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변단체 보조금 퍼주기

‘태극기 달기 캠페인’ 등에 1억씩 펑펑…관리·감독 ‘허술’

문광호 기자

세부사업 내용, 안보·마약 예방 등 윤 정부 강조 정책과 밀접

여권 인사들이 세 단체 총재·회장으로…내년 총선 개입 우려

<b>자유총연맹 경내의 이승만 전 대통령</b>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관변단체가 올해 받은 국고보조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4일 서울 중구 한국자유총연맹 경내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서 있다. 권도현 기자

자유총연맹 경내의 이승만 전 대통령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관변단체가 올해 받은 국고보조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4일 서울 중구 한국자유총연맹 경내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서 있다. 권도현 기자

‘양평지회, 제3회 태극기 그리기 대회 등 9건, 1억5585만원’.

올해 한국자유총연맹 경기 양평지회가 지급받은 보조금과 사업 내용이다. 양평지회 외에도 서울 강남지회, 성동지회가 국경일 태극기 달기 캠페인 등 사업으로 각각 9727만원, 534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자유총연맹이 이렇게 받은 보조금 총액은 올해 138억9461만원에 이른다.

경향신문이 14일 국회를 통해 입수한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세 단체의 ‘2022~2023년 보조금 총액 및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세 단체의 올해 보조금 총액은 231억8210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지만 보조금에 대한 자체 관리와 행정안전부 감독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 단체가 받은 올해 보조금 규모는 ‘역대급’이다. 윤석열 정부가 올해 새마을운동중앙회 국고보조금을 9억9700만원 늘려 세 단체 총 국고보조금은 55억2800만원이다. 세 단체 국고보조금은 김대중 정부에서 연평균 12억원, 노무현 정부에서 3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연평균 44억원, 박근혜 정부에서 49억원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해 자유총연맹 2억8500만원, 새마을운동중앙회 39억7600만원,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3억원 등 45억61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했다.

세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이승만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자유총연맹은 이승만 정부 당시 ‘아시아민족 반공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신군부 산하 ‘사회정화위원회’를 모체로 한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운동을 체제 유지와 지역 관변조직 활성화에 이용하고자 한 전두환 정부 시기 창립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반공연맹이 해체 후 자유총연맹으로 재탄생했고, 법에 규정된 목적도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발전’ ‘새마을운동의 지속적인 추진과 향상을 도모’ ‘밝고 건강한 국가·사회 건설’ 등 공익적 취지로 순화됐다.

그러나 세부사업 내용은 과거 단체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총연맹이 지부·지회별로 한 가지씩 제출한 보조금 사업 내역에는 ‘안보’ 관련 활동 47건, ‘민주시민교육’ 23건, ‘태극기 달기 운동’ 18건, ‘6·25전쟁 음식 재현 시식회’ 13건 등으로 나타났다. 서초지회 ‘마약예방 캠페인’, 정선지회 ‘4대악 근절 캠페인’ 등 윤석열 정부 들어 강조하는 정책 관련 사업에도 보조금이 지원됐다.

보조금의 운영비 비중도 높았다. 지난해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17개 지부가 받은 보조금 중 운영비 비중을 확인한 결과 평균 52.71%에 달했다. 올해는 46.62%(대전 제외)였다. 운영비 외 사업비 용처도 공익적 활동보다는 회원 간 교류와 간담회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 단체는 별도 조직법에 따라 운영비 지급 등이 보장되지만 다른 민간단체들이 보조금법 적용을 받아 보조금을 운영비로 교부받지 못하는 것과 비교된다. 보조금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이번 정부에서는 이들 관변단체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보조금 회계도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자료를 실제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예산안과 비교한 결과 1억4100만원이어야 할 보조금을 1410만원으로 오기하고, 지부에서는 지급된 보조금을 9850만원으로 기재해놓고 중앙에서는 4억5552만원으로 보고한 사례 등이 발견됐다.

대전시가 지원하는 바르게살기회관 건립 보조금 14억원은 여당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1월28일 대전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대전시 행정자치국장은 회관 부지에 대해 “정확하게 확정은 안 됐고 20억원 정도면 매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시의원조차 “20억원이면 큰돈인데, 장소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대략적으로 잡나”라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단체가 내년 총선에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자유총연맹과 새마을운동중앙회는 국민의힘 소속 강석호 전 의원과 곽대훈 전 의원이 각각 총재와 회장을 맡았고,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장에는 임준택 전 수협중앙회장이 취임했다. 임 회장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 서·동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나온다. 특히 자유총연맹은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한 사실이 지난달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세 단체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금지된다.

정부·여당이 이들 단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여지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목표로 하는 정부·여당과 문재인 정부 기간 삭감된 보조금, 잃어버린 보수성을 회복하려는 관변단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자유총연맹 등 단체들은 지역조직이 탄탄해 선거를 할 때 챙겨야 하는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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