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갈등 정치, 냉소 대선 부른다

유정인 기자

이준석 사퇴로 국민의힘 내홍

당내 “참담” “터질 게 터졌다”

갈등 → 봉합 → 갈등 반복하느라

여당과 비전·정책 대결은 뒷전

윤석열 ‘소통·화합’ 약속 퇴색

전날 상임선대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이준석 당대표가 22일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나 회동을 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전날 상임선대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이준석 당대표가 22일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나 회동을 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내부갈등 정치의 도돌이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갈등→봉합→갈등 재점화→극적 봉합’을 이어오다 이준석 대표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로 다시 갈등 단계로 돌아갔다. 수습 단계마다 외친 ‘원팀’은 무색해졌다. 대선을 77일 앞둔 22일에도 비전·정책 대결보다 내부갈등 수습이 당의 제1현안이 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내부는 어수선했다. 수습 방향에 대한 입장을 떠나 대체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서병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대위 총사퇴를 요구하면서 “이런 상황이 올 듯해서 처음부터 마뜩잖았다”고 적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우리의 모습이 참담하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이 같은 반응의 저변에는 대선 준비 과정에서 누적된 내부갈등상이 깔렸다. 윤석열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부터 ‘이준석 패싱’ ‘기습 입당’ 논란이 불거졌다. 경선 일정과 룰을 두고도 마찰이 계속됐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 간 불협화음은 통상적이지만, 국민의힘 경선에선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이 “파리떼·하이에나” “대표는 주인공이 아니다” 등으로 맞서는 갈등이 두드러졌다.

윤 후보가 지난달 5일 당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된 뒤에는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내홍이 오히려 깊어졌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과정의 분란이 대표적이다. 통합형·매머드 선대위를 구상한 윤 후보 측과 실무형·슬림 선대위를 내세운 김 위원장·이 대표 입장이 부딪쳤다.

미봉 상태로 띄운 선대위도 곧 난관에 봉착했다.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논란으로 이 대표가 선대위 일정 보이콧에 들어가면서 시선이 당내 갈등으로 쏠렸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지난 3일 이른바 ‘울산 회동’으로 타결점을 찾았지만 19일 만에 이 대표가 선대위직에서 사퇴해 또 다른 임시변통식 합의였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내부갈등 정치의 득실은 뚜렷하다. 내부발 위기를 효과적으로 봉합하면 지지층을 재결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치 신인인 윤 후보에겐 수차례 리더십 시험대에 오르는 위기인 동시에 극적 타결로 정치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해왔다. 울산 회동 이후 윤 후보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며 그간의 갈등을 자신의 정치관을 피력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 대표도 “국민은 이런 어려운 정치적 조정을 해낸 윤 후보의 정치력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윤 후보를 치켜세웠다.

반면 서로 다른 정치집단이 미래 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대선 본선의 의미는 묻히고 있다. 당내 갈등과 수습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코로나19 대응 등 굵직한 현안이 밀려났다. 중도·외연 확장 행보도 당내 갈등의 후순위로 조명을 덜 받게 됐다.

미봉된 갈등이 계속 터져나오면서 봉합 당시 했던 ‘화합 발언’의 취지는 퇴색했다. 윤 후보는 대선 후보 선출 당시 “정권교체 대의 앞에 분열할 자유도 없다”고 했다. 울산 회동 당시 합의문엔 “모든 사항을 공유하며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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