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 이념에서 벗어나라”…정치적 양극화 경계 한목소리

김경학 기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영상으로 참석해 ‘대전환 시대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영상으로 참석해 ‘대전환 시대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념에서 벗어나라. 좌냐 우냐, 시장이냐 국가냐 하는 이념적 접근에서 벗어나 실리에 기반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토니 블레어)

“정치적 양극화는 가장 큰 도전과제다. 미국에는 정치 양극화, 민주주의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진정한 문제에 봉착했다. 도시에 사는 교육 받은 화이트칼라 계층, 시골에 사는 교육 받지 못한 블루 칼라 계층은 문화적으로 완전히 극과 극으로 달리고 있다. 다른 종족에 가깝다. 이런 문화적 격차는 빈부 격차보다 훨씬 더 위험한 내전으로 번질 수 있는 요소다”(퍼리드 저카리아)

올해 7회째를 맞는 <2022 경향포럼>이 ‘대전환의 시대 - 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을 주제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2일 열렸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교수, 국제정치 전문가 퍼리드 저카리아 박사 등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서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화할 국제질서와 경제 등을 전망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특히 강연자들은 팬데믹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에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관련기사 2·3·4·5·6·7면

‘대전환 시대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기술 혁신, 중국의 부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과거와 달라진 환경에 따라 접근과 해결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 국가와 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주 실용적이어야 한다”며 “20세기에는 주로 좌·우, 시장이냐 국가냐 하는 이념적인 문제가 대부분이었으나, 이런 접근은 지난 60~70년, 나아가 100여년 동안 세계적으로 발생한 국가와 시장 간의 관계 변화, 경험의 변화로 인해 점점 구식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강연 뒤 국내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대담에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퓰리즘과 극단주의가 한국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한 송 전 장관이 해법을 묻자, 블레어 전 총리는 진영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며 윤석열정부에 조언도 전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정부는 비평자가 아닌 ‘실행자’여야 해 어렵다”며 “그 어려움은 국정 경험이 없는 새로운 지도자가 취임하면 더욱 도드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4~5가지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현안이 진보와 보수 간의 분열이라면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화합할 수 있는 중간지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코로나 세상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코로나 세상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코로나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한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얻은 가장 큰 교훈으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꼽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천연두의 마지막 사례가 확인된 곳이 소말리아”라며 “천연두가 사라진 건 소말리아 정부의 노력이 아닌 미국·유럽 국가들의 공조 덕분이었다. 코로나19도 마지막 사례가 사라지는 순간까지 국제 공조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수천만명이 숨진 비극이지만 훌륭한 스승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함을 강조하고 선진국의 미진한 대응을 비판했다.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큰 위협으로 기후변화를 꼽은 그는 “그린에너지 전환에 있어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을 설득하거나 스승이 되지 못한다. 변화한 기후 그 자체가 스승이 될 것이다. 카이로에서 눈이 내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자연재해로 20만명이 사망하면 기후변화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류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양극화도 팬데믹보다 더 큰 위협이라 밝힌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으로 투표권 등 민주주의가 침해당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전쟁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양극화로 민주주의가 망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조강연자로 나선 국제정치 전문가 퍼리드 저카리아 박사 역시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저카리아 박사는 “모든 이슈에 대해 극과 극으로 나뉘어 상충되고 대비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다른 쪽을 위해 절대 투표하지 않는다”며 “민주주의는 타협의 정치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게 민주주의다. 민주주의 미래는 정치적으로 반대하더라도 상대편을 존중하고 시스템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벗어나면 전쟁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대니얼 서스킨드 전 영국 총리 정책자문관이자 옥스퍼드대학교 선임연구원이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서 ‘코로나 시대 직업의 미래’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대니얼 서스킨드 전 영국 총리 정책자문관이자 옥스퍼드대학교 선임연구원이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서 ‘코로나 시대 직업의 미래’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국제정치 전문가인 김지윤 박사의 진행으로 열린 다이아몬드 교수와의 좌담에서 저카리아 박사는 미국 중심의 단극 국제질서는 이제 끝났다고 진단했다. 저카리아 박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가 재편되는 가운데 과거처럼 자급자족으로 돌아가서도 과오를 답습해서도 안 된다. 성장 속도, 회복탄력성이 조금 느리더라도 불평등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새 체제가 필요하다. 지난 수십년간 안전띠를 안 매고 액셀을 밟았다. 이제는 진지하게 안전 장치를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 국제질서를 이끌 국가로 한국을 예로 들었다. 저카리아 박사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국제체제 수용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한국과 같은 국가가 필요하다”며 “끊임없이 발전하며 외향적 대외지향적 역할을 한 한국은 중국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작지만 드라마·영화·음악 등 세계 문화계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민간투자를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한국보다 훨씬 못하다. 한국은 이런 경험을 얻은 특별한 교훈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이날 포럼에는 세계 최고 미래 전략가 중 한 명인 제이슨 솅커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의장, AI 전문가 대니얼 서스킨드 전 영국 총리 정책자문관, 빅 테크 플랫폼 기업 연구가 닉 서르닉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강사, 사회 불평등 분야 권위자 다니엘 발덴스트룀 스웨덴 산업경제연구소(IFN) 교수가 연단에 올랐다. 오후 열린 특별강연에서는 기본소득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마지막 세션은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진행으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솅커·서스킨드·서르닉·발덴스트룀 등 강연자들은 각자의 주장과 반론을 주고받으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해법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진표 국회의장 내정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관·경제계 주요 인사를 포함해 모두 42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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