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여야 협치 의지를 강조한 지 하루 만이다. 여야 대치 심화와 함께 정국 급랭이 불가피해보인다. 오는 20일 예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안 표결 또한 부결로 흐를 공산이 커졌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5시쯤 “대통령은 조금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 재가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과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각각 정부과천청사와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에서 취임식을 열고 즉각 업무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한동훈 신임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13일 국회에 요청했다. 전날 자정으로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지났고, 윤 대통령은 이튿날인 이날 임명을 강행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9일 한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지만, 여야 공방 속에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김현숙 장관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은 지난 13일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취재진이 이날 중으로 한 장관을 임명할 것인지 묻자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좀 더 검토해보겠다고 하셨으니 기다려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검토” 답변은 한 장관 임명이 임박했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 임명을 밀어붙이면서 당분간 여야 대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 장관 임명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바로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 ‘의회주의’ 등을 수차례 언급하며 여야 협치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야권 반발이 한층 더 거세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 또한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는 오는 20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진행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한 후보자 인준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한 장관 임명 강행을 계기로 인준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전혀 날리지 못했다”며 “한 장관을 낙마시켜야 한덕수 총리 인준도 협조하겠다는 태도는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한동훈 장관과 김현숙 장관을 임명하면서 18개 부처 중 16개 부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됐다. 이들 가운데 6개 부처 장관 임명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강행했다.
‘아빠 찬스’ 논란 등으로 지난 3일 자진사퇴한 김인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아직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은 이날도 발표 없이 보류됐다. 사실상 자진사퇴 종용이라는 해석이 이어진다. 한 장관 임명을 계기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 무산될 경우, 정호영 후보자 임명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극한의 대치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