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여가부 폐지 반대’ 공식화···이재명·박홍근 의견 피력 회피에 비판도

탁지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가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내 차관 부서로 격하시키는 것에 대해 대선부터 일관되게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최근 있었던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과 서산 가정폭력 살인 사건은 여성의 구조적 차별이 엄존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며 “여성의 차별 문제를 차관급 부서로 격하시키면 부처 간 교섭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여가부 기능을 확대·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 또는 성평등가족청소년부로 명칭을 바꿔 인구나 청소년 정책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김 의장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입법 시기가 되면 (여야가) 협의하지 않겠나”라며 “공론화해 여가부 기능을 확대·개편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정안 자체가 정쟁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여가부 폐지가 논란거리로 번지면 윤석열 정부의 경제 무능과 외교·안보 실패 등 다른 현안을 가린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여가부 폐지를 ‘남녀 갈라치기’ 수단으로 꺼내들었다고 보고 ‘찬반 논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눈초리도 있다. 김 의장은 “민생이 매우 심각하고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처하는 게 시급하다”며 “정부조직 개편을 정쟁화해 국력을 소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도부는 공개 석상에서 여가부 폐지 반대 의견을 밝히는 것을 피해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가부 폐지 반대 대응 방침을 밝혔을 뿐 공개회의 모두발언에서는 언급한 적이 없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최근 공개 회의에서 여가부 폐지를 언급한 바 없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직접 계속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쟁점화시키는 것 같다”며 말을 피했다. 김 의장은 ‘여가부 폐지 반대가 당론인가’라는 질문에 “정책위의장이 공식적으로 하는 이야기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치의 역할은 갈등을 회피하거나 갈등을 부추겨 어느 한 쪽의 등에 올라타는 기회주의에 있지 않다. 갈등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지지층과 반대층을 함께 설득하며 모두의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민주당의 이름으로 반대하고 저지하자”고 밝혔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여가부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의힘과 협상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추진하는 태도와 온도 차이가 심하지 않나.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에게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