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종교계 눈치보기에 분주하다. 사찰의 문화재 입장료 징수를 ‘봉이 김선달’이라고 표현한 정청래 의원 발언의 여진이 두달 넘게 이어지자 당 지도부가 불교계에 거듭 사과하고 있다.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개신교계 반발을 우려해 추진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종교계와 척을 졌다가 신자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표심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2일 오전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청래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 기간 동안 부적절한 비유를 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불교계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0월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사찰이 받는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문화재 관람료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표현한 정 의원 발언에 재차 사과한 것이다. 불교계는 정 의원 발언이 나오자 “불교 왜곡·폄하”라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앞서 민주당은 정 의원 발언에 대해 지도부 차원에서 두차례 공개사과했다. 지난달 1일 처음 공개사과한 데 이어, 이달 14일에는 사과와 함께 정 의원에게 최고위원회 결의로 엄중 경고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 사과했고, 이달 17일 비공개로 강원 오대산 월정사를 방문했다.
불교계의 성난 민심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당사자인 정 의원이 지난달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불교계는 발언 한달여 뒤에야 나온 사과라며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 불교왜곡 대응 특별대책위원회’ 소속 60여명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모여 정 의원 출당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전날 SNS를 통해 재차 사과했다.
대선 국면에서 불교계 표심 이탈을 우려한 민주당은 적극 수습에 나섰다. 송 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에서 “우리 전 국회의원들께서 자기 지역구 사찰을 방문해 스님들과 신도님과 많은 대화를 해 오해를 풀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립공원 내 문화재와 종교시설 등의 관리 보존에 대한 법령이 여러 부처에 지금 흩어져 있는데, 이걸 잘 정리해서 제도적 법률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 발언을 계기로 이달 출범한 민주당 전통문화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김영배 최고위원)는 전날 전남 구례군 화엄사와 이날 오전 경남 합천군 해인사를 잇따라 방문해 불교계 민심을 듣고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송 대표는 절기상 동지인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 팥죽 공양을 했다고 SNS에 밝혔다.
민주당은 개신교계 표심 또한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가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개신교계가 동성애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하자 이 후보와 당 지도부는 시민사회계 일각의 비판을 감내하면서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인터넷 언론사와 기자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질문에 “성소수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곡해와 오해가 꽤 있어 보여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스크린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와 달리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최근 개신교계·불교계를 잇따라 방문해 차별금지법 필요성을 설득하는 정면 돌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심 후보는 전날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요즘은 (대선)후보들이 표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아직도 일부 종교에서 반대 목소리가 강하니까 눈치를 좀 많이 보는 것 같다”고 차별금지법에 추진에 소극적인 민주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