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4조6천억 줄어드는데 “군살 빼기”라는 과기정통부 장관

이정호 기자

이종호 장관 “근육 붙이는 과정”

과학계 “연구 실패 정부가 책임”

문제 땐 “법적 소송” 경고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내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보다 15%가량 삭감된 것에 대해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군살을 빼고 근육을 붙여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는 지난 21일 26조5000억원의 R&D 예산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올해 예산 규모인 31조원보다 약 4조6000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정부 R&D 예산이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과학계는 “국회 논의 뒤에도 정부의 구조조정 기조가 그대로 유지됐다”며 반발했다.

이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 R&D 예산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국이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새로운 체계로 탈피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지금 어려움이 잘 지나가면 우리나라 연구 예산이나 제도 등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R&D 예산 삭감 과정 중 정부·여당 일각에서 불거진 ‘카르텔 논란’을 진화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R&D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요소를 걷어내려 했던 것”이라며 “카르텔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은 대전에서 열린 행사에서 과학계 내에 8가지 유형의 카르텔이 있다며 구체적인 사업과 기관명 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조 차관의)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초 정부가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한 25조9000억원에 비해 예산이 6000억원 증가했지만 연구 현장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연구 현장에서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과제가 실패로 끝났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는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법적 소송 등을 통해 대응하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연구는 ‘기초 연구’ 단계에서 시작해 본격적인 ‘상용’ 단계로 넘어가기 전 실용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증’ 단계를 거친다. 신기술로 본격적인 제품 생산을 하기 전에 작은 공장을 만들어 물건을 찍어보는 것이다. 그런데 실증에는 실험실 연구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든다. 각종 기계와 시설을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R&D 예산 삭감으로 실증 단계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장돼버리는 연구가 생길 가능성이 큰데, 이때 책임질 주체를 분명히 하겠다는 목소리가 과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어확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공동대표는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책임질 조직을 명확히 해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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