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결과, 언론 공개” 문 대통령 권유에 “비공개 면담 때…”

손제민·김지환 기자

폼페이오 “한국 역할 매우 중요…평양서 곧장 서울로”

40분간 문 대통령 면담 후 강경화 장관과 업무 만찬도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방북 직후 청와대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방북 직후 청와대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 평양 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해 곧장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남북한 정상을 연쇄적으로 만난 것은 지난 3월 이후 4차례 평양 방문 중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비핵화 프로세스에 한국이 깊숙이 관여돼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여겨진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7시쯤 시작된 문 대통령과의 면담 모두발언에서 “제가 북한을 방문한 다음 곧장 서울을 방문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이 비핵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바로 방문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감사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한국이 여기까지 오는 데 상당히 많은 역할을 했고 남북정상회담 등 다양한 것을 통해 전 세계가 여기까지 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말은 의례적인 공치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과 뉴욕을 오가며 북한과 미국 정상을 만나 중재 노력을 기울인 끝에 물 건너갈 뻔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 초 3차 평양 방문 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귀국해 ‘빈손 방북’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달리 이번 방문에서는 김 위원장과 3시간30분가량 만나 대화하며 더 나은 성과를 안고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이후인 오후 5시20분쯤 트위터에 김 위원장과 만난 사진을 공개하고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사항들을 계속 진전시키고 있다”며 “(북한 측이) 나와 국무부 일행을 맞이해줘 고맙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오전에 북한을 방문하고 방북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한국으로 와서 결과를 공유해준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오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는 것을 들었다. 그 결과에 전 세계 관심이 쏠려 있다. 언론 카메라들이 많이 있으니 장관이 그 결과에 대해 공개할 수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나중에 비공개 면담에서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우리는 좋고 생산적인 논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약 40분가량 진행된 문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에는 한국 측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이상철 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패트릭 머피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성 김 주필리핀 대사,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이 배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오후 8시쯤부터 서울 시내 모처에서 한 시간가량 강 장관과 배석자 없이 일대일 업무만찬을 갖고 보다 상세한 방북 결과를 공유했다. 강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좋은 결실을 맺은 것을 평가했고, 양측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 앞으로도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손제민·김지환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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