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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사 주먹 서열 1위’ 서려경 교수[플랫]
낮에는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퇴근 후에는 링에 올라 상대 선수와 불꽃 튀는 스파링(서로의 기량을 겨루는 대련)을 한다. 본캐(캐릭터)는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부캐는 프로복싱 선수인 서려경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31)의 일상이다.서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KBM 한국 여성 라이트플라이급 타이틀매치’에서 임찬미 선수를 8라운드 38초 만에 TKO(주심의 승패 선언)로 꺾고 챔피언 벨트를 따냈다. 2020년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통산 전적 7전6승1무를 기록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에겐 ‘현역 의사 주먹 서열 1위’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서 교수는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꾸준히 훈련한 노력이 연승으로 이어졌다.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 너무 짜릿했다”며 “링 위에서는 승부욕과 자신감 넘치는 저의 진짜 모습을 발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2010년 순천향대 의대에 진학한 서 교수는 전공의 3년 차인 2018년 복싱에 입문했다. 취미로 ... -
버려진 옷들, 환경오염 재앙이 되다[플랫]
버려진 옷들로 형상화한 거대한 무덤이 국회의원과 보좌진·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층 3로비에서 열린 ‘옷, 재앙이 되다’ 전시장 모습이다. 지난 10일부터 3일간 열린 이 전시회는 생산부터 유통·소비·폐기까지 의류의 생애 주기를 통해 패션 산업이 환경오염에 미치는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가 기획했다.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48)는 “패션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라며 “매년 1000억 벌에 달하는 의류가 생산되는데 그중 73%는 매립되거나 소각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번 전시는 ‘패션 기업의 재고 폐기 금지법안’ 마련과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다시입다연구소는 패션 산업이 기후위기 시대에도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류 순환 문화 캠페인을 전개 중인 비영리 단체다. 2020년 활동을 시작했다.정 대표는 환경을 위협하는 패션 산업의... -
최초의 여성 형사 박미옥이 말하는 ‘형사의 시간들’[플랫]
“ ‘최초’는 외로운 단어잖아요. 당시에는 여형사가 없으니 어떤 형사가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거 같아요. 사건만 보고 갔는데 다양한 길이 만들어진 거죠.”한국 경찰 역사상 첫 강력계 여형사이자 국내 여자 경찰의 역사를 새롭게 쓴 박미옥 전 경정(55)이 33년 경찰 인생 기록을 담은 <형사 박미옥>을 펴냈다.그는 정년을 7년 남겨둔 2021년 제주 서귀포에서 형사과장을 끝으로 명예퇴직했다. 현재는 제주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카페에서 지난 17일 만난 박씨는 “30여년간 쌓여온 내상을 말끔히 밀어내고 회복하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며 “수년이 지났어도 (사건의) 아픔은 여전했고 결국 쓸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다”고 말했다.그의 이름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최초 여성 강력반장’ ‘최초 여성 마약범죄수사팀장’ ‘최초 여성 강력계장’ 등을 맡았다.1987년 순경 공채 시험에... -
‘간호사가 되기로 한’ 남자들의 이야기[플랫]
‘남자가 무슨 간호사냐’는 핀잔도 들었다. ‘남자는 꼼꼼하지 못하다’는 편견도 받았다. 강도 높은 노동환경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버텼다. 환자에게는 따뜻한 간호사로, 후배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어서였다.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남자 간호사들 이야기다.이들은 최근 응급실부터 장기이식센터, 수술실, 어린이병원 등 병원 곳곳에서 고군분투해온 이야기를 담아 <간호사가 되기로 했다>를 출간했다. 책 수익금은 전액 간호국과 어린이병원에 기부하기로 했다. 책은 출간 한달여 만에 2쇄를 찍었다.한 병원에서 일하면서도 업무가 바빠 이름 정도만 알고 지냈던 이들이 뭉친 계기는 김진수씨(31·수술간호팀 마취회복파트)의 제안 덕분이었다. 김씨는 2021년 연말 병원 내 남자 간호사들 단톡방에 ‘책을 함께 쓸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을 공유했다.김씨는 당시 남자 간호사로서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리기 위해 전국 간호대 등에서 강연을 하고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 ... -
“환경을 모른척 할 수 없어” 만화를 그리기로 한 구지민 작가[플랫]
화장실에서 휴지는 3칸만 사용하고 샤워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짧은 샤워시간에 맞춰 흥얼거리는 노래도 2배속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낮에는 불을 끄고 생활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웹툰 <기후위기인간>에서 주인공 ‘구희’가 환경을 위해 벌이는 ‘궁상 절약 이야기’ 중 한 장면이다. <기후위기인간>은 구지민 작가(30)가 2021년부터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 중인 웹툰이다. 20대 취업준비생 구희를 통해 구씨가 일상에서 경험한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과 가치관 변화, 친환경적으로 바뀐 일상 등을 담았다.웹툰은 탈 플라스틱과 탄소 중립, 공장식 축산 등 다소 낯설고 불편할 수 있는 주제를 구희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 전달한다.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한 구씨는 환경을 주제로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기후 우울’을 경험하면서 웹툰을 구상하게 됐다”며 “웹툰을 통해 환... -
“포기하지 않으니 꿈이 이뤄졌다” 감독으로 돌아온 농구 ‘제왕’ 박찬숙 [플랫]
선수생활 끊긴 이들에게 기회 줄 것, 카리스마 넘치는 무서운 선배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지도자 되겠다‘농구 여제’라 불리며 한국 여자농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박찬숙 한국실업농구연맹 수석부회장(64)이 18년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그의 숙원이었던 감독 직함을 달고서다. 박 감독은 오는 3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창단하는 여자실업농구단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박 감독이 프로나 실업, 학교 등 단일팀 감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7일 서울 서대문 문화체육회관에서 만난 박 감독은 “포기하지 않으니 꿈이 이뤄졌다. 박찬숙이 다시 농구 코트로 돌아온 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박 감독은 선수 시절 190㎝의 큰 키와 남다른 기량으로 센터는 물론 포워드로서의 능력까지 갖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서 코트에서 맹활약했다. 최연소 여자농구 국가대표, 아시아 여자농구대회 4연패 달성의 주역, LA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등 화려한 이력의 ... -
‘행복한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로켓 선배’ 임석희의 마음
▶이진주의 finterview 연재 바로가기 : https://bit.ly/3YheT3s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일하는 연구자 가운데 여성 비중은 7.8%에 그친다. 이공계의 여성 인력 부족이 낯선 문제는 아니다. 로켓·항공우주 분야에도 여성 과학자 수는 적다.중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접한 태양계에 압도된 뒤 ‘로켓 만들기’가 꿈이 됐다는 임석희 항우연 책임연구원(49)은 1999년 항우연의 다섯 번째 여성연구원이다. 인하대 화학공학과 학부생은 물론 로켓 동아리 구성원 중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다. 러시아 바우만모스크바국립공과대 로켓엔진학과 석사과정에서도 여성은 임 연구원뿐이었다고 한다.그는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로켓인 과학로켓 3호(KSR-III)를 비롯해 나로호(KSLV-I)와 누리호(KSLV-II)의 발사체 추진기관 설계 및 개발에 참여했다.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모교 후배들에게 공대 경험담을 전하며 강연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남초’인 영역에서 대... -
"여성영화는 여자들만 본다"는 편견을 날려버린 퍼플레이의 성장[플랫]
거대 공룡들의 각축전으로 비유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작지만 제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약진하는 OTT가 있다. 바로 국내 유일의 여성영화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 ‘퍼플레이(Purplay)’다. 기존의 영화 유통시장에서 소외됐던 여성영화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알려온 퍼플레이는 지난해 3월 OTT 업계 최초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일지 퍼플레이 대표(35)는 “여성영화를 호명하지 않으면 더 드러나지 않는다. 지금은 호명해서 끄집어낼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말하며 여성영화 전문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퍼플레이는 2019년 12월 오픈해 지금까지 약 300여편의 여성영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 90%는 퍼플레이 독점 상영이다. 조 대표는 “저희는 여성 감독의 연출작, 여성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 여성의 이슈를 다루거나 젠더 이분법을 뛰어넘는 영화를 여성영화로 정의하... -
'세계 여자 바둑 1위' 최정의 다음 목표는 '세계 바둑 1위'[플랫]
지난달 10~12일 3일간 온라인으로 열린 ‘한·중 클래식 슈퍼 매치’에서 한국이 중국을 합산 성적 5승4패로 누르고 우승했다. 조훈현, 이창호 두 대선배들과 함께 출전해 한국 우승의 수훈갑으로 활약한 이는 한국 여자 바둑의 1인자 최정 9단(25)이다.최 9단은 중국의 류샤오광 9단과 위즈잉 7단, 창하오 9단과 대국해 양팀 통틀어 유일하게 전승(3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라이벌 위즈잉 7단을 이겨 통산 전적 20승19패로 세계 여자 바둑 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승리의 기세를 이어간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2021 호반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결승에서 한국 여자랭킹 2위인 오유진 9단에게 종합전적 3승1패로 이겨 우승하며 대회 초대 우승컵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22번째 우승이다.세계 여자 바둑 랭킹 1위이자 바둑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최 9단을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
"마트엔 왜 구부러진 가지가 없을까" 어글리어스를 만든 이 질문[플랫]
외모에 대한 편견은 비단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표면에 자국이 있는 파프리카나 곧게 자라지 못한 가지는 대형마트로 가지 못해 못난이 농산물로 분류된다. 못난이 농산물은 마땅한 판매처를 찾기 힘들어 헐값에 ‘즙’ 재료가 되거나 폐기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못생겼다는 이유 만으로 버려지는 농산물을 구해 농가 소득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친환경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못난이 농산물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어글리어스 대표 최현주씨(32)를 지난 21일 전화로 만났다.어글리어스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혹은 격주로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을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친환경 농산물 80여종 중 수확 시기에 따라 랜덤으로 7~9종을 고객에게 배달한다. 최씨는 “친환경 농산물을 기르는 농가에서 모양이나 중량, 크기가 시장 기준에 미달돼 판로가 막힌 농산물을 판매한다”며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돼도 과잉생산 등으로 판로가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