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취약계층에 쓸 돈 1조 넘게 안 썼다

이창준·이호준 기자
정부, 취약계층에 쓸 돈 1조 넘게 안 썼다

기초생활 의료급여 7000억 등
작년 민생 예산 대규모 ‘불용’
56조 역대급 세수펑크에 위축
“일선 현장에서 알아서 미집행”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지난해 지출 예산 중 1조원이 넘는 취약계층 지원 예산을 정부가 임의로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6조원이 넘는 세수펑크로 정부 지갑이 얇아지자 취약계층 지원에 필수적인 예산마저 지출을 줄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경향신문이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예산안 중 기금 간 거래액 및 예비비, 지방 교부금·교부세를 제외하고 정부의 사업 단위 불용액이 가장 큰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하나인 의료급여다. 불용 규모는 7000억원에 달했다. 불용액은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 중 정부가 쓰지 않은 돈을 말한다.

고령층에 지급되는 기초연금 지원 예산 불용액도 3306억원이었다. 의료급여와 기초연금만 합쳐도 1조원 넘는 취약계층 지원 예산이 사용되지 않은 셈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료급여와 기초연금은 의무지출의 성격이 강한데 저렇게 불용액이 많이 나온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급여 불용액은 2022년은 4000만원, 2021년은 1000만원에 그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병원 손실 보상 등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해 예산을 전용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서 지난해 의료급여 예산이 통상보다 많이 잡혀 있었다”며 “취약계층 가운데 지원을 받아야 할 대상자가 받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사용하라고 승인한 재원 가운데 1조원 이상을 정부가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와 달리 과거 의료급여 불용액은 2022년은 4000만원, 2021년은 1000만원에 그쳤다.

자율형 사회서비스 투자 사업예산(121억원), 저소득층 자활 지원 예산(114억원),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원 예산(73억원) 등 취약계층 지원 예산 위주로 복지부 예산이 대거 사용되지 못하면서 복지부의 지난해 예산 불용액 규모는 1조2008억원에 달했다.

다른 부처에서도 취약계층이나 민생 관련 예산이 대거 불용됐다. 국방부의 경우 군인 인건비(3099억원), 장병 복지 지원 예산(1619억원), 군 시설 개선 예산(692억원), 군 피복비(466억원), 군 의무비(274억원), 군 급식비(186억원) 등 장병 생활과 관련 예산이 5000억원 이상 덜 쓰였다.

고용노동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3000억원),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2152억원), 중소기업 청년 인턴제(1697억원), 청년내일채움공제(987억원)등 고용 취약계층 지원 예산 불용액 규모가 컸다. 정부는 최근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지난해 교육부의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1066억원) 예산은 계획보다 1000억원 이상 덜 투입됐다.

부처별로 보면 환경부 예산 불용률이 두드러졌다. 환경부는 지난해 예산(12조6483억원) 대비 9.45%(1조1952억원)를 쓰지 못했는데 특히 대기오염 발생원 관리 예산 6806억원이 불용된 것이 컸다.


Today`s HOT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폭격 맞은 라파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