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이재명은 왜 당원 모집에 적극적일까

탁지영 기자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정당, 여러분의 참여로 바꿀 수 있습니다. 딱 한 분 모자랍니다. 지금 결심해 주세요.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지난달 26일 페이스북

여러분이 좀 더 많이 당에 가입하고 권리 행사도 최대한 많이 하고 주변 사람도 많이 참여시키고 하면 국민과 당원의 뜻이 존중되고 관철되는 진정한 민주 정당이 되어갈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일 광주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

여야 전·현직 대표가 모두 당원 모집에 적극적입니다. 일정 기간 당비를 납부한 당원을 가리켜 국민의힘은 책임당원, 더불어민주당은 권리당원이라 부릅니다. 이들은 선거권을 가져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고,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당원 투표로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집니다. 정당을 움직이는 주요 근간입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원 모집에 있어서 묘하게 비슷한 행보를 보입니다. 두 사람 모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을 즐겨합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 당원 가입을 독려할까요?

두 사람 모두 당내 비주류로 세력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큽니다. 이 전 대표는 30대 0선 당대표였지만 바른정당 출신으로 비주류로 분류됩니다. 성비위 문제로 당원권이 6개월 정지된 뒤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원들을 만났습니다. 장외 정치를 이어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 파동 이후에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명예롭게 정계은퇴할 수 있도록 당원가입으로 힘을 보태달라”(지난달 20일 페이스북)고 호소했습니다. 이 전 대표 지지 당원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세우기’도 생겼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변방의 장수’였던 이 대표는 20대 대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며 비주류의 굴레를 벗기 시작했습니다. 대선 이후 ‘개딸’(개혁의 딸), ‘양아들’(양심의 아들)이 대거 당원으로 가입했고, 이 대표는 팬덤에 힘입어 주류로 등극했습니다. 민주당 8·28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78.22%에 달하는 권리당원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검찰 수사·기소 분리 등 입법과제나 당헌 개정 등 당무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합니다. 그 과정에서 개별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폭력적 문자폭탄이 문제가 되자 민주당은 당원 청원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권리당원 중심으로 빗발쳤죠.

이재명 대표는 줄곧 당원 또는 지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강조해왔습니다. 지난 1일 이 대표는 취임한 뒤 처음으로 광주에서 권리당원과 타운홀 미팅을 2시간 넘게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권리당원 숫자가 많이 늘어나고, 목소리가 커지고, 조직화되는 것들을 일부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당원들의 집단지성이 형성되고 발전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를 지켜봐온 사람들은 당원과의 소통 강화가 그의 정치 역정과 관계 깊다고 설명합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거에는 변방에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가 (중앙정치에) 전달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투자됐다”며 “직접 소통의 중요성을 더 많이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SNS 소통에 주력했던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세력 구축을 위한 당원권 강화가 당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민주당에선 강성 당원이 과잉 대표되는 팬덤 정치가 논란이 됐습니다. 자기 정치에는 효과 있을지 모르지만 당내 분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이념에 동의해서라기보다 특정 인물에 대해 충성도가 높아서 당원으로 가입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편을 늘려 당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 당내 민주주의와 어떤 관계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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