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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 [하승우의 풀뿌리]선거 이후의 민주주의
    선거 이후의 민주주의

    다음주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선출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내란의 우두머리가 거리와 영화관을 활보하고 그를 비호하거나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권력을 놓지 않는 상황이라 시민들의 근심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선거 이후에도 정치에 개입하려는 법적인 다툼과 본질을 가리는 혐오는 계속될 듯하다. 여대야소의 상황이 되더라도 지난 정치사를 살펴보면 선거 이후 갈등이 더 심해지거나 그로 인해 정계개편이 이루어지곤 했다.선거의 반민주적인 잠재력그리고 헌법 개정부터 차별금지법과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 의료와 연금체계 개혁까지 중요한 사회 의제들의 진전도 후보들의 토론회를 보면 쉬울 것 같지 않다. 단순한 인식의 차이라면 거리를 좁히면 되겠지만 배후의 이해관계는 차이를 내세워 논의의 진전을 가로막는다. 의제를 실현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강해질수록 제도정치는 내란의 터널에서 나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더글러스 러미스는 <래디컬 민주주의>에서 ...

    2025.05.26 20:40

  • [하승우의 풀뿌리]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가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가

    지난 식목일에 열린 ‘체제 전환 충북포럼’에 토론자로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보통 중요한 토론회나 포럼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만 열리는데 지역에서도 그런 자리가 마련되어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같은 충청북도라도 내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이나 차를 타야 하고, 대중교통 노선이 턱없이 부족해 참여하는 다른 분의 차를 얻어 타야 했지만 에너지를 쓸 만한 자리였다.성장의 에너지가 무한한가포럼의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전환’이란 주제를 충북의 과거, 현재와 연관 지어 다뤘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할 과제들을 정리했다. 나는 지방소멸 담론의 허상을 지적하는 분과의 토론자였지만 산업과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는 분과에도 참석했다. 정부가 주도하고 대기업과 초국적 자본이 이득을 챙기는 지금의 전환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와 지역민이 주도하고 공공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했다.나는 지방소멸과 에너지 전환이 서로 다른 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에너...

    2025.04.28 20:31

  • [하승우의 풀뿌리]이 폐허를 응시하자
    이 폐허를 응시하자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많은 시민이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 나올지 모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며 마음은 지쳐가고, 거리로 계속 나가는 몸도 피곤하다. 그 와중에 무서운 기세로 경북 동북부 지역을 태운 산불은 시민들의 속까지 검게 태웠다.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을 함께 겪고 있는 한국 사회는 위태롭다.나라 밖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국제정치와 경제 모두 뒤흔들리고 있는데, 우리는 협상의 파트너조차 정하지 못했다. 경색된 남북한 관계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갑작스러운 혐중 정서가 한·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렇게 나라 안팎에서 위험신호가 강해지고 있는데 실마리를 찾아야 할 정치는 정쟁의 늪에 빠진 느낌이다.재난과 엘리트 패닉리베카 솔닛은 <이 폐허를 응시하라>라는 책에서 재난이 그 사회의 건강함과 정의로움, 회복력의 정도를 드러낸다고 본다. 일시적이나마 재난은 피해자들을 개인적인 삶에서 공...

    2025.03.31 21:44

  • [하승우의 풀뿌리]차라리 교육부를 AI로 대체하자
    차라리 교육부를 AI로 대체하자

    오늘부터 2025년의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조금 들뜨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첫날이다. 우리 집 청소년도 1년을 함께 보낼 담임과 친구들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집을 나섰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큰 사고 없이 한 해가 잘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그런데 첫날부터 이미 혼란이 예고되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기 힘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바로 그 혼란의 주제이다. 2023년 6월에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교육부는 기존의 디지털교과서와 달리 인공지능기술을 접목해 개인에게 맞춘 학습방식으로 교육 혁명을 실현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사와 학부모들은 그동안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그럼에도 불과 1년 반이 지난 올해 초부터 교육부는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영어·정보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했다. 민주당의 반대...

    2025.03.03 21:35

  • [하승우의 풀뿌리]계엄으로 드러난 한국 봉건성
    계엄으로 드러난 한국 봉건성

    작년 12월3일의 비상계엄 이후 두 달이 흘렀다. 그동안 여러 정황이 밝혀지면서 사태가 빠르게 수습될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단호한 처벌과 신속한 정국 안정은커녕 계엄을 지지하거나 그에 동조해 폭력을 행사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무리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귀족정으로 회귀하는 듯하다.21세기에 군대와 종교가 정치 개입?민주공화국에서 군대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 이것은 문서상의 당위적 규정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군사쿠데타를 경험하며 시민사회가 피로 새긴 철칙이다.그런데 비상계엄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군대는 마치 사조직처럼 움직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된 민간인이 군조직과 모의하고 명령을 내렸다는 점이다(심지어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김용현은 노상원을 마치 현역인 듯 꼬박꼬박 장군이라고 불렀다). 군대가 공식적인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민간인의 지시를 따른 배...

    2025.02.03 21:00

  • [하승우의 풀뿌리]‘법괴’와 저항권
    ‘법괴’와 저항권

    느닷없던 비상계엄은 곧바로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과 신속하게 국회로 모인 의원들 덕에 곧바로 해제되었다. 뉴스 시청과 집회의 피로에 시달리며 기다리던 탄핵소추안도 어렵사리 가결되었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마음이 좀 편해져야 하는데,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조마조마하다. 심지어 윤석열과 그 일당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고 지금도 정부는 위태로워 보인다.법을 앞세운 괴물들이번 내란은 법을 무시하지 않고 법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윤석열은 일단 반대파를 체포해서 조사하다보면 뭐라도 나올 거라는, 법은 해석의 여지가 있으니 나중에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면 된다는 검사 시절의 습관을 따랐을 것이다. 외부의 적극적인 저항과 내부의 소극적인 태업이 없었다면 그들의 시도는 성공하고 내란은 합법화되었을 것이다.지금도 윤석열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계엄이 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에 따른 어떤 해석이 ...

    2024.12.23 21:48

  • [하승우의 풀뿌리]사회통념과 알권리
    사회통념과 알권리

    지난 10월29일 정부는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정보공개청구를 받지 않을 기준을 마련해 담당자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행정력 낭비를 막겠다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의 피로도를 무시하고 억지 주장을 펼치는 걸까?세월호 유가족인 박종대씨는 국회와 대한변협, 언론,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받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4·16 세월호 사건 기록연구>라는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썼다. 정부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과 달리 자신의 역할을 포기했기에 유가족이 직접 나서서 세월호가 왜, 어떻게 침몰했고, 왜 구조하지 않았고 진상규명을 방해했는가에 관한 답을 찾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박종대씨는 정부를 상대로 340여건에 이르는 정보공개를 청구해 “매우 유의미한 자료”를 수집했다.2022년 10월29...

    2024.11.25 21:35

  • [하승우의 풀뿌리]정부가 허락하는 시민활동?
    정부가 허락하는 시민활동?

    11월이 다가오며 시민단체들의 후원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회원으로 회비를 내는 단체도 있고, 외부활동을 하면서 만난 단체들의 초대도 있다. 매년 이맘때면 단체들은 한 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또는 내년 사업을 위해 후원금을 모으는 행사를 연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평화처럼 다뤄야 할 사안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후원금은 줄고 정부 지원금도 축소되어 단체들의 형편이 나빠지고 있다.위축되는 시민단체의 활동1990년대 초반만 해도 시민단체들은 비정부기구(NGO)의 붐을 타고 입법, 행정, 사법 3부의 뒤를 잇는 ‘제4부’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보다 시민단체의 수는 적었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 여론에 힘입어 시민단체는 정치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장점만큼 단점도 있었지만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복지를 강화하고 시민 참여를 활성화하는 여러 제도들을 도입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다만 그 성공을 책임질 정치세력이 없다보니 올바른 정착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흐...

    2024.10.28 22:09

  • [하승우의 풀뿌리]‘식품사막’은 올바른 표현일까
    ‘식품사막’은 올바른 표현일까

    몇달 전부터 언론에서 ‘식품사막(food desert)’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말은 가게가 문을 닫아 생선이나 두부, 계란 같은 신선식품을 구하기 어려운 한국 농어촌의 현실을 묘사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행정리 중 73.5%에 식품 소매점이 없다. 시장이 멀고 교통도 불편해 농촌의 밥상이 척박해지고, 관광지가 아닌 시골 마을에는 식당조차 없어 집밖에서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그래서인지 지난 7월 말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사막의 해결책으로 생활필수품과 농산물을 실은 개조트럭을 농협과 함께 운영한다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농촌이라는 사막에 이동식 오아시스를 만들어주겠다는 자비로운 발상이다.사막이 은폐하는 불평등그런데 왜 식품사막이란 말이 불편하게만 느껴질까? ‘지방소멸’이란 말이 청년이 줄어드는 지역 현실을 묘사하며 대안을 찾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

    2024.09.30 21:55

  • [하승우의 풀뿌리]누구를 위하여 경보는 울리나
    누구를 위하여 경보는 울리나

    지난 목요일 몇년 만에 서울 광화문에 들렀다. 민방위훈련이 시작될 쯤에 도착해서 지하철 안에서부터 공습경보방송이 들렸다. 방송의 목소리는 사뭇 심각했지만 그걸 듣는 시민들의 표정은 무심했고, 사람들 이동을 통제하던 이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20분간의 훈련이 끝난 뒤 시민과 공무원 모두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지상으로 나가 둘러본 광화문의 모습도 비슷했다. 서명을 받고 기자회견을 열던 이순신 장군 동상 근처는 분수대로 바뀌었고, 그 공간은 광장이란 의미를 잃어버린 듯했다. 역사는 지워지고 사이렌 소리가 귀에 남으니 마음이 심란해졌다.공안정국과 정계개편취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인 반대세력을 공산주의, 좌파, 반자유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지난 8월19일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고 북한이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2024.08.2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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