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인선
학연과 인수위 핵심 인사 많아
서울대·영남·5060 남성 편중
16개 부처 장관 중 여성 3명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8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면서 새 정부 1기 내각의 진용이 갖춰졌다.
인선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특징은 윤 당선인의 ‘마이웨이’ 기조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고,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노골적인 불만 표시에도 안철수계를 한 명도 발탁하지 않았다. 측근인 한 내정자를 비롯해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인맥, 인수위 핵심 인사들이 입각하는 등 함께 일했던 사람을 중용하는 특징이 다시 드러났다. 인사가 ‘서울·영남 출신의 50~60대 남성’에 편중됐다는 문제도 반복됐다.
윤 당선인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김인철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외교부 장관에 박진 국민의힘 의원, 통일부 장관에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환경부 장관에는 한화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발탁됐다.
지난 10일 1차로 장관 인선 8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8명이 추가 발표되면서 정부조직도상 장관 18자리 중 고용노동부와 농림축산식품부를 제외한 16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이날 인선에서도 윤 당선자와 함께 일했거나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눈에 띈다. 가장 주목받은 한동훈 내정자는 검찰 내 ‘윤석열 라인’의 핵심으로 꼽힌다. 권영세 내정자는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선거전을 지휘했고, 당선 후에는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상민 내정자도 대선 캠프 때부터 윤 당선인을 보좌했고 인수위 대외협력특보를 맡고 있다. 권 내정자는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고, 이 내정자는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후배이다.
1차 발표에서 비판받았던 ‘서육남(서울대·60대·남성)’ 위주 인선도 되풀이됐다. 이날 새로 발표된 내정자 8명 중 절반인 4명이 60대였고, 역시 절반인 4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내정자 16명 전체를 보면 평균 연령은 59.8세,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30대 장관이 여럿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30대 내정자는 이날도 없었다. 40대도 49세인 한동훈 내정자가 유일하다. 지역도 서울(5명), 부산·경남(4명), 대구·경북(3명)에 편중됐다. 호남과 충청, 제주 출신 인사가 각각 1명씩이었다.
이날 발표된 내각 명단에는 여성 내정자 2명(한화진·이영)이 포함됐다. 1차 발표 때 지명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를 포함하면 16명 중 3명이 여성이다. 윤 당선인은 공직 인선에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내각에 여성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은 노동부와 농식품부에 모두 여성이 발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의 여성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5명), 노무현 정부(4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박근혜 정부(2명), 이명박 정부(1명)보다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에서 이명박(MB)계를 중용한 데 이어 내각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들이 여럿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한화진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실 환경비서관을 지냈다. 조승환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전 인수위 실무위원으로 일했고, 2009년에도 대통령실에 근무했다. 현역 의원은 3명(박진·권영세·이영)이 지명됐다. 1차 인선에 포함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를 포함하면 입각이 예정된 현역 의원은 모두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