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싱크탱크 “한미, 나토식 핵 협의체 설립해야…윤 대통령 핵 관련 언급 한·미관계에 도움 안 돼”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헤리티지재단 보고서 “확장억제 조율 양자 협의체 구축”

“윤 대통령 확장억제 관련 발언 신중해야”

지난해 9월23일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한미 양국 해군의 연합 해상훈련 참가를 위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23일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한미 양국 해군의 연합 해상훈련 참가를 위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내에서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론을 진화하고,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의 핵 계획 협의체를 설립해야 한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제언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 관련 언급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unhelpful)”며 “윤 대통령은 신중하게 발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 ‘신뢰의 위기: 아시아에서 미국 확장억제 강화 필요성’에서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한·미 양국 모두가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 내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 신뢰 구축 조치를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핵 계획과 비상사태, 전략자산 배치 등을 포함해 확장억제 정책을 조율할 양자 메커니즘 구축” “미국의 잠재적 핵 사용 가능성과 관련한 의사 결정에 한국과의 협의 절차 명시”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과도 나토의 핵 계획 그룹(NPG)과 같은 별도의 핵 협의체를 창설할 것을 제안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인들은 유럽 동맹들과 같은 수준의 핵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데서 국가적 자존심이 상처받았다고 느낀다”면서 한국 내 핵무장론자들은 한국도 나토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그는 한·미 양자 간 NPG를 일본, 호주로까지 확대해 4자 국방조정그룹으로 격상하고, 한·미·일 외교·국방 장관회의(2+2+2 회의)를 창설할 것도 제안했다. 다만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북한의 선제공격 우려 등으로 인해 생산적인 억지력 강화 옵션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앞서 미국 주요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위원회도 지난달 한·미가 일본까지 포함해 나토와 비슷한 핵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저위력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 차원에서 모의훈련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북핵 위협 고도화와 이에 따른 한국 내 미국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미 조야에서도 기존 확장억제의 틀보다 한 걸음 나아간 실질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클링너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자체 핵 보유 시사’ 등 윤 대통령의 핵 관련 발언이 부른 논란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이 의도치 않게 한국 국방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시사했고, 양측 모두 이에 따른 논란에 대응해야 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논의나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미국 압박을 위해 포퓰리즘 정서를 이용함으로써 (한국) 대중으로 하여금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을 기대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 전문가와 정부 관리들이 윤 대통령의 발언 의도를 놓고 “단지 반복적인 말실수이거나 혹은 국내 여론에 편승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적극적인 핵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인지” 갑론을박 중이라고 전했다. “검사 출신으로 군사·외교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윤 대통령이 “한·미 양자 간 비공개 논의를 과장했거나 핵 관련 용어를 잘못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윤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을 강력 반박하거나 공개적으로 한국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경고하는 것은 동맹 관계에 비생산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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