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처리’ 강조하지만…삼중수소 등은 ‘제거 불가’

이정호 기자

‘처리수’ 주장의 문제점

탱크에 저장 중인 오염수의 66%는 방사성 물질 기준치 넘어
후쿠시마보다 더 정화해서 내보내는 한국도 ‘배출수’로 표기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저장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저장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11일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에 노출된 ‘오염수’를 ‘처리수’ 또는 ‘오염 처리수’로 부르자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처리수는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쓰는 말로, 청정하게 정화됐다는 의미를 강조한 표현이다.

국내 일부 과학계와 시민단체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에 접촉한 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처리수라는 표현을 왜 한국이 써야 하느냐 반문한다. 과학적으로 봐도 현재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지상 탱크에 저장 중인 오염수의 66%는 방사성 물질 기준치를 넘는다.

게다가 현재 지구에 있는 어떤 정화기술을 써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오염수에서 제거할 수 없다. 바다에 방류되는 순간까지도 오염이 완전히 ‘처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한국이 나서서 일본이 강조하는 처리수라는 용어를 굳이 쓰려는 건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관리를 담당하는 도쿄전력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처리수를 “삼중수소 외 방사성 물질이 안전에 관한 규제 기준치를 확실히 밑돌 때까지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정화 처리한 물”이라고 정의한다. 현재 이런 물은 후쿠시마 원전 근처 탱크에 보관된 총 130만t 오염수의 34%를 차지한다는 게 일본 측 설명이다.

주목되는 점은 안전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 나머지 66%의 물을 지칭하는 용어다. 도쿄전력은 이를 ‘처리도상수’라고 부르고 있다. 정화 처리 과정 중인 물이라는 뜻이다.

도쿄전력 자료에 따르면 처리도상수에는 기준치를 살짝 웃도는 물도 있지만 기준치의 최고 1만9000배를 넘긴 물도 있다. 그런데도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뽑아내 저장한 어떤 물에도 ‘오염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에서 ‘처리수라는 용어 사용을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한국 원전에서는 후쿠시마 원전보다 정화를 훨씬 더 잘해서 내보내는 물에도 ‘배출수’라는 용어를 쓴다”며 “처리수라는 표현은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준다. 한국에서 처리수 표기를 쓰자고 주장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국 언론인 영국 BBC와 미국 CNN,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선 대체적으로 ‘오염수(contaminated water)’ ‘폐수(wastewater)’라는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물이 무엇에 오염됐는지 독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방사성 물(radioactive water)’이라는 표현도 쓴다. 다만 일본의 조치나 주장을 나타내는 문장에선 처리수(treated water)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와 지상 탱크에 저장된 물의 66%는 도쿄전력 자료로만 봐도 방사성 기준치를 초과한다”며 “이것이 오염수이지 어떻게 처리수냐”고 했다. 이 대표는 “처리수라는 용어 자체가 일본의 논리”라며 “오염을 감추기 위한 술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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