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서훈 같은 자산 꺾어버리다니···안타까워”

탁지영 기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4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데 대해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훈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 전문가, 전략가, 협상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에 대해 “한·미 간에도 최상의 정보협력관계를 구축하여 미국과 긴밀한 공조로 문재인 정부 초기의 북핵 미사일 위기를 넘고 평화 올림픽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내면서 평화의 대전환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간에도 한·미 간에도 최고의 협상 전략은 신뢰”라며 “신뢰는 긴 세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더욱 힘이 든다”고 검찰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를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글에 “신뢰의 위기를 정부가 주도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댓글을 달았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검찰 수사를 두고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내고 문 전 대통령의 글에 대해 “서 전 실장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서 전 실장을 두둔해 어떻게든 자신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로 해석된다”면서 “제발 도는 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서 전 실장은 물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힘의 ‘능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안타까운 일’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은 한반도에 길게 드리워지고 있는 먹구름이 불길하기 때문”이라며 “이제부터 어떤 전문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서겠나. 그저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타격론’에 장단을 맞춰 전쟁광들만이 날뛸 게 뻔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출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SNS에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뒤집고 지우는 현 정부의 난폭한 처사를 깊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서 전 실장 구속을 “국가의 대내외 역량을 훼손하는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서 전 실장이 지난 3일 구속되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월북으로 몰아간 최종 책임자”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정권의 입맛에 맞춰 결론이 정해진 정치보복 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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