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마음 잡고 새로 시작” 정면돌파…“준비 안된 사람도 있어” 강한 질타도
청와대는 25일 재산공개 논란을 두고 ‘밖’의 따가운 시선과는 달리 “무슨 일이 있느냐”는 분위기였다.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공개 이후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나라당 일각과 야당에서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의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들끓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자체 조사결과 언론과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한 수석들의 경우 공직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있을 만큼 법적, 도덕적으로 큰 하자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진용을 교체할 의사가 없음을 좀더 분명히 했다. 이날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취임한 지 딱 두달이 됐는데 그동안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못됐다. 이제 마음을 다 잡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새 출발’을 강조했다. “새로운 이미지를 지금부터 형성해나가야 한다. 청와대가 내놓은 정책을 끝까지 뒷바라지 하고 챙기고 하는데구나 하는 이미지, 이런 것을 염두에 두면서 당면과제, 일을 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새 출발론’은 박 수석 등의 부동산 문제에 일부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다고 해서 수석비서관을 바꿀 계제는 아니라는 판단에서 나온 듯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수석을 낙마시킬 경우 한나라당 소장파가 요구했던 정무라인 교체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청와대 비서관의 자세로 헌신과 봉사를 강하게 주문하는 등 ‘고삐’를 죄었다. 질타의 성격이 담겨 있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공직자는 과연 내가 헌신하고, 봉사하고, 희생할 만한 결심이 돼 있는가, 이런 것을 스스로 점검할 기회도 없이 들어온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나는 과연 희생하고 정말 몸을 던져서 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들어왔는가, 그렇게 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준비했는가, 그 준비는 자기 자신, 가정, 친척, 가깝게 지내온 교우관계, 모든 면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내부 다잡기’를 하면서 재산공개 파문을 ‘정면돌파’ 하기로 가닥을 잡은 데는 첫 내각 구성시 이춘호·남주홍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터에 또다시 일부 수석을 바꾼다면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새 정부 초반 국정 장악력과 추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여기서 정치권에 밀리면 입법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계속 국회에 끌려다닐 우려가 있다”(청와대 관계자)고 판단했음직하다.
그러나 ‘앞으로’를 선언한 이 대통령 뜻대로 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몇몇 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면서 여론이 등을 돌리면 이 대통령도 무작정 외면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인사는 “결국 여론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