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지자 만나 "당직은 당원에게"라고 말한 이유

김윤나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당직은 당원에게”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를 뽑는 8월 전당대회 규칙에서 당원 투표 비중을 늘리자는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친명계 정치인들의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지원하면서 자신의 당권 행보에도 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이날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연 사인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원칙들이 관철되지 않는 것은 정말 문제”라며 “정당에서는 당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관철되는 게 필요하다.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그게 큰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계양을 권리당원 수가 8500명이라는데 8만5000명은 돼야 하지 않겠나”라며 “일단 계양을부터 당원을 두 배 정도로 늘리자”라고 말했다.

이 의원 발언은 8월 전당대회 규칙 논쟁에서 친명계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에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10%, 일반당원 5% 비율을 반영한다. 친명계 의원들은 자신들의 주요 지지 기반인 권리당원·일반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자고 주장한다. 일부 대의원의 지지를 받는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갑작스런 규칙 변경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높이자고 주장한다.

전당대회 규칙 갈등이 첨예한 이유는 차기 지도부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친명계 정치인들을 최대한 많이 당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지난 10일 MBC 라디오에서 “혁신과 쇄신은 당대표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당대표를 뒷받침할 지도부 구성도 중요하다”며 “한 세트로 같이 갈 수 있는 지도부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남국, 김용민 의원 등 당 강경파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최고위원 선거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원에게 주류인 의원들이 대개 의원들 사이에선 비주류 취급을 받는다”며 “주류를 일치시키는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 이것이 당원이 주인인 민주정당”이라고 적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팬덤정치로 당심과 민심이 괴리돼 2024년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에 당 지지자 과반은 찬성, 일반 유권자 과반은 반대한다는 일부 여론조사가 그 근거다. 친명계가 당 지도부를 독식하면 86그룹(86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이나 비명계 의원들이 총선 공천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는 다양한 세력들이 당 지도부에 들어가 공천권을 나누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개딸’(개혁의 딸), ‘양아들’(양심의 아들)로 불리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문자폭탄 발송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 그는 “명색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억압적 표현을 한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며 “쓸데없이 과도한 표현을 하게 되면 공격의 빌미가 되고,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당내 계파 갈등 봉합을 위한 통합 행보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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