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일만에 전면 중단된 출근길 문답…언론에 ‘극단적 조치’ 반복

유정인 기자    심진용 기자
윤석열 대통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로 들어서면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로 들어서면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출입기자단과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6개월여 만에 전격 중단했다. 대통령 순방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된 MBC 소속 기자가 윤 대통령이 문답을 마치고 자리를 뜨는 중에 질문한 것 등을 문제삼았다. 출근길 문답 재개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해당 기자에 대한 개별 징계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언론관 논란이 확산하면서 파장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21일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취임 다음날인 지난 5월11일 첫 출근길 문답이 이뤄진 이후 194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 도착한 다음 출근길 문답을 진행하지 않은 채 집무실로 들어갔다. 평소 출근길 문답이 진행되던 청사 1층 현관과 로비 사이 나무 합판으로 만든 가벽이 전날 설치되면서 윤 대통령의 출근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런 일로 인해 (출근길 문답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오히려 국민과의 소통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거라는 우려마저 나온다”면서 “이에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 국민과 더 나은 소통을 위해 부득이 오늘부로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불미스러운 일’은 지난 18일 출근길 문답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MBC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를 “동맹 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자리를 뜰 때 MBC 기자가 “무엇이 악의적이었느냐”고 큰 소리로 묻자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두 사람 사이 언쟁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답하지 않고 집무실로 이동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MBC 기자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출근길 문답이 청문회는 아니지 않나”라며 “들어가는 분에게 고성으로 ‘뭐가 악의적인가’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들어가는 대통령의 등에 대고 고성에 가깝게 소리를 지르며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 정당한 취재활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문제삼는 것은 결국 ‘태도’ 문제로 요약된다. 개별 기자 취재 태도에 대한 대통령실 판단을 기준삼아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한 출근길 문답의 전면 중단을 택했다. ‘소통의 상징’으로 삼아온 변화를 스스로 되돌리는 극단적 조치로 해석된다. 그간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을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고 소통폭을 넓힌 대표적 변화로 강조해 왔다.

이번 사안의 구체적인 시발점은 지난 동남아 순방 당시 전용기에 MBC 소속 취재진의 탑승을 불허한 조치다. 지난 9월 미국 순방 때의 ‘비속어’ 논란 보도를 문제삼아 출국 이틀 전 전격 불허 조치하면서 언론자유 침해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실이 언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적 방법을 거치는 대신 자의적으로 내릴 수 있는 극단적 조치를 반복하면서 언론관 논란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도어스테핑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 그런 판단이 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기자 출입정지 등 후속 조치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출입기자 간사단에 “대통령실은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회사 기자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 중에 있다”면서 기자단 의견을 요청했다. 상응 조치로는 MBC 소속 해당 기자에 대한 출입기자 등록 취소, 기자실 출입정지, 기자 교체 등을 들었다. 출입기자단은 관련 규정 등을 들어 “품위 손상 여부 등은 간사단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며 징계를 논할 수 있는 근거 규정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자체적인 후속 조치 논의는 진행 중이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해당 기자와 어떻게 앞으로 같이 하겠나”라며 출입정지나 교체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 구체적인 고민을 해 나가겠다”면서 “특정한 것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출근길 문답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이 ‘근본적 대책 마련’을 선행 조건으로 내세운 만큼 사안이 조기에 정리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출근길 문답의 형식적 변화 여부, MBC 해당 기자에 대한 대통령실의 조치 여부 등을 두고 재개 전까지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

김영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옛 국민소통관장)은 이날 사의를 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비서관이 지난 금요일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도어스테핑 및 그 공간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오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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