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새 정부 출범 전 집무실 이전 무리···준비 후 이전이 순리”

정대연·유설희 기자

윤 당선인 최우선 과제에 청와대 ‘제동’

회동 무산 이어 ‘신·구 권력 갈등’ 확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전날 직접 발표한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해 안보 공백 우려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 당선인이 당선 직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문재인 정부 말 주요 인사,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사면 문제로 지난 16일 대통령·당선인 회동이 당일 무산된 데 이어 신·구 권력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약 90분 동안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와 관련해 “문 대통령도 과거 대선 때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한 바 있어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윤 당선인) 뜻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보다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며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원회에 이러한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회의에는 기존 NSC 상임위원에 더해 집무실 이전 관련 부처 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원인철 합참 의장 등이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안보 공백을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안보가 가장 취약한 정권 교체기인데다 다음달 중순 북한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15일)과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돼 있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으로 긴장 수위를 높일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박 수석은 “특히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안보 역량의 결집이 필요한 정부 교체기에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런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이전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현 청와대를 중심으로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 등 대공방어체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며 “국방부와 합참, 관련기관 등은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임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이 사전 협의 없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군 통수권·인사권·사면권 등을 내놓을 것을 공개 압박하는 데 대한 문 대통령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수위 측은 전날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기 전 청와대와 정부에 공식적인 협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에 따라 윤 당선인 측이 신속한 처리를 원했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496억원 편성은 불가능하게 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예비비 (편성의) 내일(22일)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집무실 이전에 예비비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구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미 한 차례 무산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도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실무협의를 위해 만났으나 윤 당선인 측의 인사 요구를 청와대가 거부하면서 회동 일정 조율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 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며 “5월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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