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인단 투표를 사흘 앞둔 1일 김기현 후보가 여론조사상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뒤를 쫓는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는 결선 진출 준비에 나섰다. 안 후보는 말을 아꼈던 대통령실 당무 개입에 날선 비판을 내놓았고, 김 후보의 연대를 ‘공갈연대’라고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천 후보는 자신이 안 후보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김 후보의 부동산 투기 관련 추가 의혹을 제기하며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경북 안동 독립운동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매우 가파른 속도로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가 나경원 전 의원과의 연대에 의구심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훌륭한 선수는 남을 뒤에서 끄집어 당기지 않는 것”이라며 본인이 선두주자라는 점을 공고히 했다. 김 후보는 이날 경북 안동, 영주, 상주 등을 차례로 돌며 당원들과 만났다.
김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25~27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1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537명 중 47.1%가 김 후보를 꼽았다. 안 후보 22.6%, 천 후보 16.4%, 황 후보 9.9% 순으로 집계됐다. 변수로 여겨진 부동산 투기 의혹은 같은 기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 54.3%가 김 후보의 지지도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42.4%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포인트. 국민의힘 지지층 ±4.23%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는 결선 투표 진출을 자신하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김 후보의 공격이 자신만을 향하는 점이 ‘2강’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2강인) 제일 직접적인 이유는 김 후보가 저만 공격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결선 상대로 예상하는 김 후보에 대해서는 “어제 (나 전 의원의) 표정을 보면 억지로 끌고 나온 것처럼 보인다. 윤상현 의원 같은 경우는 중립을 지켰는데도 (김 후보가) 계속 팔고 있다”며 “일종의 ‘공갈 연대’”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이날 그간 말을 아꼈던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천 후보에게도 뒤를 쫓기는 상황에서 당을 개혁할 후보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는 왜 대통령실 발언에 맞서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통령실. 비대위, 선관위 모두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저만의 피해의식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안 후보는 “권력의 단맛을 독점하려는 몇몇 사람의 탐욕 때문에 총선 승리가 위태로워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천하람 후보는 결선 진출을 확신하며 결선에서 안 후보가 자신을 도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 후보는 이날 SBS라디오에서 “여러 자료들을 분석했을 때 천하람-김기현 결선은 200% 확신한다”며 “(결선에 가면) 안 후보가 이번에 저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실 것이다. (안 후보 입장에서) 죽 쒀서 천하람 준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 후보는 “개혁의 천하람, 구태의 김기현이라는 식으로 구도가 명확해지다 보니까 안 후보는 우물쭈물하다가 자기 발에 걸려서 무대에서 떨어진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김 후보에 대한 부동산 투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와의 연대나 단일화 없이 결선투표까지 도전하겠다는 뜻을 풀이된다. 황 후보는 “(김 후보와 논란이 된 땅을 거래한) 김씨는 김 후보가 울산시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재개발사업 조합장, 상북지구 도시개발사업 추진위원장을 맡고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또 “김 후보가 땅을 살 때 지불한 현금 2억1000만원은 IMF 때면 서울 소재 아파트 3채를 매입할 수 있는 돈”이라며 “서민들의 삶에 공감한다는 김 후보가 서민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 시기에 쓸모없는 땅을 왜 그 큰 돈을 주고 매입했나”라고 지적했다.
다만 황 후보는 결선투표에 김 후보와 안 후보가 오를 경우를 가정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동안 정치적 행보를 보면 그래도 보수우파, 정통보수에 가까운 행보 보인 것은 김 후보 아니냐는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