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김 위원장과 비핵화 조치 미국 참관·상응조치 논의”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종전선언·대북제재 완화 ‘포괄적 합의’ 도출 여부 주목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 진전과 보조 맞춰야” 주문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뒷줄 가운데)과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앞쪽 왼쪽)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도 배석했다.  CBS 카일리 애트우드 기자 트위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뒷줄 가운데)과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앞쪽 왼쪽)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도 배석했다. CBS 카일리 애트우드 기자 트위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7일 평양 방문으로 북·미 비핵화 대화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북·미가 ‘말 대 말’의 합의 단계를 넘어 ‘행동 대 행동’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협상의 시작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위원장과 2시간가량 면담하고 90분간 오찬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으며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집중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동행했던 미국 관리는 “이번 방북은 지난번(7월 3차 방북)보다 좋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서 돌아온 직후 청와대를 방문,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같은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는 계속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북한은 북·미 협상을 통해 종전선언이라는 ‘선언적 조치’와 제재 완화라는 ‘행동적 조치’를 동시에 타결하는 포괄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초기에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주고 미국으로부터 적대관계를 끝낸다는 말의 약속(종전선언)을 이끌어내려 했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칠 때까지 북한은 대북 제재에 대해 직접적인 요구를 하지 않았다. 적대관계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의 약속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의사를 밝히고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한 이후 본격적으로 대북 제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난달 말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핵·미사일) 실험들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 결의들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 하나 변한 게 없다”며 강하게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체제안전 보장 약속에 이어 행동적 조치를 요구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문제는 1단계에서 해결됐어야 할 종전선언과 같은 체제안전 보장 약속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2단계를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2단계에 진입해 종전선언과 제재 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미대화는 체제안전 보장 약속과 제재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는 포괄적 협상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과 영변 핵시설을 국제사찰단의 검증하에 영구 폐기하고 미국은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관계 정상화를 위한 초기 조치 등을 제공하는 ‘미니 패키지 딜’이 추진되고 있는 배경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에 비현실적 요구를 해왔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핵무기와 미사일 일부를 반출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종전선언 대가로 ‘완전한 핵신고서’ 제출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평양 방문에선 이 같은 ‘딜브레이커’를 고집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북 결과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지만, 북·미가 2차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정할 만큼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인식의 일치를 이루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계기로, 북·미 실무협상단이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빠른 시일 내에 협의키로 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남북관계의 진전이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길 고대한다”고 했다. 향후 협상 국면을 미국이 주도할 것을 예고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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