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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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두율 칼럼]검찰 독재를 생각하며

    검찰 독재를 생각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에 대한 1심 판결의 결과를 둘러싸고 한국 사회가 흡사 두 동강이 난 것 같은 느낌을 멀리서도 받는다. 정적을 완전히 제거하는 ‘사법살인’이라는 비판부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정치의 하수인이 된 사법부를 질타하고, 정치로부터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사법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판결의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리기도 한다.법과 정치의 긴장관계를 보여주는 이런 모습은 사실 어느 사회건 존재한다. 법은 시민의 행위를 규정하는 규범으로서 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서술되어야 하고, 정의와 효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몽테스키외는 법은 판결로 말한다고 해서 판결은 ‘법의 입’(la bouche des lois)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내린 판결이 법의 본성에 어긋났다고 인정하는 판사는 거의 없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정치인들도 그들의 정치행위의 자유를...
  • [송두율 칼럼]인공지능 시대의 명암

    인공지능 시대의 명암

    큼직한 사건을 다루는 국회의 국정감사에 대한 보도가 모든 언론 매체를 꽉 채운 듯한 요즈음 나는 21년 전에 있었던 한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국정감사 중에 국회의원들이 증거자료로서 녹취록이나 파워포인트(PPT)를 연일 보여주었다. 21년 전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국회의 대정부질의 때 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중요한 증거라고 하면서 디스켓 하나를 복사한 종이 한 장을 흔들며 보여주었다. 디스켓의 양면 사진을 종이에 복사를 해서 증거물이라고 보여주었기에 그는 이 일로 대표적인 ‘컴맹 정치인’으로 불렸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의 하나인 검찰의 김건희 불기소 처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박지원 의원은 같은 혐의 내용을 대중적인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4.0에 물었더니 ‘기소하라’고 했는데 법원 측의 판단은 어떠냐고 물었다.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법제처장은 이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 앞으로 인공지능을 보조적 수단으로 강구 중이라고 답했다. ...
  • [송두율 칼럼]여행, 기쁨 너머의 의무

    여행, 기쁨 너머의 의무

    매년 겪는 일이지만 7, 8월이 되면 우리가 사는 조용한 바닷가 휴양지도 잠시 홍역을 치른다. 피서객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해수욕장은 물론, 호텔을 비롯한 민간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을 꽉 채운다.한편으로는 조그마한 마을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음과 쓰레기로 주민을 고생시킨다. 쓰레기 분리 배출을 하게 되어 있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고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내던지고 사라져 환경미화원을 온종일 바쁘게 한다.이들 가운데 제일 많은 영국인이 유별나게 웃통을 벗거나 비키니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해서 주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가톨릭 신앙이 뿌리 깊게 내려 보수적인 정서가 여전한 포르투갈에서 매년 이에 대한 경고가 있고, 이 지역에 이주해 온 영국인들이 부끄러운 이런 행동의 자제를 요구해도 별 효과가 없다.수도 리스본이나 유서 깊은 항구도시 포르투는 비성수기에도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리는 탓에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이 있다. 작년 한 해 인구 5...
  • [송두율 칼럼]학문과 정치

    학문과 정치

    올해 광복절 전후로 한국사회 갈등구조의 심층을 보여준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났다. 일본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와 관련해서 한국 정부의 대응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하더니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에 따른 갈등에 이어 광복절 행사는 결국 반쪽으로 끝났다.학계까지 동원된, 광복절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건국절’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편에서는 국민, 영토와 주권이라는 국가수립의 국제법적 조건을 강조하고, 일본에 대해서 여유와 아량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이야기한다. 다른 편에서는 한 많은 일제강점기를 기억하고 이에 저항했던 위대한 유산을 잊지 말 것을 호소한다.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밀정’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하더니 국가안보실 실세의 입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말까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듣기에 따라서는 아주 흔히 사용하는 단어지만 사회학이나 인류학에서 일본문화의 표징으로 등장하는 일본...
  • [송두율 칼럼]탄핵과 협치

    탄핵과 협치

    거의 모든 한국의 언론에 최근 자주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탄핵이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을 한번 경험한 까닭에 이 단어가 담고 있는 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누구나 감지할 수 있다.대통령과 행정부에 권력 집중이 두드러지고 권위주의적 유산이 남아 있는 브라질에서도 1992년 콜로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지우마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었다. 물론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이를 동반했다. 이런 브라질과 비교해 보아도 더 짧은 기간에 다시 대통령이 탄핵당한다면 한국 사회가 겪을 혼란의 정도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2017년 12월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과 2016년 여름 탄핵당한 브라질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은 둘 다 여성 대통령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당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탄핵이 이뤄진 정치·사회적 배경은 사뭇 다르다. 전자는 보수진영, 후자는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대통령이었다.대통령 탄핵은 한 나라의 정치·사회가 심하게 양분되어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달는 ...
  • [송두율 칼럼]전쟁과 평화(3)

    전쟁과 평화(3)

    푸틴의 평양 방문,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의 최근 정세를 생각하면서 아침 일찍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모래 위의 화가’로 유명한 비토르 라포스를 만났다. 얼마 전에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했던 그의 작품이 생각났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나의 바람을 담은 화폭 하나를 남길 수 있느냐는 제안에 그는 반색을 하며 응했다. 그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한가운데 놓여 있고, ‘코리아의 평화통일’(Reunificação Pacifica da Coreia)이 적혀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화폭을 완성했다. 평화로 나가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땅에 뒤이어 비슷한 비극이 한반도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기로의 우크라, 비극의 팔레스타인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충격과 불안감은 줄어들었으나 피로감은 반대로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초에 시행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연합의 18개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처음 ...
  • [송두율 칼럼]사라져가는 미래

    사라져가는 미래

    남북 간 긴장에 대한 간헐적인 보도를 빼놓고는 한국 관련 뉴스가 별로 없는 이곳 포르투갈에 얼마 전 저출생 문제와 관련된 보도가 있었다. 출산력 비교를 위해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지표인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일생에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과 관련,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한국의 수치가 0.72명인데 포르투갈은 1.35명이라고 보도했다. 포르투갈은 코로나 때문에 낮아진 신생아 출생률이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저출생과 노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것이다.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는 나라에 따라 경중의 정도는 다르지만 지금 거의 모든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결코 풀기 쉽지 않은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저출생과 고령화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인가를 두고 나라마다 서로 다른 접근 방식도 보인다.복지국가의 역사가 나름대로 긴 서유럽에서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연금문제의 해결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항상 ...
  • [송두율 칼럼]격동의 한 시대

    격동의 한 시대

    특별히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을 기억하고 기리는 일은 개인적 차원에서도 가능하지만, 대개는 집단으로 수행된다. 이 집단적인 기억은 또 종합적이고 적확한 기록을 지향하는 역사와는 달리 어떤 특정한 사회 집단이 지닌 가치나 서사에 근거해서 진행하는 특성을 지닌다.개인들이 지난날 있었던 특별한 사건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자기가 속한 집단의 목적, 행위나 정체성 수립에서 중요한 기억을 보존한다. 개인이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것처럼 집단적 기억도 수시로, 또 기억의 선호도나 경중에 따라 선별적으로 저장하고 불러모을 수 있다.특히 전쟁, 정변, 위험, 재앙, 추방 등과 같은 극히 중요하고 절박하다고 판단된 사건은 어떤 특정한 집단만의 기억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기억으로, 이른바 기억 문화로서 자리를 잡게 된다. 이 기억 문화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교정되기도 하고, 기념 동상이나 기념물이 철거되는 것처럼 폐기되기도 한다.이들 가운데 최근 지구적인 ...
  • [송두율 칼럼]예측과 예언

    예측과 예언

    지금까지 총선 결과를 예측했던 많은 여론조사와 정치평론가의 논평과 해석의 시간은 끝났고 이의 결과가 드러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긴장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과연 어떤 예측이 적중을 했는지 또는 어떤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는지를 두고 또 한 차례 논평과 논쟁이 오갈 것이다.2010년 독일에서 열렸던 세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예언 능력을 지녔다는 ‘파울’이라는 문어가 14번의 경기 가운데 12번의 승패를 맞혀 전문적인 축구 해설자들을 무색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정말 신통한 영물이라고 해서 당시 우승국인 스페인의 북서지방에 있는 소도시 오카르발리뇨는 파울에게 명예시민증까지 수여했다. 선거나 스포츠 경기와 증권 시세 등의 변동, 날씨, 지진, 건강상태 등의 변화에 관한 일반적 관심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일어날 사건에 관해 그 내용과 결과를 미리 알고 싶어 하고 나름대로 예견하고 이에 대처하려고 한다. 이 가운데 자연 ...
  • [송두율 칼럼]선거 파노라마

    선거 파노라마

    한국이 총선을 한 달 앞둔 3월10일, 포르투갈에서 총선이 있었다. 2년 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던, 안토니우 코스타가 이끈 중도 좌파 사회당 내각의 몇몇 장관을 비롯한 일부 고위관리들을 수뢰와 독직 혐의로 작년 말 검찰이 전격적으로 수사한 것을 계기로 내각이 총사퇴했다. 이에 따른 조기 총선이었다.그런데 우리가 사는 해변 마을은 총선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선거 벽보와 현수막으로 뒤덮인 서울 거리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선거 결과 예상대로 사회당이 많은 의석을 잃고, 중도 우파 사민당의 선거연합인 ‘민주동맹’은 신승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의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포르투갈에서 2019년 창당한 ‘그만해’라는 이름의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 ‘셰가(CHEGA)’가 18%의 득표율을 얻어 대약진한 것이다. 제3당인 이 극우정당이 이제 국정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었다.40여년에 걸친 살라자르 독재체제를 종식한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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