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청, 최순실 얘기만 나오면 ‘발끈’…‘비리 의혹 정부’ 자초

이용욱·허남설 기자

박근혜 정부 ‘측근 비리 의혹’ 대처법

정윤회 문건 파문엔 “찌라시”…이석수 특감엔 “국기문란” 공세

최순실 의혹엔 “사회 혼란”…황 총리 “유언비어 의법처리 가능”

[최순실 게이트]청, 최순실 얘기만 나오면 ‘발끈’…‘비리 의혹 정부’ 자초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측근 비리’ 의혹 대처법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주변 인사들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제대로 된 설명이나 해명 없이 ‘국기문란’ ‘유언비어’ ‘정치공세’라고 찍어누르고, 의혹을 제기한 쪽을 공격하는 일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특히 측근 비리 엄단을 위한 특별감찰관을 무력화시키기까지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처 때문에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권력형 비리 의혹들이 더 크게 불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를 두고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22일 수석비서관회의)이라고 일축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야권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두고 청와대와 최씨 등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근거 없는 폭로’라고 비판한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의혹은 누구든 얘기할 수 있지만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유언비어에 대해서는 의법조치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언론과 야권의 의혹 제기를 유언비어라고 치부하고 사법처리 운운하며 겁박한 것이다.

박 대통령과 여권의 이 같은 대응은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파동 때와 판박이다. 당시 청와대는 해명 없이 찍어누르기에 치중했다. 박 대통령 측근으로 지목된 정윤회씨가 청와대 십상시 등과 결탁해 각종 인사에서 ‘비선 실세’ 노릇을 했다는 청와대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청와대는 대변인을 통해 “풍설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정씨는 최씨의 전 남편이다. 박 대통령도 보도 나흘 만인 12월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유출도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했다.

청와대는 우병우 민정수석 도덕성 논란도 힘으로 눌렀다. 청와대는 지난 8월 우 수석을 특별감찰하고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향해 ‘국기를 흔든다’고 비판했다. 우 수석 문제는 덮어둔 채 이 특별감찰관의 법 위반과 정보 유출 의혹만을 문제 삼은 것이다. 특히 당시 청와대의 ‘국기문란’ 비판 원인이 이 특별감찰관이 대기업들을 향해 미르재단 모금 압력을 가한 의혹이 있던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을 내사한 것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종합하면 ‘정윤회 문건’ 파동엔 ‘찌라시’, 우·안 수석을 내사한 특별감찰관에게는 ‘국기문란’과 수사의뢰, 최순실 게이트엔 ‘근거 없는 비방·폭로’ 등 청와대는 불거진 모든 측근 비리 논란을 힘으로 ‘강제 종료’시키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행태들이 스스로를 ‘비리 의혹 정부’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측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환부를 도려내기보다는 권력을 이용해 반대편을 찍어누르고 진실을 은폐하는 일을 되풀이하면서 국민적 의혹과 반감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임기 내내 비리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가까운 최순실씨 이름이 줄곧 오르내리는 상황이 됐다.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적으로 비방이라고 하면 입을 닫게 하는 것이고, 법적으로 비화되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국민) 이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인식의 간극을 넓히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과 정부의 찍어누르기가 현재 민주정치 체제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과거 독재 시절을 연상시키는 권위적 국정 방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정부 시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 정치적 학습이 이뤄졌고, 그 부분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면서 “정권이나 국내 정세가 어렵다고 할 때 특히나 옛날에 배운 그 부분들이 드러나기가 더 쉬워지는 현상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