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창녕군, 잇따른 군수 리스크에 보궐선거 앞두고 민심 흉흉

김정훈 기자

경남 창녕군, 10개월 만에 군수 재·보궐 선거 실시

군수 후보자들 7명 중 6명 범죄 경력에 선거 보이콧 움직임도

21일 경남 창녕군 이방면 ‘산토끼노래동산’에 설치된 ‘4·5’를 상징하는 포토존.  김정훈 기자

21일 경남 창녕군 이방면 ‘산토끼노래동산’에 설치된 ‘4·5’를 상징하는 포토존. 김정훈 기자

오는 4월 5일 재·보궐선거에서 유일하게 단체장을 뽑는 경남 창녕군의 민심이 흉흉하다. 민선 이후 창녕군수 6명 중 3명이 범죄에 연루돼 임기를 다하지 못한데다가 10개월 만에 군수를 다시 뽑는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후보 7명 중 6명이 범죄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군민들은 투표 자체를 꺼리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창녕군 이방면 명소인 ‘산토끼노래동산’에는 현재 선거관리위원회가 공명선거를 위해 설치해 놓은 ‘4·5’를 상징하는 포토존이 있다. 21일 노래동산을 찾은 시민들은 포토존이 무색하게 그냥 지나쳤다. 인근 마을주민 하모씨(60대)는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는 현실에 창녕군민이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모씨(60대)는 “투표는 해야 하는데 누가 될런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21일 경남 창녕군 창녕읍에 있는 창녕군청이 한산하다.  김정훈 기자

21일 경남 창녕군 창녕읍에 있는 창녕군청이 한산하다. 김정훈 기자

창녕군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김부영 전 군수가 첫 공판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다음달 보궐선거를 한다. 김 전 군수는 공직선거법 위반(선거인 매수) 혐의로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 군수는 결백을 주장하는 유서를 남겼다. 법원은 지난 1월 10일 ‘공소 기각’ 결정을 하면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관련자들의 재판은 진행되고 있다.

창녕군은 민선 들어 김부영 전 군수를 포함해 3명의 군수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후 2022년 7월 민선 8기 출범까지 6명이 창녕군수를 거쳤다. 김종규 군수(3~4대)는 2006년 7월 뇌물수수 혐의로 군수직을 상실했고, 하종근 군수(4대)는 2007년 10월 뇌물수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던 도중 군수직을 자진사퇴했다. 이에 2006년 5·31 지방선거 후 2007년 12월까지 불과 1년 6개월 사이에 군수 선거를 세 차례나 치러야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월 보궐선거의 책임을 물어 창녕군수 후보를 무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6·17일 후보자 등록 결과 더불어민주당 1명, 무소속 6명 등 모두 7명이 출마했다. 민주당은 성기욱 전 창녕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무소속은 하종근 전 창녕군수, 성낙인 전 경남도의원, 배효문 지제이랜드개발 대표이사, 박상제 전 경남도의원, 하강돈 전 창녕군청 공무원, 한정우 전 창녕군수가 후보 등록을 마쳤다.

출마자 중 범죄경력(전과 1~3건)이 있는 후보는 6명이나 된다. 범죄경력 후보들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국토의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으로 최소 벌금 100만원에서 최고 징역 5년까지 실형을 받았다.

후보 중에는 뇌물수수 혐의로 2008년 12월 징역 5년형이 확정된 하종근 전 군수, 자서전 배부(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과 추징금 320만원을 구형받은 한정우 전 군수(7대) 등 2명도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한 전 군수에 대해 선고한다.

21일 경남 창녕군 창녕읍에 출마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훈 기자

21일 경남 창녕군 창녕읍에 출마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훈 기자

‘비호감’ 후보들이 줄줄이 출마하자 유권자들이 투표 행위 자체를 꺼리는 등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창녕군은 전통적으로 지방선거 투표율이 높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투표율은 전국 50.9%, 경남 53.4%인 반면 창녕군 64.1%였다. 창녕읍 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씨(50대)는 “군수들이 제대로 임기도 못채우는데 뽑아놓으면 뭐 하느냐”라며 “선거를 꼭 해야하는지도 고민된다”고 말했다. 박모씨(60대)도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을 보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깨끗한 선거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보궐선거 후보들을 대상으로 공명선거 서명을 받고 정책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창녕군선거관리위원회도 투표 참여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서창호 경남희망연대 창녕군지회장은 “깨끗한 선거는 군민들이 만든다는 각오로 모두가 감시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정 공명선거실천 추진본부의장은 “투표를 아예 안 하겠다는 군민들도 많다”며 “이럴 수록 개인 영달이나 권력 욕심이 있는 인물에게 투표하는 대신 자기 판단에 따라서 올바른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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