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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의 묵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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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택근의 묵언]‘님의 침묵’ 100년
    ‘님의 침묵’ 100년

    시집 <님의 침묵>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다. 시인이고 선승이며 절세의 항일투사인 만해 한용운(1879~1944)은 1925년 8월 오세암에서 <님의 침묵>을 탈고했다. 그리고 이듬해 5월20일 회동서관에서 출간했다. 그의 나이 48세였다. 동인지 ‘창조’ ‘폐허’ ‘백조’ 등이 속속 출현했고, 시인들이 몰려다니며 서양에서 들어온 신시들을 뜯어보고 흉내 내던 시기였다.문인들이 떼 지어 술집과 다방 등을 전전할 때 3·1독립선언의 민족대표였던 만해는 3년간 옥살이를 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지만 변호사를 대지 말 것, 사식을 들이지 말 것, 보석을 요구하지 말 것 등 세 가지를 당부하고 이를 실천했다. 1921년 출옥해서도 항일운동의 현장에 있었다. 그러다 문득 오세암에 들었다. 오세암은 백담사에서도 산길을 3시간은 족히 올라가야 나온다. 만해는 인적 끊긴 적막한 공간에서 고독과 마주 앉아 붓을 들었다. 질풍노도의 삶에 지쳤기에 고독이 찻물처럼 따뜻했...

    2026.02.03 19:58

  • [김택근의 묵언]“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한마디에 정국이 얼어붙었다. 민주화를 이뤘다는 대명천지에 돈 공천이라니, 도대체 누가 의원 강선우를 살려줬는가. 흔히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속설이 이 땅에서는 멀리서 개가 짖는 소리에 불과하다. 돈 앞에서는 진보도 보수도 없다. 그 당이 저 당이고, 그자가 저자이다. “수사 중이니 결과를 지켜보자” “개인의 일탈이다” “억울할 테니 소명할 기회를 주자”. 윤석열 정부에서 지겹게 들었던 말들이 요즘 더불어민주당에서 튀어나온다.새 정부의 장관이 될 뻔했던 강선우, 대통령의 후광으로 집권당 원내대표직을 움켜쥔 김병기. 대통령이 믿고 챙긴 이들이 저토록 망가졌는데 다른 의원이라고 멀쩡할까. 다른 공복이라고 깨끗할까. 단언컨대 우리 정치는 낡았고, 정치인은 부패했다. 1987년의 헌법체제로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막을 수 없고, 그래서 정치판에는 그들만의 비리가 속출하고 있다. 거기에 여야 의원들은 불법을 저지르고도 자기들만의...

    2026.01.06 20:05

  • [김택근의 묵언]종로3가의 배신
    종로3가의 배신

    노을이 내리면 젊은이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화사한 차림에 큼직한 웃음을 머금고 삼삼오오 거침이 없다. 외국인들도 섞여 있다.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에 불이 켜지고, 고기와 생선을 굽는 냄새가 피어오른다. 지글지글 자글자글, 소리마저 맛있다. 아무렇게나 입어도, 아무 얘기를 해도 젊음은 아름답다. 불빛이 출렁이고 흥이 넘친다. 종로3가의 밤풍경이다.그 자리에 노인들은 낄 수가 없다. 젊은이들의 위세에 밀려난다. 아무리 잘 입고, 좋은 얘기를 해도 늙음은 남루하다. 어둠이 내리면 종로3가역은 내리는 청년들과 오르는 노인들로 붐빈다. 종로3가는 노인들의 거리였다. 탑골공원 주변, 국민 사회자 송해 선생이 사랑했던 송해길, 5번출구에서 갈매기골목에 이르는 길은 온통 노인들 차지였다. 종일 전 부치는 기름 냄새가 풍겨나왔고, 한여름에는 길바닥에서 막걸리 냄새가 올라왔다.지금은 많이 변했다. 익선동 한옥마을이 뜨면서 이곳 풍경이, 그리고 냄새가 달라졌다. 한옥을 개조한 식당과 ...

    2025.12.09 20:01

  • [김택근의 묵언]순천만 흑두루미
    순천만 흑두루미

    순천만 일몰을 보았다. 탐조(探鳥)대원들과 갈대숲을 지나서 용산에 올라 순천만을 굽어보았다. 가을도 겨울도 아닌 11월, 그 계절의 틈새는 온통 철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새들의 울음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만(灣)으로 진격했던 바닷물도 집으로 돌아가고, 갯벌이 드러났다. S자형으로 구부러진 물길만 남았다. 그 물길을 타고 하루가 돌아오고 있었다. 이윽고 먼 산에서 흘러내린 어둠이 노을을 지우기 시작했다.이때 갯벌로 새들이 날아들었다. 우리가 찾던 흑두루미였다.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칠면초 군락지 앞에 내려앉았다. 흑두루미는 천적인 여우나 삵의 공격을 피하려 발목까지 물이 올라오는 갯벌에서 잠을 잔다. 끼루룩끼루룩… 한동안 웅성거리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별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이곳은 흑두루미의 안전지대, 인간의 어떤 위협과 방해도 없이 순수의 어둠을 덮고 잠을 잔다.순천만 일대는 흑두루미에게 평화의 땅이다. 하지만 평화는 천천히 조금씩 찾...

    2025.11.11 19:57

  • [김택근의 묵언]슬프지 않은 슬픔
    슬프지 않은 슬픔

    조용필은 살아있었다. 추석날 보름달은 보지 못했지만 조용필은 보았다. 한국인들은 KBS에서 방영된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공연을 통해 조용필을 재발견했다. ‘그래, 우리에겐 조용필이 있었지.’ 그의 노래는 세월의 모서리를 닦아주었다. 물기 어린 시대를 건너온 사람들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젊은 시절을 불러내어 옆에 앉혔다. 과거를 더듬어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렸다. 누군가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동안 수고했어.” “그래도 이렇게 살아냈잖아.” 그의 노래에는 모두의,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그렇게 조용필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물했다.“노래하지 않으면 소리가 늙는다.” 그는 쉬지 않고 연습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저음이 튼실했고, 음이 가볍게 날리지 않았다. 조용필은 무대에서 노래하다 죽고 싶다고 했다. 노랫말처럼 먹이를 찾아 산 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에 올라 눈에...

    2025.10.14 21:05

  • [김택근의 묵언]여의도에서 하이에나를 볼 것이다
    여의도에서 하이에나를 볼 것이다

    지난해 여름, 손글씨로 써 내려간 10장 분량의 독자 편지를 받았다. 윤석열의 내란이 일어나기 전이다.그는 시국을 나름 면밀히 진단하고, 윤석열에게 정권을 바친 배경을 분석했다. 4월혁명으로 세상이 바뀌었지만 혁명의 주체가 아닌 민주당이 정권을 ‘주워서’ 5·16 반동 세력에 뺏겼고, 촛불혁명 때도 민주당이 정권을 거저 주워서 윤석열 반동 정권에 내주었다고 비분강개했다.그러면서 진보 진영의 도덕적 타락을 개탄했다. 특히 586(50대 나이,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을 매섭게 질타했다. 만약 윤상원, 박관현 열사가 살아온다면 전두환·노태우 잔당들을 쏘기 전에 586을 먼저 쏠 것이라고 했다. 전·노 잔당은 광주의 육신을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86패당은 광주의 정신을 못 박았다고 탄식했다. “젊은 피로 수혈했던 286은 사자였지만, 386은 여우가 되었고, 486은 개가 되었고, 586은 하이에나가 되었습니다.”과한 비유 같다. 하지만 젊은 날 사자처...

    2025.09.09 20:53

  • [김택근의 묵언 ]감성과 추상에 악마가 숨어 있다
    감성과 추상에 악마가 숨어 있다

    오늘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죽음의 문턱에서 생환한 날이다. 망명객 김대중은 일본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납치되어 죽을 고비를 두 차례나 넘겼다. 약술하면 이렇다.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더 이상 선거로는 승산이 없자 1972년 10월17일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다. 1971년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은 박정희의 권력욕을 간파했다. “이번에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면 이 나라는 박정희씨의 영구집권 총통시대가 온다.” 예언은 적중했다. 박정희는 병영국가를 획책했다. 김대중은 이에 맞서 ‘망명 투쟁’을 선택했다. 권력은 최대의 정적 김대중을 제거하기로 했다. 1973년 8월8일, 중정 요원들이 일본 도쿄 그랜드팰리스 호텔에서 김대중을 납치, 객실로 끌고 갔다. 하지만 살해하기 직전 목격자가 나타나 실패했다. 다시 김대중을 바다 한가운데서 익사시키려 했다. 칠성판 위의 송장처럼, 김대중을 판자 위에 눕히고 밧줄로 결박했다. 쇳덩이를 달아 바다에 던지면 끝이었다. 김대중은 상어에...

    2025.08.12 20:49

  • [김택근의 묵언]고양시장의 ‘산황산 죽이기’
    고양시장의 ‘산황산 죽이기’

    경기 고양시 복판에 산황산이 있다. 해발 62m에 불과하지만 낮아도 깊은 산이다. 그래서 야산이 아니라 버젓한 이름을 지녔을 것이다. 산황산 넓이는 49만9000㎡(약 15만평), 그 반쪽(24만4000㎡)에는 이미 9홀 규모 골프장이 들어섰다. 그런데 최근 나머지 반쪽도 수용해 골프장을 18홀 규모로 넓히겠다는 계획을 고양시가 전격 승인해버렸다.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단체들과 시민들은 경악했다. 이동환 시장이 2년 전에 산황산 훼손을 막겠다고 선언했고, 모두가 시장의 결단에 찬사를 보냈기 때문이다. 사실 업자들은 10년도 넘게 산황산을 노려보며 군침을 흘렸다. 하지만 재정 능력이 없는 사업자가 덤벼들어 부도를 냈고, 환경오염을 막으려는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에 저들의 야욕은 몇번이나 부서졌다. 그럼에도 고양시장이 입장을 바꿔 ‘산황산 죽이기’에 총대를 멨다.이는 산자락 하나가 골프장으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다. 수수만년 내려온 산황산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다. 산속의 모든 생...

    2025.07.15 21:05

  • [김택근의 묵언]‘진달래꽃’ 100년
    ‘진달래꽃’ 100년

    한국인은 누구나 김소월(1902~1934)의 시 한 구절은 외우고 있다. 어느 집을 가도 소월 시집이 꽂혀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소월 시가 흐르고 있다. 산, 강, 집, 계절, 죽음, 사랑과 이별 속에도 소월이 들어있다. 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있어 가슴에 진달래 꽃물이 들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소월의 시는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가슴에 담으면 된다. 의미를 부여할수록 시를 훼손한다. 어렵지도 않다. 누구라도 자신만의 촉감으로 시를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소월은 ‘시란 이렇게 생겨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물론 소월 이전에도 시인들은 있었다. 최초의 신시는 최남선이 1908년에 잡지 ‘소년’에 발표한 ‘해(海)에게서 소...

    2025.06.17 21:08

  • [김택근의 묵언]혁명하기 좋은 때
    혁명하기 좋은 때

    6·3 대통령 선거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나라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모두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민심이 흉흉하다. 들여다볼수록 심각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지구촌에서는 일찍이 소멸된 이데올로기가 오로지 이 땅에서만 춤을 추고 있다. 서민들의 눈물까지 삼켜버리는 불평등이 곳곳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또한 사회 전반에 ‘차별’이라는 폭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런 음습한 토양에서 생겨나 급속하게 번진 진영 논리가 국민들을 편싸움에 내몰고 있다.지난 3년 동안 정치 자체가 실종됐다. 술과 주술에 취한 권력은 몇번이나 제 살을 물어뜯었다. 그때마다 대한민국은 휘청거렸고, 용산에 모인 무리는 끝내 엽기적인 친위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불의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분연히 일어나 불법, 위선, 거짓에 맞섰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거리에서 은박지를 온몸에 감고 밤을 새웠다. 국민들은 키세스 시위대에 눈시울을 붉혔다. 어떤 포효보다 우렁차게 대한민국을 ...

    2025.05.2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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