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멈췄다 불쑥 재개…어리둥절 ‘출근길 회견’

심진용 기자

윤 대통령, 즉석에서 시작
불통 비판 불식하려는 의도

기자단 “내일도 하나” 질문에
“포토라인 치자” 답하기도

‘발언 리스크’ 우려·논란 여전
현행 방식 유지할지 고심

윤석열 대통령이 중단 하루 만에 출근길 회견(도어스테핑)을 재개했다. 국정 지지율 하락세에 그간의 발언 논란을 의식해 중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식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어스테핑에 대한 우려가 여권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어 도어스테핑 형식을 둘러싼 고민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1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코로나19 재유행 관련 방역 계획을 묻자 “어제 질병청장하고 국가감염병대응위원회 위원장, 복지부 차관이 여기 와서 회의를 했는데, 내일(13일) 총리 주재로 중대본 회의가 열릴 것”이라며 “거기서 기본적인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업무보고에서 특히 당부한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일 중요한 건 서민들 민생이 경제위기로 타격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도어스테핑은 예정에 없이 즉석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청사 1층 출근길에 모인 기자들을 향해 먼저 인사하며 “코로나19로 (기자들도) 여러 분이 확진됐다고 해서 가급적 재택근무 권고하고, 청사 안전 지키자고 했는데 다들 나오신다며”라고 말했다. 평소보다 5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윤 대통령을 보고 있던 기자들이 ‘이 정도 거리에서 도어스테핑 하는 것은 어떠시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물어볼 것 있으면 물어보라. (질의응답) 한 개만 하고 들어가자”고 답했다. 평소보다 거리가 멀어 질문이 잘 들리지 않자, 윤 대통령은 웃으면서 “크게”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기재부 업무보고 관련 질문까지 받은 뒤 “너무 많이 묻는데”라며 “여러분 모두 조심하시라”고 인사했다. ‘내일도 (도어스테핑) 하느냐’는 질문에 “이거야 하면 안 되겠나. 여러분들 좀 괜찮아지면 며칠 있다 여기 앞에다 (포토라인을) 치자”고 답했다. 당분간 원거리 형태로 도어스테핑을 이어가면서, 코로나19 확산세와 대통령실 경내 확진자 추이 등에 따라 다시 평소 거리에서 질문을 받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재개는 소통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지율 부담에 도어스테핑 자체를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해소하겠다는 생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참모진 사이 소통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날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과 강인선 대변인이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중단을 알린 지 하루 만에 방침을 뒤집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어스테핑 재개를 따로 논의하지는 않았다”며 “기자들이 나와 인사하고 질문을 청하면 대통령 성격상 그걸 거절하겠느냐는 예상은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논란은 진행형이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어스테핑이 계속된다면 (윤 대통령은)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기자 소통이 활발한 대통령이 되시겠지만”이라면서도 “꼭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적었다. 정 부의장은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 캠프 시민사회총괄본부 대변인이었던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의 글을 공유했다. 이 전 사장은 ‘도어스테핑 유감’이라는 글에서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에 반대한다”며 “대통령이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혔을 때는 거의 최종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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