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포지셔닝···대통령은 가깝게, 윤핵관들은 멀리?

박순봉·조미덥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정책 제언 대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정책 제언 대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해 분리 대응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는 가깝게, 윤핵관과는 멀게 지내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반도체 중시 기조에 동조하고, 김건희 여사 이슈에도 직접 방어에 뛰어 들었다. 윤 대통령의 인사 문제에도 협조 기조다. 반면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 공격에는 받아치고, 친윤계 의원 모임으로 지목된 ‘민들레’도 비판했다. 안정적인 대표직 수행을 위해 집권 초기 대통령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는 필수조건일 수 있다. 윤핵관과의 대립 구도는 대선과 지방선거 후 여권 내 파워 게임 양상으로 해석된다. 윤핵관들이 분화하기 시작하며 이 대표가 당 투톱인 권성동 원내대표와는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듯한 그림도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의 최근 행보는 윤 대통령에겐 따뜻하게, 윤핵관에겐 차갑게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과 대립한 경우가 없다. 논란이 된 인사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자진사퇴한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 정 후보자가 물러나기 전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자진사퇴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이 대표는 입을 닫았다. 이 대표는 낙마론이 비등했던 지난달 16일 MBN 방송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선을 강행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추가적인 낙마를 하는 것도 정권 출범에 있어서 위험 요소”라고 답했다. 유일하게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누가 추천했느냐”고 지적했다. 이 발언 역시 윤 대통령 책임론 선긋기 의미로 보인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반도체 이슈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때 지인들을 대동한 것을 두고 비선 논란이 일자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에 대한 예를 갖추는데 사적으로 지인이 동행하면 안 된다는 법은 누가 만들었나”면서 “무속인으로 공격했다가 아니라고 하니 이제 사적 인물이라고 공격하는 건 뭔가”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중재안 합의를 최고위가 뒤집는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뜻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시 윤 대통령의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의사를 물었다고 밝혔고, 한 장관과 통화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중재안을 번복하면서도 윤 대통령과는 뜻을 맞추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표 업무를 중단하는 ‘파업’을 두차례 하며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모습을 감안하면 대조적이다. 자신의 우크라이나행, 혁신위원회 출범 등을 비판한 정진석 의원에게 융단폭격 수준의 반박을 가하고, 민들레 모임 사전 압박에 나선 상황과도 역시 온도차가 크다.

이 대표의 분리 대응, 온도차 전략은 고육지책이란 평가가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김무성 대표 체제가 어떻게 흔들렸는지를 모두 지켜본 사람”이라며 “대통령과 당 대표의 관계가 틀어졌을 경우에 생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알고 있어서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임기 초)대통령은 절대자나 다름 없다. 대통령과 갈등하는 것은 명분도 서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고육지책이라고 본다”면서 “(용산에 있는) 윤 대통령과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윤핵관들과는 (여의도에서)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들레 논란 등으로 윤핵관 분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 대표의 대응도 세부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는 여러 이슈에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수완박 중재안을 뒤집을 당시인 지난 4월24일 SNS에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오히려 힘을 북돋아 주셔야 한다”고 적었고, 민들레 모임에서도 사적 모임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사실상 함께 내놨다. 공식 직함을 가진 투톱 간 이해 관계가 맞은 결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에게 “권 원내대표도 차기 당권을 안정적으로 노리려면 이 대표가 예정된 임기를 마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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