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주변 숲에 방사성 물질 ‘세슘’ 67% 잔존

이정호 기자

프랑스-일본 연구진, 후쿠시마 원전 주변 땅 분석

오염 제거 어려운 산림에 ‘세슘-137’ 다량 잔존

토양서 빠져나온 뒤 강물 타고 하류로 이동

일부 전문가 “바다 유입되는 경로 경계해야”

2011년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현재 모습. 폭발 당시 대기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 상당수가 원전 주변 숲에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AP연합뉴스

2011년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현재 모습. 폭발 당시 대기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 상당수가 원전 주변 숲에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AP연합뉴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당시 대기에 방출된 주요 방사성 물질 중 67%가 숲을 중심으로 한 원전 주변 땅에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여년간 이뤄진 오염 제거작업이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어서 최근 오염수 방류까지 나선 일본 정부의 원전 사고 처리 능력에 의문을 키우고 있다. 특히 세슘 같은 위험물질이 빗물을 따라 강과 바다로도 흘러들 수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프랑스 지질광물조사국(BGRM)과 일본 국립환경과학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장기간 이뤄진 오염 제거작업에도 원전 주변 토양이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에 오염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세슘-137은 암을 유발하는 방사성 물질로, 반감기(독성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30년에 이른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 대기에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땅에 다량으로 내려앉은 지역(원전 주변 44㎢)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해당 지역을 흐르는 강에서 세슘-137을 뽑아내고, 이후 세슘-137이 강을 타고 주변 땅으로 어떻게 퍼질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세슘-137 등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일정 기간 공중에 떠 있다가 땅으로 떨어진다. 이때 방사성 물질의 95%는 지표면 2㎝ 이내에 집중 분포한다.

연구진 조사 결과, 분석 대상 지역에 떨어진 세슘-137의 67%는 숲을 중심으로 한 땅에 잔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방사성 물질은 비가 많이 올 때 토양에서 쓸려 나와 강으로 유입되고, 하류를 향해 흘러간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일본 정부는 2012년 1월 방사선 오염 제거 계획을 수립한 뒤 이를 추진했다”며 “하지만 오염 제거작업은 주로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 토양을 장판을 들어내듯 걷어내는 방식으로 오염 제거작업을 실행했다. 그런데 이 작업은 주택과 도로에서 20m 이내 지역, 그리고 경작지에 집중됐다.

산림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인력이나 장비를 투입하기가 어렵다.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도 감안됐다. 하지만 산림을 그대로 둘 경우 방사성 물질이 지속해서 주변 지역으로 유출돼 오염 확산이 끊이지 않는 문제가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강에 유입된 세슘-137이 바다로 흘러갈 가능성까지는 직접 분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다른 연구진 분석에서는 그런 경로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경고한 결과들이 있다.

2013년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와 일본 쓰쿠바대 연구진은 후쿠시마 인근 지역 토양 유실과 태풍과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그 결과 태풍의 강한 비바람에 노출된 토양 안의 세슘-137 등 방사성 물질이 강과 태평양으로 흘러간다는 점을 발견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대기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 상당수는 기체가 아니라 입자(알갱이)”라며 “시간이 지난 뒤 땅으로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이 방사성 물질이 토양에서 강을 거쳐 바다로 나가게 된다”며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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