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위험지역, 지자체 정보가 없다

임아영·주영재 기자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 산사태가 발생한 27일 인근의 방배동 전원마을에 서초구청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마을 위성사진을 들고 와 “(생태공원 안의) 저수지가 어디 있느냐”고 주민들에게 물었다. 주민들은 “구청 관계자들이 그걸 우리한테 물어보면 어떡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성모씨(29)는 옆 동네 반지하 주택 주민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침수 피해를 겪었다는 뉴스를 보고 양천구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저지대, 침수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침수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는커녕 수해 위험이 있을 때 대피하는 요령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수해 등 재해를 예방하고 대비할 수 있는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누리꾼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직접 ‘폭우지도’를 만들기도 한다.

우면산 산사태 피해마을을 관할하는 서초구청 홈페이지에서도 저지대나 침수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재난/안전’ 메뉴는 ‘민방위, 안전점검의 날, 재난위험시설신고, 동별 제설함’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재난위험시설신고’ 항목도 주민들에게 직접 “신고를 하라”는 공간이다.

서울시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국가재난정보센터’ 홈페이지를 링크해 놓았지만 ‘홍수 중에 해야 할 일’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경우 준비사항’ 등 상식적인 내용만 싣고 있다. 어느 지역이 과거 침수피해를 입었고 침수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

양천구 재해대책본부는 26일 오전 6시3분, 27일 오전 5시48분 두 번에 걸쳐 “많은 비가 예보되었으니 피해 없도록 대비 요망” “현재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으니 침수예방 철저 요망”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보냈다.

윤성현씨(34·신월1동)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주는 수준으로는 사전 예방이 쉽지 않다”며 “모래주머니를 현관 앞에 쌓는 정도”라고 말했다.

전진한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비가 오니까 낙뢰를 조심하라는 식의 당연한 안내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우리 동네 어느 지역이 비 몇 ㎜에 얼마만큼 침수될 수 있는지, 500㎜의 비가 오면 어떤 위험에 처할 수 있고, 그 피해를 예방하려면 평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부·지자체가 미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이상기후가 점점 더 잦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지자체는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며 “각 지자체가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주민과 지자체가 협력하는 종합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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