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70여일 앞두고 ‘종교계 눈치보기’ 바쁜 민주당

박광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을 예방하기 위해 총무원장실에 입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을 예방하기 위해 총무원장실에 입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종교계 눈치보기에 분주하다. 사찰의 문화재 입장료 징수를 ‘봉이 김선달’이라고 표현한 정청래 의원 발언의 여진이 두달 넘게 이어지자 당 지도부가 불교계에 거듭 사과하고 있다.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개신교계 반발을 우려해 추진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종교계와 척을 졌다가 신자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표심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2일 오전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청래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 기간 동안 부적절한 비유를 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불교계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0월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사찰이 받는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문화재 관람료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표현한 정 의원 발언에 재차 사과한 것이다. 불교계는 정 의원 발언이 나오자 “불교 왜곡·폄하”라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앞서 민주당은 정 의원 발언에 대해 지도부 차원에서 두차례 공개사과했다. 지난달 1일 처음 공개사과한 데 이어, 이달 14일에는 사과와 함께 정 의원에게 최고위원회 결의로 엄중 경고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 사과했고, 이달 17일 비공개로 강원 오대산 월정사를 방문했다.

불교계의 성난 민심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당사자인 정 의원이 지난달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불교계는 발언 한달여 뒤에야 나온 사과라며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 불교왜곡 대응 특별대책위원회’ 소속 60여명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모여 정 의원 출당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전날 SNS를 통해 재차 사과했다.

대선 국면에서 불교계 표심 이탈을 우려한 민주당은 적극 수습에 나섰다. 송 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에서 “우리 전 국회의원들께서 자기 지역구 사찰을 방문해 스님들과 신도님과 많은 대화를 해 오해를 풀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립공원 내 문화재와 종교시설 등의 관리 보존에 대한 법령이 여러 부처에 지금 흩어져 있는데, 이걸 잘 정리해서 제도적 법률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 발언을 계기로 이달 출범한 민주당 전통문화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김영배 최고위원)는 전날 전남 구례군 화엄사와 이날 오전 경남 합천군 해인사를 잇따라 방문해 불교계 민심을 듣고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송 대표는 절기상 동지인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 팥죽 공양을 했다고 SNS에 밝혔다.

민주당은 개신교계 표심 또한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가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개신교계가 동성애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하자 이 후보와 당 지도부는 시민사회계 일각의 비판을 감내하면서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인터넷 언론사와 기자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질문에 “성소수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곡해와 오해가 꽤 있어 보여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스크린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와 달리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최근 개신교계·불교계를 잇따라 방문해 차별금지법 필요성을 설득하는 정면 돌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심 후보는 전날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요즘은 (대선)후보들이 표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아직도 일부 종교에서 반대 목소리가 강하니까 눈치를 좀 많이 보는 것 같다”고 차별금지법에 추진에 소극적인 민주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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