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보훈처는 왜 ‘합창 공연’ 고수하나

박성진 기자

국론분열 막는다며 분열 조장…5·18에 ‘갈등 이미지’ 씌우기

제36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16일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5·18 공식 기념곡 지정 촉구 및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제36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16일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5·18 공식 기념곡 지정 촉구 및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훈처가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도 16일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하면서 ‘5·18 정신으로 국민화합 꽃피우자’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도 ‘국론 분열’ 장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이 야권 요구를 수용해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마련하라”며 내린 지시는 결과적으로 국론 분열의 틈을 더욱 넓고 깊게 하는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정부가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아닌 합창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박 대통령이나 박승춘 보훈처장이 ‘님을 위한 행진곡’ 논란을 ‘보수와 진보’ 또는 ‘광주와 다른 지역’의 갈등 프레임에 가두기 위해 이용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의혹까지 제기된다.

보훈처는 이날 “5·18 기념식을 현행 방식대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제창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또 다른 갈등만 유발할 뿐이라는 것이다. 보훈처 이형주 대변인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박승춘 처장과 최완근 차장, 주무부서장인 김주용 보훈선양국장 등 보훈처 간부 10여명이 하루 2~3시간씩 회의를 했다”며 “회의 결과 ‘합창’을 ‘제창’으로 대체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결론에 모두가 동의했고, 이의를 제기한 이도 없었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정부 기념식이 ‘님을 위한 행진곡’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을 강요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6·25참전자회 등 12개 보훈단체들이 3당 대표에게 ‘님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거나 제창을 하는 경우 행사를 보이콧하고, 이외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제창을 할 경우 국론이 분열된다는 논리를 폈다.

보훈처는 기념곡 지정 문제에 대해서는 “5대 국경일, 46개 정부기념일, 30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정부에서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면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보훈처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 기념식에서 부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는 반대 측에 대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설명하거나 설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이런 반대 때문에 제창이 불가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보훈처는 또 “정부 기념식에서 특정 노래를 부르는 경우에는 합창 방식이 정부 관례이기 때문에 제창이 안된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정부 의전규정에 따르면 정부 기념식에서 합창과 제창 두 가지가 다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훈처가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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