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등 찍는 ‘용산’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윤석열의 법치는 무너졌다.  호주대사로 임명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출국금지를 몰랐다는 대통령실이 정상인가? 용산엔 황상무(시민사회수석) 탄도 터졌다. 치솟은 물가에 사과 하나 못 사먹게 된 서민들의 시름은 깊고, 건설 현장엔 찬바람이 분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석열의 법치는 무너졌다. 호주대사로 임명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출국금지를 몰랐다는 대통령실이 정상인가? 용산엔 황상무(시민사회수석) 탄도 터졌다. 치솟은 물가에 사과 하나 못 사먹게 된 서민들의 시름은 깊고, 건설 현장엔 찬바람이 분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총선은 ‘4개월 전쟁’으로 불린다. 하루가 변화무쌍 길고, 공천·막말 하나로 요동치는 시간이다. 그 총선이 올핸 여섯달 전 시작됐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10월11일)이다. 그 후 변곡점이라면, 한동훈 비대위(12월26일)-김건희 특검·디올백(1~2월)-의대 증원 2000명안 발표(2월6일)-조국의 창당(3월3일)을 꼽겠다. 지금은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도피성 호주대사 출국을 빗댄 ‘런종섭’ 사건이 태풍의 눈이다. 공교롭게도, 돌고 돌아, 6개월 총선 시작도 끝도 정권심판 불씨가 지펴졌다.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45분, 국방장관 이종섭의 휴대폰이 울렸다. 훗날 공수처 통화내역 분석에서 유선전화(02-) 발신지는 ‘이태원로’, 가입자는 ‘대통령실’로 나왔다. 그 7분 뒤 국방부·해병대·국가안보실은 불난 호떡집이 됐다. 긴급전화가 오가고, 이종섭은 해병대에 ‘채 상병 사건 수사기록’ 언론 브리핑과 경찰 이첩을 중단시켰다. 하루 전 박정훈 대령(수사단장) 보고를 직접 받고 결재한 사안을 유선전화가 뒤집은 것이다. 박 대령은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이런 일로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다’는 얘길 해병대 사령관에게 들었다고 증언한다. 혐의를 특정 못하게 한 지시가 뒤따랐다. 그다음 날, 휴대폰을 끈 박정훈 수사팀이 경찰에 수사자료를 넘겼고, 순직 사건은 항명 사건으로 돌변했다. 그날의 ‘키맨 런종섭’은 대통령실 발신자 언급 없이, 휴대폰 바꾸고, 업무수첩 없애고, 약식조사로 출국금지 풀리자 지난 10일 호주로 떠났다.

용산의 말은 겉돈다. ‘출국을 허락했다’는 공수처는 그런 적 없단다. 3개월 출금이 ‘수사권 남용’이라 하니, 공수처는 주변인 조사·압수물 분석 중이란다. 바로 검찰 수사까지 출금 해제가 8개월 거부된 송영길이 비교됐다. ‘친윤 수장’을 물색하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7차례 공전시킨 정부가 수사 늦다고 타박하는 건 후안무치다. 보수 논객들도 첨엔 수사받고 출국하라 했다. 사안의 휘발성을 직감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보냈다. 수사는 조여오고, 출국이 시끄럽더라도, 총선까진 멀리 보낼 심사 아니었을까. 이젠 이종섭 고발장까지 ‘문제 될 게 전혀 없었다’고 앞질러간다. 용산의 공수처 탓과 겁박에, 저잣거리에선 ‘겁먹은 개가 크게 짖는다’는 조소(嘲笑)가 터지고 있다.

윤석열의 법치는 무너졌다. 대사 임명자의 출국금지를 몰랐다는 대통령실이 정상인가. 법무부 인사검증단은 보고를 안 했다니, 거짓말인가 직무유기인가. 나라 꼴이 가관이다. ‘이예람법’도 길 잃었다. 2021년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후 ‘군대 내 사망·성폭력 사건 수사는 민간에 이첩’하기로 한 룰이 다시 깨졌다. 런종섭 자리엔 김관진이 소환된다. 군 사이버댓글 수사를 축소·은폐하고 수사관을 배제했다 2년 징역형(직권남용)을 받고, 지난달 사면받은 이다. 그를 기소한 ‘검사 윤석열’과 이종섭을 출국시킨 ‘대통령 윤석열’이 다를 뿐이다. 참 멀리 뒤틀려 왔다. 대통령실은 소환하면 귀국한다고 버틴다. 그건 본질이 아니다. 애당초 ‘피의자 대사’가 문제였다. 자진 귀국은 비정상을 바로잡는 것일 뿐, 시민은 진상규명과 단죄를 원한다. 선거판에 대통령을 불러낸 런종섭은, 그렇게 불러들여도 호주에 둬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용산엔 황상무(시민사회수석) 탄도 터졌다. MBC에 36년 전 ‘정보사 오홍근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들먹였단다. 그 말 하나로 공분이 일었겠나. 대통령 전용기 가려 태우고, 방송 검열이 일상 되고, 비판언론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압수수색한 첫 정권의 자업자득이다. 그뿐인가. 이태원·오송·잼버리·엑스포 참사가 아리고, 지워진 홍범도의 애국 혼이 뭉클하다. ‘금사과’ 못 먹는 날이 길어지고, 건설 현장엔 찬바람이 분다. 세상의 긴축과 궁핍은 약자부터 덮친다. “포털에 이종섭·황상무·사과를 치면 정권심판이 뜬다네.” 서울 토박이·스윙보터인 교사 친구가 전화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이기려 하네. 다 용산 리스크”란다.

4·10 총선이 ‘대통령 임기 후반’ 국회의 권력을 가른다. 여당은 서울·부산시장-대선-지방선거를 잇는 4연승을 꿈꾼다. 야권은 이태원-도이치(디올백)-채 상병 특검을 할 힘을 달란다. 지지층 투표 열기 높고, 한뼘 더 중도 확장한 쪽이 이긴다. 표 앞에 장사 없고, 끝까지 모르고, 고개 들면 진다는 정설도 그대로다. 어느덧 3년차, 아니 적어도 강서에서 혼난 지 6개월, 카툰 속 윤석열차는 잘 가고 있습니까. 그 속도를 높일까요 줄일까요. 다들 먹고살 만하십니까. 이 세 질문의 답이 3주 앞 투표함에서 나온다.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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