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5·18 정부기념일 지정 후 12년간 제창한 노래

이명박 정부, 색깔론 덧칠…합창공연으로 바꿔

“별도 기념곡 만들겠다”며 박근혜 정부선 퇴출 시도

‘님을 위한 행진곡’은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이 군부독재에 저항하다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한 학생 등 광주시민들을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에 쓴 시의 일부분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자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997년 5·18이 정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참석자들은 12년 동안 매번 이 노래를 공식 기념식에서 ‘제창’했다. 함께 부르며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 희생자들의 영혼에 이 노래를 전했다. 색깔론을 덧칠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첫해에도 이 노래는 제창됐다.

하지만 2009년부터 국가보훈처는 이 노래의 제창을 갑자기 본 행사에서 빼고 식전 행사인 합창단 공연으로 바꿨다. 일부 보수단체가 제기한 “대통령·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주먹을 흔들며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2011년부터는 합창단이 기념공연으로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5·18 관련 단체와 광주시민들은 “예전처럼 참석자들이 다 같이 부르는 제창으로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8년째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3년 보훈처는 ‘별도의 5·18 기념노래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등 ‘님을 위한 행진곡’의 퇴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보훈처는 일부 단체가 내세운 “이 노래의 ‘님’(북한의 김일성)과 ‘새날’(사회주의혁명)이 뜻하는 바가 따로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제창 반대의 근거로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