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회의실 백드롭
‘민주당 혁신=현대판 고려장’
현금성 포퓰리즘이란 지적도
국민의힘과 정부가 전국 경로당 6만8000여곳에 냉방비 지원 등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10만원씩 지급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훼 발언 논란을 활용, 현금 지원을 통해 노인 표심에 구애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민·강대식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과 이날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한 경로당을 찾은 자리에서 “올 여름 유난히 덥지 않나. 전국 경로당 6만8000여개에 전기료, 냉방비를 마음대로 쓰고 필요한 폭염 대책에 쓰시라고 10만원씩 지원을 특별히 하기로 정부와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한 노인이 “너무하다. 10만원”이라고 말하자 윤 원내대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저희들이 잘 알지만 폭염과 관련해서 지원하려는 것”이라며 “또 말씀해주신 것들은 내년도 예산에 담을 수 있는 건 담고 어르신들이 쾌적하게 불편없이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더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노인들로부터 각종 고충도 들었다. 노인들은 “(경로당의) 쌀도 부족하다” “운영비가 30만원 조금 넘는데 사람이 30명이라 부족하다” “어쩌다가 몰아서 (고충을) 말하라고 하면 잊어버리니까 당이 항상 곁에 있어 달라” “경로당을 활성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오 시장은 “밤잠 못 주무실 때 여기서 편하게 냉방비 아끼지 말고 빵빵하게 트시라. 저희가 얼마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침에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의견 청취를 했고 가용한 예산을 찾겠다”며 “올 여름은 특별한 더위 아닌가. 사실 폭염도 재난으로 다 분류를 하고 있어서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원 방식이라든지 시기 등은 정부에서 아마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이날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욱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사과를 한 것으로 생각하고 늦었지만 그나마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날 지역구인 경남 진주의 한 경로당을 찾은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올여름의 이례적 폭염에 따라 전국 경로당에 10만원씩 더 특별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 지도부의 경로당 10만원 지원 발표는 김 위원장 노인 폄훼 논란의 대비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사이 노인 복지를 챙기는 행보로 노인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노인 폄훼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국민들은 무례하고 몰염치한 위원장을 임명한 민주당 대표의 안목에도 혀를 내두른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휴가 중인 김기현 대표도 SNS에서 “기괴한 일은 이재명 대표가 잠수를 탔다는 사실”이라며 “우리 당 같으면 이미 중징계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궁지에 몰린 국면을 활용해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내년 총선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승부가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큰데 김 위원장의 실언을 계기로 국민의힘이 차별화 전략을 펴는 것”이라며 “여당도 대통령도 재정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당장 표가 달린 의원들 입장에서는 그냥 놔두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현금 지원은 정부·여당의 재정기조와 어긋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표를 의식하는 매표 복지 예산은 철저히 배격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SNS에서 “당장 표가 아쉬운 정치인들은 마치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양 퍼주기 포퓰리즘에 경도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 무책임한 결정이 반드시 가져올 무거운 짐, 그 계산서는 결국 우리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감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