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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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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두율 칼럼]실용주의의 명암
    실용주의의 명암

    유연성은 기준의 부재를 뜻하지 않으며, 정책 수정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공개적 학습의 과정이어야 한다 결국 실용은 가치와 목적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가치를 구체적인 현실로 옮기는 지혜여야 한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실용주의의 성패 역시 이 기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이재명 정부 출범 이래 가장 자주 등장하는 정치 용어 가운데 하나는 ‘실용’ 또는 ‘실용적’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국내 정치뿐 아니라 외교를 논할 때도 빠짐없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실용을 현 정부의 중요한 국정 기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역대 정권은 출범할 때마다 저마다의 국정 지표와 시대적 구호를 내세웠다. 박정희 정권의 ‘조국 근대화’처럼 깊은 인상을 남긴 구호도 있었지만, 전두환 정권의 ‘정의사회 구현’이나 윤석열 정권의 ‘반지성주의의 극복’처럼, 실제 정치 행태를 통해 스스로 내세운 가치를 부정함으로써 희화화된 구호도 있었다.우리말 속담인 ‘꿩 잡는 게 매’는 실용...

    2026.07.28 20:18

  • [송두율 칼럼]상실의 세대
    상실의 세대

    상실의 세대가 민주주의의 바깥서 분노의 언어를 배우게 할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 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말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이번 선거 후폭풍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3주가 넘었는데도 선거가 몰고 온 파장에 대한 보도는 여전하다. 이를 보면서 나는 2021년 9월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선거 당시 베를린에서 벌어진 일을 떠올린다. 당시 베를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과 긴 대기 시간 때문에 일부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논란 끝에 연방헌법재판소는 베를린의 455개 투표구에서 부분 재선거를 시행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재선거는 2024년 2월에야 치러졌다. 2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사태는 시위나 소동 없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제도적으로 마무리되었다.한국에서는 왜 그런 사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해결 방도를 여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에 이 사태는 단순한 선거행...

    2026.06.30 20:06

  • [송두율 칼럼]‘두 국가’의 명칭
    ‘두 국가’의 명칭

    이름은 단순 호칭이 아니다. 상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관계를 맺고자 하는가를 드러내는 정치적 언어다 한국과 조선이란 두 이름이 영원한 분리의 상징이 될지, 경쟁과 공존의 새로운 관계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안 정해졌다 어쩌면 한반도의 미래는 국경선의 위치보다는 서로를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르겠다수원에서 열린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에서 북한의 ‘내고향’ 팀이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꺾고 우승했다. 오랜만에 남한 땅에서 남북 팀이 맞붙은 준결승전도 열렸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앞으로 한반도가 안고 갈 과제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북한 선수단이 여행증명서 대신 여권을 사용한 것에서부터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 이르기까지, 이번 만남은 과거 상봉의 기쁨보다는 긴장과 거리감이 두드러졌다. 특히 한 기자가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내고향’ 팀 감독이 불...

    2026.06.02 20:11

  • [송두율 칼럼]미국과 유럽, 힘과 규범 사이에서
    미국과 유럽, 힘과 규범 사이에서

    미국 중심 질서에 계속 결속이냐, 하나의 전략적 주체로 재구성이냐, 규범·중재 통해 다극 질서의 균형자로 남느냐 유럽은 지금 자신들 앞에 놓인 세 가지 길 사이에서 결정을 유보한 채 고민하고 있다 다극화 시대에서 정치적 판단력을 확보해야만 하는 과제는, 유럽뿐만 아니라 분단체제 속의 한국에도 낯설지 않다며칠 전 베를린을 떠나 포르투갈로 향하던 길, 공항으로 가는 도중 하나의 포스터가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한때 냉전의 상징이었던 브레즈네프와 호네커의 포옹 장면을 패러디하듯, 그 자리에 푸틴과 트럼프가 서로 끌어안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짧고 도발적인 문장이 적혀 있었다. ‘유럽합중국, 지금!’ 그리고 그 곁에는 ‘볼트 유럽’이라는 이름이 보였다.이 이미지는 단순한 정치 광고를 넘어 하나의 징후처럼 다가온다. 그것은 외부의 힘으로 규정되어온 유럽의 최근의 역사, 그리고 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2017년에 등장한 이 초국가적 정당은 ...

    2026.05.05 20:00

  • [송두율 칼럼]바깥의 전쟁, 안쪽의 위기
    바깥의 전쟁, 안쪽의 위기

    이란에서 시작된 전쟁은 미국의 힘이 더 이상 정당한 질서의 형성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에 가깝다 전쟁은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그로부터 드러나는 보다 근원적 위기는 미국 내부서 심화되고 있다 오늘의 중동은 미국 이후 세계가 도래하는 방식을, 그것도 가장 불안하고 위태로운 형태로 미리 보여주는 역사적 전조다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오늘의 세계정치가 더는 군사적 우위의 언어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전쟁은 여전히 수행될 수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국가는 상대의 핵심 시설을 타격하고, 지휘체계를 흔들며, 물리적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파괴의 능력이 곧 질서의 능력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대의 전쟁은 폭력의 효율성과 정치적 해결의 가능성 사이에 놓인 틈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미국은 이란을 타격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 폐허 위에 자신이 원하는 지속 가능한 질서를 세울 수는 없다. 한국전쟁과...

    2026.04.07 20:01

  • [송두율 칼럼]선택된 전쟁, 생존의 전쟁
    선택된 전쟁, 생존의 전쟁

    이란서 시작된 이번 충돌은 단순한 중동 지역 분쟁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성격의 전쟁이다 미국의 전략과 중국 부상, 그리고 북한·이란 생존 전략이 교차하는 새 지정학적 전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한쪽에는 전략적 전쟁이 다른 쪽에는 생존 전쟁이 될 때, 그 충돌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중동은 수십년 동안 끊임없는 위기의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란,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사이에서 전개되는 국면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이 지역의 갈등은 은밀한 작전과 대리전, 제한된 군사행동의 형태로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열이틀 동안 지속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이후 상황은 분명히 달라졌다. 이제 중동의 충돌은 더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 전쟁’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공개적인 전략적 대결의 단계로 변했다.이번 충돌의 구조는 단순한 군사적 충돌만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는 전략적 목적을 위해 선택된 전쟁일 수 있지만, 이란에는 체제의 존속...

    2026.03.10 20:05

  • [송두율 칼럼]‘지정학 이후’의 세계질서
    ‘지정학 이후’의 세계질서

    한반도가 다시 지배 도구로서의 지정학에 포획될지, 흐름과 접속 조직하는 주체로 전환될지는 어느 편에 서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연결의 규칙을 설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것은 이미 주어진 운명이 아니다.선택의 문제인 동시에 상상력의 문제다새해에 접어들어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를 ‘마약 테러리즘’ 혐의로 체포하는 한편, 거의 동시에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합병 문제를 제기하며 유럽을 흔들어 놓았다. 유럽의 격한 반발에 미국은 한발 물러섰지만, 이 구상을 완전히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엄청난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지정학적 무게는 미국이 벌이는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적 갈등을 전제할 때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린란드는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이라는 점에서, 북극을 둘러싼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쟁, 자원과 항로의 전략화를 이유로 이를 합병해야 한다는 논거는 애초부터 설득력이 약하다. 그럼에도 한때 ...

    2026.02.03 20:02

  • [송두율 칼럼]새해 정담 : 정치적 결단에 대하여
    새해 정담 : 정치적 결단에 대하여

    한반도에 있어서 결단의 순간이란 전쟁과 평화 중 하나를 택하라는 도식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이 체제, 이 분단, 이 긴장은 과연 우리 의지인가’란 질문을 공적으로 제기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민주주의는 위험한 자유다. 한반도의 미래 역시 이 위험 감수에 대한 물음이 새해 정담의 첫자리에 놓여 있다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풍경은 나라마다, 사람마다 참으로 다채롭다. 서울에서는 제야에 종로 보신각의 종소리가 울리고, 베를린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니가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환희의 송가’를 연주한다. 빈에서는 빈 필하모니의 신년음악회에서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에 맞춰 관객들이 손뼉을 친다. 대서양의 화산섬 마데이라에서는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에서는 자정 종소리에 맞춰 12알의 건포도를 먹으며 새해 행운을 빈다.한국은 또 다르다. 양력 새해에는 해돋이를 보며 덕담을 나누지만, 많은 이에게 ‘진짜 새해’는 여전히 음력설이다....

    2026.01.06 19:56

  • [송두율 칼럼]반중과 친미
    반중과 친미

    며칠 전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은 최근 포르투갈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을 외국인의 대규모 부동산 매입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로 인해 반외국인 정서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전체 흐름은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없으나, 문제는 결론이었다. 영상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을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으로 돌리며, 한국에서도 제주도를 사례로 비슷한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 명동과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중국인은 나가라’는 구호가 등장한 반중·혐중 시위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그러나 사실관계는 보다 더 복합적이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포르투갈이 2012년 도입한 ‘골든 비자’를 취득한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현상은 점차 감소했고, 최근에는 브라질·프랑스·미국 등의 매입이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50만유로 이상 부동산 구매 시 거주권을 부...

    2025.12.09 20:06

  • [송두율 칼럼]숫자 너머의 세계
    숫자 너머의 세계

    우리의 하루는 숫자로 시작해서 숫자로 끝난다. 정해둔 기상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온갖 숫자의 흐름 속에 있지만, 마시는 공기처럼 거의 의식하지 못한 채 생활한다.우리가 매일 접하는 숫자는 인도에서 기원한 아라비아 숫자다. 0부터 9까지의 십진 기수법은 711년부터 약 8세기 동안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했던 이슬람을 통해 유럽에 전해졌다.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은 이 숫자의 활용을 빠른 속도로 확산시켰고, 포르투갈 예수회 선교사를 통해 중국에 이어 개화기 초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여러 숫자 표기 방식이 있었음에도 아라비아 숫자가 문화와 언어를 넘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은 숫자 기호가 10개뿐인 덕에 배우기와 기억하기가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되며 실용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했듯 중세 세계관에서 하느님은 숫자와 무게와 척도로 세상을 창조했다. 그는 수와 질서를 신학적 질서의 기초로 삼았다. ...

    2025.11.1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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