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세훈… 수방 예산 축소로 재해 행정 도마에

조현철 기자

디자인·주민투표 등 정치 행보 치중

오세훈 서울시장(50)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사흘째 내린 폭우로 인적·물적 피해가 커지고 서울시 수방행정이 뭇매를 맞으면서다. 지난해 9월 추석 직전의 폭우와 겨울 폭설로 서울이 마비된 바 있어 자연재해에 대한 서울시의 불감증과 무기력함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당장 오 시장으로선 정치적 행보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에 맞닥뜨렸다. 수방대책에 문제점이 제기된 디자인 도시 건설과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몰입하는 사이 자연재해 대처 능력에는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2012년 대선, 멀게는 2017년 대선에서 보수 대통령후보군에 있는 그로선 시민의 재산과 민생 돌보기에 큰 허점을 노출한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이틀간의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사당동의 주택가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이틀간의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사당동의 주택가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그의 대표적 사업인 광화문 광장은 여름마다 ‘물 전쟁’의 상징적 장소가 되고 있다. 수해-설해-수해가 1년 새 이어지면서 오 시장의 시정도 같이 헝클어진 셈이다.

정치적 논란은 오 시장이 자초한 면도 크다. 2005년 641억원이던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은 오 시장의 취임 직후인 2006년 482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44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인공하천 조성 사업 예산은 2006년 618억원에서 지난해 1158억원으로 급증했다. 수방 예산과 치적 사업 예산의 불균등이 심화되자 인터넷에서는 “서울을 아시아의 베네치아로 만든다더니 현실이 됐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오 시장을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 비유하는 ‘오세이돈’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오 시장이 정치적 명운을 걸고 있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도 당장 수해 복구에 밀릴 상황이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 발의를 다음달 초로 연기했지만, 주민투표 비용이 182억원에 달하고 이 액수가 올해 서울시 수방 예산(44억원)의 4배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야당이 다수인 시의회와의 갈등에 주민투표 난제가 겹치고, 다시 수마와 맞서는 힘든 여름이 된 셈이다. 다음달 24일 예정된 주민투표가 성립요건(투표율 33.3%)에 못 미치거나 부결되면, 정치적 결단도 압박받는 처지다.

민주당은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번 수해는 명백한 인재”라고 규정했다. 손학규 대표(64)는 “정치의 근본 목적은 사람을 잘살게 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인데 엉뚱하게 예산을 쓰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64)도 “서울시민은 무상급식은 안 하고 ‘무상급수’를 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주민투표 발의를 강행한다면 오 시장 사퇴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폭우 피해의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며 오 시장과 서울시에 대한 청문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수도(水都) 서울’의 멍에를 쓰고 주민투표 전선에 임하는 오 시장의 정치적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48)은 “민주당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자신이 없어지자 국면을 덮기 위해 폭우를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는 것은 견강부회로, 바람직한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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