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무력 고도화’ 헌법에 명시…더 멀어진 한반도 비핵화

박광연 기자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서 통과

법령화 1년 만에 최고법 격상

김정은 “핵, 영원한 전략자산”

반미국가와 연대 강화 언급도

북한이 ‘핵무력 고도화’를 헌법에 명시하며 북한 비핵화는 더욱 멀어지게 됐다. 핵무기 대량생산과 실전 배치로 핵 위협 수위를 빠르게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현재 국제정세를 “신냉전 구도의 현실화”로 규정하며 반미 연대 강화를 시사했다.

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사회주의 헌법 개정안이 지난달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헌법 제58조가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으로 보완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이번 헌법 개정을 “핵무력 강화 정책의 헌법화”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선제공격 등 핵무력 정책을 ‘법령화’한 데 이어 1년 만에 최고법인 헌법 내용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헌법 서문에 규정해온 핵보유국 지위를 재확인하고 핵무력 고도화 방침을 명시한 데 의미가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조치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 정책을 “국가의 기본법으로 영구화” “불가역적인 국법으로 고착” “국가 최고법에 명명백백히 규제”한 것이라며 “일단 보유한 핵은 세월이 흐르고 대가 바뀌여도 국가의 영원한 전략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헌법화는 법령과 달리 쉽게 개정할 수 없다는 상징성을 내포한다”며 “북한 비핵화는 더욱 멀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내외에 핵무기 고도화에 대한 비타협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면서 “향후 비핵화 협상은 불가하다며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핵무력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 헌법화로 구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우리 식의 위력한 핵 공격수단들과 새로운 전략무기체계 개발 도입에서 급진적인 도약을 이룩”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의 고도화를 가속적으로 실현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며 “중대 과제는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급속히 강화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핵무기 생산의 기하급수적 확대, 핵 타격수단 다양화 및 각 군 실전 배치 방침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남한을 또 “대한민국”으로 부르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일본, ‘대한민국’과의 3각 군사동맹 체계 수립을 본격화함으로써 전쟁과 침략의 근원적 기초인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끝내 자기 흉체를 드러내게 되였다”고 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빌미로 핵무력 헌법화를 정당화한 것이다.

반미 국가들과의 외교 활동을 강화하는 방침도 천명됐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현재 국제정세를 “제국주의 반동 세력에 의해 전 지구적 범위에서 ‘신냉전’ 구도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과 무관치 않다.

위성 발사를 담당하는 국가우주개발국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으로 사실상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최고인민회의에서 확정됐다. 홍민 위원은 “향후 러시아의 항공기 기술 지원 등 우주와 항공 분야에서 북·러 협력을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달 중 군사정찰위성 세 번째 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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