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9·19 합의’ 파기에 대응
‘남북 긴장’ 안팎 우려 반영
2월 중 재개 검토했다 보류
북한의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에 대한 대응으로 군이 육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완충구역)에서의 훈련을 검토했으나 당장 재개하지는 않기로 했다. 남북 긴장 수위를 불필요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안팎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28일 “2월 중 (육상) 완충구역 내에서 계획된 사격 훈련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당초 군은 2월 중 육상 완충구역에서 포병 사격을 검토했지만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은 지난해 11월22일 북한의 군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9·19 군사합의 1조 3항의 효력 정지를 전격 발표했다. 그러자 이튿날 북한은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로 응수했다. 군사분계선(MDL)과 해상 북방한계선(NLL) 일대 완충지대를 설정함으로써 충돌 방지 안전핀의 역할을 해온 9·19 군사합의가 사라지면서 접경지대 긴장 수위는 올라갔다.
북한군은 지난 5~7일 사흘 연속으로 서해 NLL 인근 해상 완충구역 내에 포병 사격을 하면서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했다. 군은 지난 8일 “북한은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해상은 물론 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상 완충구역에선 북한군의 지난 5일 서해 NLL 인근 포 사격 때 서해 최북단 서북도서에 배치된 해병부대가 대응 사격에 나서 이미 한국군의 훈련이 재개됐다. 지난 8일 군의 발표는 MDL 5㎞ 이내로 지정된 육상 완충구역에서도 포병 사격과 연대급 이상 부대 기동훈련을 재개하겠다는 의미였다. 육상 완충구역에서의 포병 훈련은 9·19 군사합의 이후 6년 넘게 실시되지 않았다.
북한 도발에 대해 ‘즉강끝’(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을 강조해온 점으로 볼 때 곧 훈련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단 멈춤’으로 돌아선 셈이다. 북한에 더 큰 도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도 육상 완충구역에선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부대 기동훈련을 하지 않고 있어 한국군이 먼저 재개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수위가 더 높아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등 두 개의 전쟁에 관여하고 있는 데다 오는 11월 대선 국면을 앞두고 국제적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 위협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6~27일 태국 방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군은 ‘각 군의 자체 계획에 따라’ 훈련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육상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 등 훈련 재개는 향후 북한의 도발 상황을 보면서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