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량 과대평가·가공비용 부담…북한 ‘자원 대박’은 멀다

전병역 기자

북측이 내놓은 광물 부존량, 국제 기준 적용 땐 크게 떨어져

전력 공급 등 인프라 구축 비용 감안하면 상업성 없을 수도

자원개발 성급한 기대보다 서로 경쟁력 올리는 경협 모색을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 북한 개혁과 개방은 투자자들에게 굉장한 기회다.” 세계적 투자자인 로저스홀딩스 짐 로저스 회장의 이 한마디가 최근 북한의 변화를 둘러싼 기대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미국 서부개척을 하듯 앞다퉈 북한에 깃발을 꽂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분위기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할 경우 우리에게 진짜 ‘노다지’가 펼쳐지는 걸까. 철도, 도로, 전력망을 깔고 채굴기를 들이대서 철광석, 희토류를 마구 뽑아올 수 있을까.

오히려 “북한의 자원은 사실 생각만큼 경제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며 “동북아 경제공동체라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데 함께 길을 여는 의미가 더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적잖다.

■ ‘광물은 대박’? 지나친 기대 금물

남북 경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가 사실 북한 광물자원이다. 많게는 7000조원, 적게는 3000조원대까지 가치 평가의 폭도 넓다. 북한 광물자원의 부존량 자체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200여종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경제적 가치가 있는 광물만 140여종으로 알려졌다. 텅스텐·몰리브덴 등 합금용 광물인 희소금속과 흑연·동·마그네사이트 등의 부존량은 세계 10위권으로 추정된다. 주요 광물을 90% 넘게 해외에 의존하는 세계 5위 광물자원 수입국인 남한으로선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희토류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거나, 향후 통일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주목된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광물자원공사는 그 가치를 섣불리 평가하기를 주저한다. 현재로선 숫자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광물자원공사 남북자원협력실 관계자는 “북한의 생산량에 변화는 별로 없고, 2004~2005년 발표 후 공식 확인도 안 해주고 통계도 없다”고 말했다. 국제 기준을 적용하면 매장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계산도 있다.

남한 기업에 이용 가치가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북한에서 석탄은 주로 무연탄이다. 국내 발전소 등에서 수입하는 유연탄(역청탄)은 거의 안 난다. 현재 남한 산업구조로만 보면 실익이 별로 없는 셈이다. 또 북한 철광석의 품질은 포스코가 호주 등지에서 수입하는 것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도 홈페이지에 북한 지하자원을 소개하면서 “석탄의 경우 북한에서 2005년 재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질학적 매장량은 90억t이며, 채굴 가능한 매장량은 60.7억t”이라며 “문제는 이 역시 과대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자칫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별로 없을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한다.

결국 광물자원 매장량과 가치를 평가하려면 남북 공동조사가 요구된다.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은 “잠재가치가 몇천조원인지는 큰 의미가 없다. 모두 조사해본 것도 아니다”라며 “북한이 매장량을 발표하지 않고 우리는 1980년대 자료를 가지고 시장가격으로 평가한다. 캐서 가져오는 비용까지 포함한 상업 가치는 아니다”라고 평했다.

특히 광물자원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전력 공급이다. 발전, 송배전망에다 철도, 도로까지 연결하는 비용을 넣어야 한다. 예컨대 심해저에 석유가 대량 매장돼 있더라도 적정 비용으로 캐내 올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뚝 떨어진다.

■ 저임금 차원 넘어 경협 틀 바꿔야

북한이 개방에 나서더라도 남한 기업에 특별한 대우를 해준다는 보장이 없다. 한 광물 전문가는 “광물자원은 예로부터 가진 사람 위주로 하는 장사다. 주인인 북한 생각을 모른 채 우리는 김칫국부터 마시거나 결국 헛물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미국 등 다른 나라를 불러들여 가격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 남측 기업들로서는 불확실성도 크다. 최경수 소장은 “북한 광물자원이 바로 우리 게 아니다. 같은 민족이라고 우리부터 준다는 보장이 없다”며 “중국, 미국 등도 정보가 많고 관심도 많다. 같이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경험이나 자본력, 기술력에서 국내 기업은 해외 굴지의 자원개발 기업과 경쟁이 쉽잖은 수준이다.

북한이 거래 관계를 시장 원칙에 입각해 ‘기업 대 기업’ 차원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한 대형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북한이 한국을 중국, 러시아와 같은 선에서 볼 것 같다”며 “결국 ‘너희는 자본만 대라. 기술과 노동은 우리 걸로 하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이전 경협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값싼 인건비가 당장 한계상황인 다수 중소기업에는 활로가 되겠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쪽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보기술(IT)이나 자율주행, 에너지 등에서 새 돌파구를 마련하는 경협이 장기적으로 더 절실하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사실 남북 간 경제력 차이가 너무 커서 싼 인건비 따먹거나 하는 것은 오히려 작은 부분”이라며 “동북아를 연결하는 사업을 통해 시장을 키워 서로 도움이 되도록 경협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북, 이미 저출산·고령화 진입…질 좋은 노동력 공급은 시간과의 싸움

노동 집약 위주의 경협, 기술력 높은 분야로 질적 개선 필요

북한의 값싸고 품질 좋은 노동력은 남북 경협에 호재로 꼽히는 단골메뉴다.

개성공단이나 평양 등지의 내륙기업에 진출했던 사업가들은 부지런하고 손재주 좋은 북한 노동자의 능력을 인정한다. 말까지 잘 통하는 북한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 몇명과 맞먹는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인구구조를 보면 북한의 노동력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앞으로 인구구조가 경제발전을 돕는 ‘인구 보너스’를 얻기 어렵다.

북한도 인구학적인 황금시대를 남한처럼 이미 1970~1990년대에 경험해버렸다. 1990년대 경제난에 즈음해 자녀 출산이 급감해서다.

2013년 기준 북한의 생산가능인구 비중(68.9%)은 이미 남한(72.9%)과 큰 차이가 없다. 북한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2020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남한이 정점을 찍은 2015년과 5년 차이다.

이는 개혁·개방 때 인구 보너스 효과를 본 중국, 베트남과도 다르다. 개방 시기가 늦어질수록 북한에는 인구구조상 불리해진다. 인구로 보면 빨리 개방해 산업화를 이루는 게 유리한 시점이다.

고령인구 비중은 남한과 북한이 각각 12.2%와 9.5%다. 북한도 이미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 다만 인구 고령화 속도는 느린 편이다. 청년층 인구 비율과 수가 앞으로 20년 정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최지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소득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고령화가 가속될 경우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고령화가 더 진전되기 전 산업 부문별 노동이동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기대를 거는 이유는 노동력의 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교육 수준은 비슷한 소득 수준의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다. 1972년 이래 11년제 의무교육을 해왔다. 지난해부터 소학교(초등과정)를 1년 늘린 5년제로 바꿔 12년제 의무교육의 전면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탈북한 한 경제전문가는 “화학, 금속, 경제 등 딱 전문분야를 잡아서 어릴 때부터 공부시키기 때문에 인재들의 질이 좋다”고 전했다. 특히 김정은 체제 들어 평양의 과학자거리에 고급 아파트를 지어주며 우대한다.

그는 “김정일 때까지는 먹고살기 힘드니까 과학자들이 ‘빙두’(아편)도 만들었다”며 “이제 장사할 필요 없이 연구로 인정받을 수 있어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론 경협에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 투입이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론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최 위원은 “소프트웨어 분야 등은 북한 인력의 질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장기적으론 기술력 높은 분야에서의 경협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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