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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일가 비상장 주식매매, 증여·양도세 안 냈다

정용인 기자

원가거래 3개월 후 ‘39배’ 껑충, 사실상 형제에게 증여

후보자 측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인사청문회 쟁점될 듯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이 4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이 4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형제들이 홍콩에 설립한 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보유했다가 되파는 과정에서 증여·양도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씨 형제가 조합을 설립해 투자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한 회사가 회사 명의로 권 후보자가 매입·매도한 비용보다 최고 39배에 이르는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고 결산 과정에서는 손실처리를 하는 등 석연찮은 투자행태를 보인 것도 의혹을 낳고 있다.

통일부 인사검증단 측에서는 “납부해야 할 세금은 다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적법성을 주장하지만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권영세 후보자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인사로, 당초 대통령실 비서실장, 국정원장으로 가거나 적어도 당 사무총장 등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 와중에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통일부 장관행이었다. “의외의 선택”이라는 등 여러 이야기가 분분했다. 이마저 녹록지 않아보인다. 정치권 주변에선 지난 대선 때부터 “권 후보자 금전문제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가 인사검증을 받아야 하는 임명직을 피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권 후보자의 친형과 친동생이 기존 비상장회사 ㈜TNPI와 별도로 홍콩에 ㈜TNPI HK를 설립한 건 2012년 2월이다.

이해 5월 16일 TNPI HK는 미국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커피빈의 중국(일부 지역 제외) 사업권을 획득했다. CBS 보도에 따르면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2주 정도 남겨놓은 시점인 같은 날에 권 후보자는 자신과 자신의 두 딸 명의로 TNPI HK 주식 5만주를 샀다. 액면가는 1000원. 그러니까 5000만원을 TNPI HK에 투자한 셈이다.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권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정권교체가 일어난 이듬해인 2013년 5월 주중대사로 부임했다. 권 후보자와 두 딸은 주중대사로 부임하기 전인 4월에 취득한 액면가(1000원) 그대로 권 후보자의 가족에게 다시 팔았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검증단은 이와 관련 첫 보도(더팩트)에 대한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내정자는 주중대사로 임명되고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인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해당 법인의 주식을 처음 매입한 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매도했다”며 “이와 관련한 제반 신고와 납세는 정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처음 산 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되팔았으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2013년 2월 TNPI HK 주주 명부와 2015년 6월 21일 주식분할 후 주주명부. 권영세와 두 딸의 주식 보유 사실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2013년 2월 TNPI HK 주주 명부와 2015년 6월 21일 주식분할 후 주주명부. 권영세와 두 딸의 주식 보유 사실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기자가 입수한 2013년 2월 TNPI HK 주주 명부나 2015년 6월 21일의 주식분할 후 주주명부에는 권영세 후보자나 두 딸이 주식보유자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눈에 띄는 건 ‘가비합자(1·2·3)조합’이라는 투자자와 또 다른 개인투자자들이다.

개인투자자들인 가비합자(1·2·3)조합은 권씨 형제가 TNPI HK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들어온 투자자들이다. 가비합자조합의 설립 시점은 가비합자조합이 2012년 8월 14일, 가비이(2)합자조합이 8월 17일, 가비삼(3)합자조합이 8월 22일이다. 이중 권영세 일가가 일부 출자한 조합은 가비합자(9.6%)와 가비이합자(25.7%)다.

가비삼합자조합에는 권씨 일가가 투자하지 않았는데 이 조합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출자금 16억3800만원 중 대한방직이 11억5500만원(70.51%)을 출자한 것으로 나온다. 세 조합의 1주당 취득가는 3만8929원에서 3만8996원으로 대체로 3만9000원 선이다.

앞서 권영세 후보자가 매입한 1000원에서 약 3개월 지난 시점에는 무려 39배나 오른 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이후 2015년 시점까지 들어온 개인투자자들의 매입가격도 대부분 3만7000원 선에 거래가 이뤄졌다. 권영세 후보자가 최초 매입가로 처분한 주식을 양도받은 권씨 일가로선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한 세금은 제대로 납부한 걸까.

■주당 1000원 매입 후 39배 급등, 이유는

권씨 일가의 탈세 의혹은 가비삼합자조합에 참여한 대한방직의 소액주주들이 처음 제기했다. 대한방직은 나중에 가비삼합자조합에 투자한 금액을 결손 처리했다.

이를 두고 실제 권영세 후보자와 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과거에 권 후보자에게 2년 연속 500만원 정치자금 후원을 한 적이 있는 설범 회장이 투자를 가장한 변형된 형태로 정치자금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회사 입장에서는 배임이다. 권 후보자 일가와 설범 회장의 유착 의혹을 연속보도 중인 CBS는 4월 21일자 기사에서 경찰이 관련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대한방직 소액주주모임 측은 “TNPI HK가 중국사업권을 확보한 당일 권영세도 5000만원을 투자하는데 권영세는 1000원에 산 주식을 불과 3개월 후 제 3자들은 왜 3만9000원에 사야 했는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소액주주모임을 이끄는 A씨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가치가 단기간에 39배나 늘어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결국 변수는 당시에 유력 정치인이던 권영세 후보자가 주주가 됐다는 정보밖에 없었다”고 했다. 즉 권 후보자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11개월 동안 설범 대한방직 회장을 비롯한 다른 투자자들에게 정치권 실력자 권영세의 투자가 사업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정보’ 이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형제 사이의 1000원 주식 거래와 관련해서는 A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비상장 거래의 경우 3개월 내에 제3자들이 매입가격과 다른 가격으로 거래하면 국세청은 당초 이뤄진 가족 간의 거래 또한 가격 산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특수관계인의 거래로 간주해 적정가격을 상정한 뒤 그에 맞춰 증여세를 부과한다. 다시 1000원에 되파는 경우도 그냥 원가거래가 아니라 형제에게 사실상 증여한 것으로 봐서 양도세·증여세를 부과한다. 국세청이 2016년도에 해당 회사를 세무조사했다고 하는데 해외에서 일어난 거래라면 당사자들이 신고하지 않을 경우 파악할 방법이 없다. 사문서 위조나 현행 정치자금법을 우회한 편법거래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장관인사청문회 검증단 측은 4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증여세를 냈어야 한다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후보자와 무관한 형제의 일”이라며 “실제 2016년도에 해당 회사에 대한 국세청 부정기 조사를 통해 특히 양도세 부분을 꼼꼼히 검증했으나 적법하게 납세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했고, 권 후보자의 당시 납세 관련 서류는 국회에 제출돼 있다”고 밝혔다.


■관련 자료, 아직 국회에 제출되진 않아

그러나 기자가 국회 측에 확인해본 결과 제출된 인사청문 자료에 TNPI HK 주식 매입·매도 관련 자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관계자는 “납세 자료 등은 통상 5년치를 제공하는데, 해당 주식의 매입매도 시점은 5년이 넘은 과거의 시점”이라며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상, 추가자료 제공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권 후보자의 동생 B씨가 경향신문에 제공한 서울지방국세청의 ‘TNPI HK의 서울사무실에 대한 세무조사 통지문’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의 통합법인세 및 2013년 1년간 양도세 조사를 2016년 8월 11일부터 60일간 실시한 것으로 돼 있다. 권 후보자나 권씨 가족의 양도세 납부 여부를 묻는 질문에 B씨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매입가와 동일한 가격의 매도였으므로 주식처분과 관련한 세금은 낼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B씨나 권영세 후보자의 주장은 5월 초 열릴 통일부 인사청문회 때 여러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설범 대한방직 회장 및 관계자, B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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