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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옷들로 형상화한 거대한 무덤이 국회의원과 보좌진·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층 3로비에서 열린 ‘옷, 재앙이 되다’ 전시장 모습이다. 지난 10일부터 3일간 열린 이 전시회는 생산부터 유통·소비·폐기까지 의류의 생애 주기를 통해 패션 산업이 환경오염에 미치는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가 기획했다.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48)는 “패션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라며 “매년 1000억 벌에 달하는 의류가 생산되는데 그중 73%는 매립되거나 소각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번 전시는 ‘패션 기업의 재고 폐기 금지법안’ 마련과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패션 재고 폐기 금지 법안’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옷 , 재앙이 되다’라는 전시를 진행 중인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패션 재고 폐기 금지 법안’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옷 , 재앙이 되다’라는 전시를 진행 중인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다시입다연구소는 패션 산업이 기후위기 시대에도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류 순환 문화 캠페인을 전개 중인 비영리 단체다. 2020년 활동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환경을 위협하는 패션 산업의 중심에 ‘패스트 패션’(유행에 따라 값싸고 대량 생산되는 의류)이 있다고 지적한다. 패스트패션은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좇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폐기한다.

“벨기에의 경우 의류 기업에서 재고를 기부하거나 재활용하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어요. 독일은 의류 생산·재고량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프랑스의 경우는 재고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요. 재고를 폐기하면 범칙금을 물어야 해서 기업들은 적정량을 생산해 최소한의 재고를 남기도록 노력하죠.”

다시입다연구소는 의류 과잉생산과 재고 폐기를 막기 위한 ‘패션 기업의 재고 폐기 금지법’ 제정을 위해 지난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올해 1월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 20여 명이 모여 토론을 이어왔고 오는 8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독일·벨기에 등처럼 기업에서 의류 폐기량과 이유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재고를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패션 산업은 재고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도 환경을 오염시킨다.

“의류가 전 세계 2위의 환경오염 산업이라는 걸 아는 분은 많지 않아요. 옷을 만들 때 사용되는 기름과 염료 등의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이 가득한 폐수가 필터에 여과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다에 방류되고 있어요. 기업은 재고를 최소화하고 소비자는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패션 재고 폐기 금지 법안’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옷 , 재앙이 되다’라는 전시를 진행 중인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패션 재고 폐기 금지 법안’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옷 , 재앙이 되다’라는 전시를 진행 중인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 대표는 프랑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뒤 프랑스 대사관과 프랑스 문화원, 파리에 있는 한국 문화원 등에서 일했다.

“다양한 분야의 프랑스 정책을 접하면서 프랑스는 환경을 위반하는 정책은 절대로 채택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죠. 환경을 위해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활동과 실천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입다연구소를 만들게 됐어요.”

다시입다연구소는 의류교환 행사 ‘21%파티’와 수선문화 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21%랩’을 비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21%파티는 2020년부터 최근까지 25차례 열렸는데 1000명 이상이 참여해 1만 벌을 교환했다. 옷에는 전주인이 쓴 작별 인사가 담긴 스토리 태그가 달려있다.

두 행사명에 등장하는 ‘21%’는 ‘멀쩡하지만 입지 않는 옷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은 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평균치다. 통상 옷장 속 의류 중 21%는 잠들어 있는다는 의미다.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패션 재고 폐기 금지 법안’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옷 , 재앙이 되다’라는 전시를 진행 중인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패션 재고 폐기 금지 법안’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옷 , 재앙이 되다’라는 전시를 진행 중인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 대표는 “처음에는 옷만 처분하려고 온 분들이 중고 의류가 다른 사람에 의해 순환되는 과정을 보면서 다시 참여하는 빈도가 높다”며 “드라이클리닝이나 다림질을 하는 등 좀 더 신경 써서 옷을 준비해 오는 등 중고 의류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있는 운동화를 가르키며 “5년 전에 샀는데 구멍나고 해진 부분은 색색의 실로 기웠는데 멋스럽지 않냐”고 웃었다.

프랑스 정부는 환경과 소상공인을 위한 방안으로 오는 10월부터 의류를 수선하는 소비자들에 수선보조금(6~26유로)을 지급한다. 정 대표도 올 하반기에는 수선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티 나지 않게 고치는 게 아니라 드러내놓는 거죠. 수선한 의복이 더 예쁘고 힙하고 예술적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볼 계획이에요.”

▼ 이진주 기자 jinj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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