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인터뷰

③ “조국 의혹 쏟아져 나올 때···대통령 임명장 잉크도 안 말랐는데 어떻게 하나 고민"

박주연 선임기자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2019년 7월 검찰총장 자리까지 올랐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며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조국 사건’을 계기로 문 정부와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특히 추미애 법무장관이 취임하자마자 2020년 내내 ‘추-윤 갈등’이 뉴스의 헤드라인으로 장식됐다.

-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 전부터 사모펀드 관련 내사를 진행하고, “내가 론스타를 해봐서 사모펀드를 잘 아는데 조국 나쁜 놈이다, 대통령께서 임명하면 안 되고 내가 직접 뵙고 설명할 기회를 달라”면서 독대요청을 두 차례 했다고 주장했어요.

“그 사람들 이야기가 사실에 기반해 하는 거라고 봐요?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막 하는 사람들이에요, 조국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했고 제가 중앙지검장으로 일하던 2년 동안 음으로 양으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제게 많은 지원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무슨 원한이 있다고 제가 그렇게 하겠습니까? 이 사람들(여권 인사들)은 내가 정치적 의도가 있어 한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거지, 그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예요. 그런 식의 선동이나 조작은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 장관 지명 전부터 사모펀드 관련 내사를 진행했다는 게 거짓 주장이란 거군요.

“제가 2019년 7월25일 발령받고 8월9일 금요일에 조국 장관이 법무장관 지명을 받았어요. 제가 그 다음주인 8월12일부터 16일까지 휴가였어요. 총장이 휴가를 안 가면 전국 검사가 휴가를 못가니까 하는 수 없이 받았죠. 집에서 TV를 켜는데 일주일 내내 하루종일 법무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거예요. 농담이 아니고 제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받아 우리집 거실 선반에 놓아둔 임명장의 잉크가 말랐나 안 말랐나 만져봤어요. 잉크도 안 말랐는데 내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됐죠.”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한겨레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한겨레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후 상황은요.

“그 다음주 화요일에 조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건이 터졌어요. 다음날 퇴근시간에 김유철 범죄정보기획관을 불렀죠. 야간작업을 하더라도 조 후보자에 대한 언론보도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이게 정말 근거가 있을 만한 것인지 보자고 했어요. 김 기획관이 다음날 아침 정리해왔는데 이미 고발장이 자유한국당부터 시작해서 쫙 들어와 있었어요. 야당과 언론의 수사 압박도 거셌죠. 그래서 목요일에 대검 간부회의에 중앙지검장과 3차장도 오라 해서 같이 회의했어요. 거기서 내려진 결정은 일단 공개정보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만 모아 압수수색 영장청구 가능 여부만 보자는 거였어요. 나중에 자료가 유실됐다고 하면 완전히 봐주기 프레임에 걸려드니까 일단은 자료를 확보해놓고 기다려보자는 거였어요.”

그는 “지난 2년 동안 적폐수사를 했는데 이번엔 뭐냐는 말이 나올 수 있었다”며 “양승태 대법원장을 구속하고 대법관들을 기소해놓은 마당인데 두말할 게 뭐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었어요.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아야 했어요. 또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공소유지는 결국은 이 정부와 나중에 관련될 수 있어요. 여기서 무죄 나오고 망가지면 무리한 수사인데 그게 검찰에만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죠.”

- 결국 입시·사모펀드·웅동학원 자료 입수를 위한 관련 기관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이뤄졌죠.

“그때는 야당에서 반대해 장관 지명 후 3주가 지났는데도 인사청문회 날짜를 못 잡았어요. 그래서 정유라 입시학사비리를 담당한 고형곤 특수2부장에게 신속히 검사 몇명 뽑아서 해보라 했더니 3000페이지 정도 기록이 만들어졌고 압수수색 영장청구는 가능하다고 해요. 그래서 법원에 영장을 넣었는데 한동훈 반부패부장이 오후 3시쯤 다급하게 제 방에 와요. ‘총장님. 영장이 다 발부됐습니다’ 하면서. 오전 10시에 넣었는데 다른 때와 달리 3시간 만에 영장이 휴대폰 등 몇 개만 빼고 싹 나온 거예요. 일반적으로는 아무리 자료가 탄탄해도 절반 정도가 기각되고 영장도 자정 넘어 발부됐거든요.”

- 대통령 독대 요청은 안 한 건가요.

“전 독대 요청을 한 적이 없어요. 그건 말이 안 됩니다. 검찰총장이 무슨 대통령에게 독대요청을 합니까? 예를들어 제가 검찰제도에 대해 어떤 탁견이 있으면 글로 써서 보내드리고 대통령께서 불러주시면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해서 한번 들어와봐라 하시면 몰라도. 일반 공무원은 대통령이 오라고 하면 만나는 거지 독대 요청을 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 거예요. 대통령을 뵙고 싶다고 하는 건 몰라도 독대 요청은 말이 안된다.

- 그러면 대통령을 뵙고 싶다는 이야기도 한 적도 없나요.

“없습니다.”

- 조 전 장관 집에 압수수색이 들어간 것에 대해 청와대 수석들이 격노하며 “대통령 인사권을 흔들려는 거냐,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냐”고 하자 윤 전 총장이 “아니다. 조국만 도려내면 된다. 그게 오히려 대통령을 위한 길이다”라고 이야기했다는 주장도 있었어요.

“당시는 정경심 교수는 표창장 위조 건에 대해 수사팀에서 확실하다고 봤기 때문에 그거 플러스가 기소될 확률이 높았지만 조 장관의 혐의가 인정될지 여부는 모를 때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내가 조국만 도려낸다고 말했다는 건 상당히 악의적인 주장이죠. 다만 9월9일 조 장관 임명 후 민정 관계자를 통해 대통령께 전달해달라는 이야기는 있었어요. 조 장관 관련 수사는 무리없이 원칙대로 진행해서 대통령의 핵심지지층으로부의 욕은 제가 먹겠다고요. 아무래도 대통령께서 핵심 지지층의 이반이나 공격에 대해 걱정이 많으실 것 같아서였어요. 실제로 제가 공격을 많이 받았고요.”

- 조 전 장관이 상징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반발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요.

“2018년 6월14일 지방선거 다음날 전날 당직한 공안2부 검사들과 서래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문무일 총장이 전화를 걸어와서 팔레스호텔 중식당으로 바로 오라해서 갔더니 ‘저 사표냅니다’ 이러시는 거예요. 오늘 점심이나 하자고 갑자기 연락이 와서 장관과 민정수석을 같이 만났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내용을 적은 종이조각을 테이블에 탁 던지더래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만두겠다는 거예요. 그런 분을 설득하고 중재해 어찌됐든 백혜련 안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확정되는데 제가 기여했으니 검찰개혁에 대한 반발이라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아요.”

-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대선 라이벌을 조기에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양식 있는 언론이라면 그런 선동엔 가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당시 상황 자체로 봐서 말 안되는 이야기예요. 법과 원칙대로 일은 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어드리려 노력했고 제가 조 장관과 불필요하게 대치관계를 가질 이유는 없잖아요?”

- 표창장, 스펙품앗이 등 작은 허물을 검찰이 지나치게 큰 칼로 베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 이야기를 하면 말이 길어져요. 그러면 한 사람에 대한 너무 센 공격이 되니까. 그에 대한 답은 570쪽 되는 1심 판결문 보면 잘 나옵니다. 그게 작은 허물인지 아닌지.”

※인터뷰 ④편 ‘추-윤 갈등’이 이어집니다.

[단독] 윤석열 인터뷰(1) 문정부 관련 사건들 겪어보고 ‘이권카르텔’·‘국민약탈’ 등 출마선언서 가감 없이 썼다


[단독] 윤석열 인터뷰(2) “청와대가 지시하니까 한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 근절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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