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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적, 윤석열과 정치 홀리건
47일 사이, 대한민국은 두 번 폭동을 겪었다. 12·3 내란은 국회·선관위를 위압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패싱했다. 1·19 난동은 서울서부지법을 부수고 한 무리가 헌법재판소 담을 넘었다. 두 폭동이 이 나라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중앙선관위원장)이 이끄는 헌법기관을 다 짓밟었다. 참으로 오랜 만에, 우리는 총 든 특전사·수방사·정보사·방첩사의 군홧발 소리를 다시 듣고, 사법부에 떼거지로 난입한 초유의 백색테러를 목도했다.내란의 밤 시발점도, 선동의 밤 촉발자도 윤석열이다. 하나, 내란 수괴는 ‘왕 법꾸라지’로 산다. 차벽 쌓은 관저에서 저항하다, 경호원들까지 등돌리자, 체포 직전 윤석열은 “자진 출석”으로 하자고 흥정했다. 구속 부담을 낮추려 한 것이다. 그리고 빼박 증거 넘치는 공수처 내란 수사는 결사코 불응한다. 탄핵 심판에 올 수사기록을 줄이려 한 것 일게다. 그러곤 헌재 법정에서 계엄 포고령 1호는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이 옛 포고... -
나라가 더 망가지기 전에
19-17-20-20-19. 윤석열 대통령의 11월 국정지지율이다(한국갤럽). 미국이 트럼프 2기로 방향을 틀고, 이재명 대표 선거법·위증교사 1심이 유무죄로 갈린 그 한 달, 국정지지율은 19%로 시작해 19%로 끝났다. “대한민국은 1주 단위로 숨쉰다.” 오래전 사석에서, 주한 외교관이 ‘여론조사 공화국’이라며 한 말이다. 아프고 정확하다. 이 겨울 대통령 지지율만 섰는가. 예산국회가 섰고, 의·정 대화가 섰고, 연금 협치가 섰다. 공직사회가 선 것도 꽤 됐다. 용산·국회·TF 안 가려 몸사리고, 정책도 ‘복지안동(伏地眼動)’하고, 위 지시를 녹음하며 남몰래 상황일지도 많이 쓴단다. 나라가 섰다. 대통령은 말이 날린다. ‘국정 발광체’의 힘과 믿음을 잃고, 동네북이 됐다. 둥 두둥 둥.“거부한다.” 50여대학, 5300명 넘은 교수·연구자 시국선언에 등장하는 네 글자다. 글은 김건희, 채 해병, 검찰국가, 이태원참사... -
저항은 시작됐다
“딱 부러지게 뭘 했다 꼽을 게 없다. V1도 V2도 의혹투성이고, 큰 선거는 다 졌으니, 누굴 탓할 텐가. 대통령 말이 무게를 잃고, 인사는 길을 잃었다. 더 늦기 전, 임기 반환점 앞에, 대통령 부부가 답하고 결단하고 고개 숙일 게 한둘인가. 겸손하고 정직하고 협치하는 권력만이 국정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경구 열두 자가 스친다. 그때였음을, 늘 지나고서 안다.”(경향신문 8월7일자 ‘대통령다움, 그 무거움에 대하여’)꼭 석 달 전,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글이다. 그 후 달라진 것은 없다. 아니, 대통령도 나라도 더 나빠졌다. 그 8월 명품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채 상병 의혹에 싸인 대통령 부인 김건희에겐 불법 관저 공사, 명태균 게이트가 더해졌다. 금 가고 물 새던 국정 지지율 20% 둑이 무너졌고, 촛불이 커졌다. 이 살얼음판에 쉬 넘지 못할 ‘대통령의 육성’이 터졌다.“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그거(창원의창 공천)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 -
김건희 ‘대통령 놀이’, 이게 나라냐
올 것이 왔다. 보수의 말도 험해진다. 닷새 전 동아일보 이기홍 대기자는 “김건희 수렁, 사법심판대 서는 게 유일한 탈출구”라고 썼다. 사과로 문제를 풀 단계가 지났고, 언제라도 탈탈 털릴 사법처리를 지금 밟으라 했다. 7일자 중앙일보 이하경 대기자도 윤석열 대통령이 실기하고 들끓는 민심과 충돌하면, “김 여사 문제가 윤 대통령 문제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칼럼엔 김건희가 공기관 인사에 관여한 걸 접한 일화, 수석들 앞에서까지 대통령에게 민망한 언행을 했다는 목격담이 실렸다. 내가 들은 여러 조각의 김건희도 ‘거기서 거기’, 별반 다르지 않다. 공직 인사에 뒷말 남긴 ‘김건희 라인’이 한둘이고, 부처·공기관·금융사 입찰에 김건희의 코바나컨텐츠 전시·후원사가 콧노래 부른 게 또 한두 번인가. 정권이 반환점도 채 돌기 전, 김건희가 엎질러 놓은 물, 밀담·뒷거래·낙하산이 뒤엉켜 쏟아지는 세상을 마주했다.또 봐도 놀랍다. 2022년 1월, 김 여사와 유튜브 ‘서울... -
‘지·포·대’ 윤석열 vs 차별화 급한 한동훈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이 저랬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기자회견을 한 지 닷새째, 세상엔 조소(嘲笑)와 분통이 쌓여간다. 지금 응급실 뺑뺑이, 진료 셧다운, 격감한 장기이식 수술은 숫자로나마 잡히는 쪽이다. 병원 가는 고통·설움이 저 난리인데, 대통령은 고개 숙이고 말이나 말지, 원활하다고 염장 질렀다. ‘바보 소리’ 듣고 말 작정이었나. 광복절 대혼란을 겪고도 뉴라이트를 “모른다” 했고, 내수·세수·가계빚·집값 빨간불인데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했다. 대통령 전화 후 180도 바뀐 채 해병 수사는 외압 없는 게 “드러났다” 설레발치고, 정기국회 코앞에 협치는 또 퉁쳤다.이 모든 말이 125분간 쏟아진 그날, 조선일보는 사설을 쓰지 않았다. 국정 훈계·걱정·조언에 여념 없던 그 논설실 메시지는 답답했거나 무시했거나 화났거나, 유구무언(有口無言)이었다. 전화 너머 친구도 “윤석열이 윤... -
대통령다움, 그 무거움에 대하여
윤석열 정부 출범 다섯 달 뒤다. 2022년 10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검사 곤조(근성)를 빼야 제대로 된 정치인이 된다.” DJ 저격수로 정치를 시작한 그도 그걸 빼는 데 국회의원 3선, 8년이 걸렸다고 했다. 상대 약점만 좇고, 물면 놓지 않고, 한번 당하면 잊지 않고 되갚아주고, 사과를 모르고, 선악으로만 보는 정치를 ‘검사의 곤조’라 했을 게다. 당시 법무장관 한동훈을 겨눴겠지 싶으나, 2년이 흘러 ‘검찰국가’와 ‘검사 대통령’을 반추해도 정곡을 찌른다.세 번의 분기점이 있었다. “승자독식 없다”며 국민통합 화두를 던진 집권 초, “국민은 늘 옳다”며 여당에 교훈을 찾으라 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한 4·10 총선 참패가 그것이다. 그 후는 본 대로다. 쇄신을 삼세번 약속하고, 대통령은 달라지지 않았다. 집권 27개월, 국정 최고지도자의 ‘존재 이유’를 잊고, ‘대통령다움’을 뭉갠 네 장면이 있었다.... -
가카의 MBC 점령 작전
“정치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제자 자공의 물음에 공자는 ‘족병’(足兵·충분한 군대)보다 ‘족식’(足食·충분히 먹는 것), 그 위에 ‘민신’(民信·백성의 신뢰)이라 했다. 믿음(信)은 사람의 말이다. 안보·민생이 다 급한 지금, 이 땅엔 대통령 말도 무너져 있다. 대통령이 첫 국정브리핑을 한 ‘동해 유전’을 성인 60%가 믿지 않는다. 스무 살 해병 죽음에 대통령실 말 바꾸기가 끝없고, 대통령이 꺼냈다는 ‘조작 가능설’에 이태원 참사도 아물지 못한다. 성난 민심, 그 위에 불쑥 ‘7월의 불덩이’가 던져졌다. 이진숙이다.그도 이동관을 빼닮았다. 기자였고, 이명박 정권 때 인생이 바뀌고, 윤석열 대통령 특보를 거쳐 방통위원장에 지명됐다. 언론탄압 대명사인 것도 같다. 2012년 ‘김재철 MBC’의 기획홍보본부장 이진숙은 ‘직원 사찰’ 프로그램(트로이컷)을 묵인·방조해 유죄(손... -
윤석열의 ‘난세’, 나라가 다 섰다
6·15와 6·25. 한반도 평화와 전쟁을 상징하는 두 날이다. 2000년 6월15일 남북 정상의 첫 회담이 열렸고,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터졌다. 북 탱크가 밀고 내려온 개성·철원·금강산 길은 50년 뒤 경협·관광·이산상봉 길이 되었다. 지금, 그 육로엔 지뢰가 재매설되고, 철도 침목이 뽑히고, 벽이 쳐지고 있다. 그 하늘로는 전단·오물 풍선·확성기 소리가 오간다. 핫라인 끊기고, 두 적대국이 험담하며, 9·19 군사합의는 파기됐다. 6월 한반도는 ‘정전(停戰)의 땅’으로 되돌아갔다.안보뿐인가. 민초들의 아우성이 차오른다. 금사과·금배가 가을까지 간다더니, 귤·복숭아·김에도 ‘금’자가 붙었다. 삼겹살 2만원이 뚫렸다. 버스·택시·난방·전기요금 다 올랐다. 물가·전셋값 뛰니, 씀씀이 줄고, 일자리·소득도 마르는, 참 모질고 긴 불경기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최고치로 치솟고, 한우 농가는 ‘소 반납 시위’를 잡고, 더워지는 바다에 양식장은... -
‘검찰 정권’의 균열이 시작됐다
전고후저(前高後低). 시청률도 이럴 게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보다 말았다는 이가 많다. 국정 방향은 옳다고, 그래도 특검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디올백 선물에 ‘박절하지 못한’ 아내는 ‘현명하지 못한’ 이로 바뀌었다. 달라진 게 없구나! 사람들은 TV를 껐다. “채 상병 사건 수사에 격노했느냐.”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전화했느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전언대로, 대통령에게 물어야 할 즉문즉답 두 개는 빠진 휑한 회견이었다.달라진 것도 있다. 총선 참패 한 달 만에,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부활시켰다. 2022년 3월, 당선인 윤석열이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라고, 그 자신도 피해자였다고, 용산 시대는 달라지겠다고 청산한 그 ‘왕수석’이다. “합법을 가장해 정적을 통제하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뒷조사를 했다”고 없앤 조직을 2년 만에 그대로 되살린 것이다. 대통령은 “민심 청취”를 앞세웠다. 지나... -
윤석열과 지는 벚꽃이 닮았다
표는 준엄했다. 108 대 192. 보수여당이 대참패했다. 1988년 ‘1노3김’이 겨룬 13대 총선 이래 여당 지역구 의석이 처음 두 자릿수(90석)로 쪼그라들고, 그 의석마저 셋 중 둘은 영남(59석)이었다. 2년 전 대선에서 이긴 한강·금강에서 완패하고, 낙동강과 서울 강남에서 명줄만 부여잡았다. 중대선거구제와 비례제 확대를 반대한 여당은 누굴 탓할 것도 없다. 윷 던지듯 한 소선거구 진검승부에서 ‘모 아닌 도’를 잡았다. 그 투표함이 까진 4월10일 밤, 한국 정치는 또 한 번 개벽했다.“왜 저리 막 던질까.” 대통령이 총선용 감세·토건 공약을 나날이 쏟아낼 때다. “질 거니까.” 이 문답에 술자리에선 실소(失笑)가 터졌다. 정권심판론이 그리 컸고 이심전심으로 굴렀다. 허겁지겁 용쓰다 만 여당은 논외로 두고 그 심판의 시작과 끝, 오롯이 ‘윤석열’이다. 집권 2년 패인이 ‘디올백·런종섭’뿐일 리 없다. 검사 정치, 입틀막 정치, 이념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