 낙선 후 인터뷰에서 “이왕 평생 정치를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좀 상징적인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향도 대구에다 외모도 기득권처럼 생겼고 변호사’라는 타이틀은 국민의힘에서 흔해 빠진 남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세 때 그는 “혹시 낙선하더라도 순천에서 살겠다”고 수도 없이 약속했다.

선거가 끝난 여름 서울의 전셋집을 빼고 순천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이건개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주원의 순천분원이다. 부인 서민정 변호사도 분원 변호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인 서씨는 박근혜 정부 때 이석수 특별감찰관실에서 감찰담당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서씨와 천 후보는 변시 1기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동기다. 고대 법대와 법학전문대학원을 ‘최우등 졸업’했다고 프로필에서 밝히고 있는 천 후보는 법전원 재학시절 자치조직인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했다. 천 후보는 법전원 제1대 학생회 ‘도움닫기’의 회장이었고, 부인 서민정씨는 2대 학생회 ‘동행365’의 회장이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천하람 후보는 전남 순천곡성광영구례갑 지역구에 도전했지만 3%의 지지율로 낙선했다. 사진은 천하람 후보가 개인 페이스북에 게재한 당시 선거운동 모습 / 천하람 페이스북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천하람 후보는 전남 순천곡성광영구례갑 지역구에 도전했지만 3%의 지지율로 낙선했다. 사진은 천하람 후보가 개인 페이스북에 게재한 당시 선거운동 모습 / 천하람 페이스북

돌풍 주인공 천하람은 누구

앞서 말한 “몇 년에 한 번씩 큰일을 벌인다”는 바로 직전의 큰일은 순천 출마와 이사·변호사 사무실 개업이었다. 그에 앞선 사건은 30~40대 직장인,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의사 등 전문직군 종사자들이 주축이 돼 중도보수 성격의 청년정당을 창당하려는 시도였다.

당시 그는 ‘젊은보수’라는 중도보수 정당을 이끌고 있었다. 이 정당 앞에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개인의 자율과 행복을 추구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2019년 10월 10여명이 모인 단톡방이 출발점이었고, 약 200명의 적극지지층을 확보한 청년정당이었다.

그리고 합종연횡. 기자는 2020년 총선을 앞둔 1월과 2월, 청년정당들의 통합 움직임을 취재한 적이 있다. 시대전환이나 미래당, 브랜드뉴파티 등이 이 논의테이블에 참여하는 중도·진보성향이었다면 김재섭 대표의 같이오름, 천하람 대표의 젊은보수는 중도·보수 성향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통합청년정당을 만들려는 흐름은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성적표를 보면 논의테이블에 참여해 그나마 성공한 것은 시대전환이었다. 민주당 성향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해 1석(조정훈)을 건졌다.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간 브랜드뉴파티의 조성은은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아 나중에 고발사주 사건 폭로의 중심인물이 된다. 김재섭은 서울 도봉갑에 출마해 40.49%를 얻지만 3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인재근에게 무릎을 꿇었다. 천하람은? 인천 연수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천받지 못하고 홀홀 단신 전남 순천으로 가 3% 지지율로 낙선했다.

천 후보에게 최근 상황은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유튜브와 종편·지상파를 가리지 않고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며 전국구로 얼굴을 알렸다. 설혹 당대표 경선에서 미끄러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 후보로선 험지를 택한 이상, 지역위원장에서 잘릴 일은 없다(그러나 천하람 돌풍 후 분위기가 심상찮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차출론 등을 동원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역린을 건드린 천 후보에겐 전남 순천 공천을 안 줄 것’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어려운 선거 아니겠는가.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야 결선에 갈 것이고, 결선에 가면 이긴다고 본다.”

책임당원 모임 국민의힘바로세우기모임(국바세)을 이끌고 있는 신인규 변호사의 말이다. ‘천하람 돌풍이 남은 당대표 경선 기간에도 지속될까’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전국 지부를 갖추고 있는 국바세 구성원은 5000여명. 전체 회원이 당원은 아니지만 80~90%는 당원이다. 천 후보가 세(勢)를 모을 수 있다면 최대거점이 되는 조직이 국바세다.

신 변호사는 국민의힘 당 경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윤심(尹心)’ 논란을 두고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처음으로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 출마를 봉쇄하기 위한 당원투표 개정에 이어 나경원 찍어내기, 그리고 연일 계속되는 안철수 후보에 대한 대통령실과 이른바 ‘윤핵관’ 측의 파상공격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김기현 후보가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정부가 위험해진다고 하는 게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나오는 말인지 모르겠다. 헌법 법률을 지키면서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탄핵 이야기가 나오겠나. 대통령이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을 지켜 운영을 잘하면 지지율이 떨어질 리 없다. 이상한 논리인 것이 헌법과 법률은 지키면 되고 탄핵은 걱정할 짓을 안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탄핵 이야기를 꺼냈을까.

“우리 당 지지자의 과거 상처를 후벼파거나 소환해 불안감을 발동시키려는 것이다. 정상 정치로 이끌 생각을 안 하고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것이다. 우리가 윤핵관에 비판적인 것은 싫어서가 아니다. 자기 뜻으로 획일화하려고 여론이나 민심을 조작하려고 해서다.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천 후보는 ‘대통령 공천 불개입’(왼쪽)과 ‘공천 자격 고사 의무화’가 적힌 두가지 비책을 공개했다. / 국회사진기자단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천 후보는 ‘대통령 공천 불개입’(왼쪽)과 ‘공천 자격 고사 의무화’가 적힌 두가지 비책을 공개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번 국민의힘 경선은 ‘조직’ 대 ‘바람’ 싸움

정말 그런 걸까. 윤석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윤핵관은 ‘천하람 돌풍’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괘씸할 것이다. 한마디로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이준석 묻은 놈이다. 다시 말해 이준석 패거리가 치고 나온 것이다. 괘씸하다는 건 그동안 스타일을 너무 구기다 보니 차마 천하람 저격까지 하면 체통이 없으니 그냥 속만 끓이고 있을 것이다.”

정치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공희준 작가의 말이다. 공 작가는 천하람의 도전이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전망이나 예측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확정된 선거인단 83만명 중 ‘오더’로 움직일 수 있는 표는 20만 남짓이다. 결국 ‘오더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냐 하지 않냐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투표율이 높아지면 돌풍이 이어지고 사그라들면 찻잔 속의 태풍이 되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특성은 한번 바람이 불면 걷잡을 수 없게 분다는 것이다. 당원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중요한 것은 이길 것 같은 분위기가 결국 승리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수혜자가 안철수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김기현이나 안철수는 표가 제한돼 있다. 김기현은 조직표, 안철수는 과거 대권주자로서 개인적 지지표다. 이외에는 뚜렷한 표가 없다. 정치개혁을 말하고 확장성이 있는 후보는 천하람밖에 없다. 결국 ‘조직’ 대 ‘바람’의 싸움으로 가게 되면 안철수는 샌드위치가 돼 3등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기존의 양강구도에서 안철수 대신 천하람이 올라오는 양강구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천 후보에게 그 바람을 일으켜낼 수 있는 저력이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이지만 안철수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 공 작가의 시각이다.

“…말하자면 친윤계의 자충수가 천하람을 낳았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천하람 돌풍이 아직 태풍급은 아니라고 했다. ‘친윤’이 이른바 윤심으로 낙점받은 후보를 뽑기 위해 경선룰까지 도입해 유승민 배제·나경원 찍어내기 과정을 거치면서 천하람이 어부지리로 뜨게 됐다고 봤다. 그는 ‘당원 100%에 모바일투표’라는 상황에도 역시 조직표가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촌 동네 노인들이 아무리 유튜브만 보더라도 모바일 투표엔 익숙할 수 없다. 선거 때 조직에서 이 노인들을 다 불러놓고 휴대전화를 꺼내게 한 뒤 특정인을 찍은 다음 이 사람에게 투표하면 됩니다, 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말하자면 신종조직선거인 셈인데 과거 60세 이상, 지금 70세 이상 당원들이 많은 지역은 이른바 윤심을 업은 김기현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는 설령 결선에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캐스팅보트로서 천하람 지지세력의 역할은 유효할 것이라 전망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가 세게 나온다. 그렇게 내쳤는데도 저 정도 지지율이 나오는 걸 보면 세게 나온다고 봐야 한다. 김기현이 과반을 못 하면 결국 3위를 하게 될 천하람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텐데 김기현 쪽으로 갈 리가 없다. 그나마 전략적 연대 가능성은 안철수에게 열려 있다. 천하람을 지지한 젊은층도 김기현에게는 안 간다.”

천하람, 안철수, 김기현 국민의힘 예비경선 통과자들(왼쪽부터)이 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천하람, 안철수, 김기현 국민의힘 예비경선 통과자들(왼쪽부터)이 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안철수 vs 김기현? 천하람 손잡을 대상은

2월 15일 첫 TV토론회에서 안철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번에 당대표가 되면 총선까지 지휘하고 그 이후에는 당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안철수 입장에서는 투표권을 쥔 당원들에게 사심 없이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지만 반대편의 시각은 다르다. 박신용철 위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총선 때까지만 하겠다는 것은 총선 승리하면 자기는 대선으로 가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겠다는 안철수를 윤석열이 가만둘까.”

만에 하나 안철수가 당대표가 된다면 윤석열발 신당 창당이 바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도 “국민의힘 경선은 결국 결선투표로 갈 것이며 김기현 후보가 3등, 4등 후보와 합종연횡을 통해 승리연합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안철수에게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천하람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국민의힘을 친윤정당, 윤석열당으로 만들지 못하면 실패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개입하는 것이다. 친윤당이 아니면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니까. 집권당 공천권을 갖지 못하는 대통령은 무기력한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분당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식물 대통령이 되기 싫으니 신당을 만들어 권력을 되찾으려 할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여론의 흐름이다. 폴리뉴스·경남연합일보 의뢰로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2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중 국민의힘 책임당원이라고 응답한 474명 중 김기현 후보는 43.0%, 안철수 후보는 20.5%, 천하람 후보는 17.5%, 황교안 13.5%였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4.5%포인트이므로 김기현이 받은 당원 지지는 오차범위 밖이지만 2위 안 후보와 3위 천 후보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다. 이 조사를 국민의힘 지지층(1246명)으로 넓히면 순위와 점유비율은 오차범위를 넘겨 유지된다(김기현 후보 41.2%, 안철수 24.6, 천하람 13.4%, 황교안 12.6%, 오차범위 ±2.6%p).

그런데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오차범위 내지만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천하람이 1등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전국거주 18세 이상 남녀 3003명 대상 여론조사, 천하람 24.1%, 안철수 23.5% 김기현 22.1%, 황교안 8.1%, 무선전화 100% RDD, 응답률 3.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1.8%p).

전체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서 안철수·천하람의 이변이 확인된 것은 이전 조사에서도 있었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2월 4일과 6일 사이에 국민의힘 지지층 52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35.5%로 1위를 차지했다. 김기현 후보는 31.2%를 기록해 2위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등록 막판 출마 선언을 한 천하람 후보도 10.9%의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의 전체 국민(1246명)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는 29.7%로 1위였다.

특이한 것은 김 후보와 천 후보가 전체 국민 대상 조사에서 17.7%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유선전화면접 10%·무선ARS 90% 병행방식, 응답률 3.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8%p). 국민의힘 당심이나 민심에서 천하람 돌풍은 ‘실체’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결정한 나경원 전 의원이 2월 7일 당대표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와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회동을 가진 후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결정한 나경원 전 의원이 2월 7일 당대표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와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회동을 가진 후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브레이크 없는 질주” 윤 정부 위험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판세는 윤심을 업은 김기현에게 조금 더 기울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우리 조사 마지막 날에 이른바 ‘윤안연대’에 대한 대통령실의 역공이 나왔다. 문제는 안철수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안철수 대세 기류가 한번 꺾였다. 그 분위기를 타고 바로 나경원이 지지 선언을 해버렸다. 당대표 경선에서 4자 컷오프가 된 후 후보들에게 번호를 줬다. 당대표 경선에 나온 후보들은 당원 지지율이 어떻게 나온다는 걸 안다. 눈치 빠른 조경태가 달라붙었고, 윤상현도 달라붙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책임당원 지지율 조사 결과도 다 봤다는 것이다. 물론 조사에 허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쪽 사람들(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참여자들)은 분위기를 꽤 읽었다고 봐야 한다. 아마도 내가 볼 때는 전체적인 판단은 김기현에게 더 기울었다고 본다.”

하지만 설혹 김기현 당대표 체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의 앞길이 유리한 상황은 아닐 거라고 홍 소장은 진단했다.

“3월 8일 이후엔 여러 여론조사의 기조가 ‘다음 총선에는 누구 찍을래요’로 바뀐다.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면 민주당이 역으로 수도권을 쓸어버린다. 선거 후엔 (천하람을 낸) 이준석 측만 밟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유승민·안철수도 잘근잘근 밟아줘야 하는데 그런 힘이 나올까. 문제는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결정되는 3·8 전대 이후에 민주당 쪽을 발목 잡고 있는 이재명 사법리스크도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다는 점이다. 지금으로서는 합리적 예측이 쉽지 않지만 국민의힘엔 매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는 역설적으로 지금 ‘천하람 돌풍’으로 표출되는 반란기류의 책임도 윤석열 자신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브레이크 없는 윤심의 질주다. (윤석열 정권으로선) 사고를 안 일으키면 다행이다. 지금 너무 과속하고 있다. 당대표 선거까지 아직 2주 이상 남았지만 1주일 상간에 사건이 터질 수도, 안 터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설사 김기현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가더라도 선거 1주일 전까지 예측불허의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 책임당원 선거인단 선거에서 천하람의 득표는 실제 여론조사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 관건은 윤석열 정권이 이후 보일 행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천하람 돌풍은 결국 윤석열 정권 자신이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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