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의 f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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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12일 3일간 온라인으로 열린 ‘한·중 클래식 슈퍼 매치’에서 한국이 중국을 합산 성적 5승4패로 누르고 우승했다. 조훈현, 이창호 두 대선배들과 함께 출전해 한국 우승의 수훈갑으로 활약한 이는 한국 여자 바둑의 1인자 최정 9단(25)이다.

최 9단은 중국의 류샤오광 9단과 위즈잉 7단, 창하오 9단과 대국해 양팀 통틀어 유일하게 전승(3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라이벌 위즈잉 7단을 이겨 통산 전적 20승19패로 세계 여자 바둑 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한국 여자 바둑 랭킹 1위이자 한국 바둑계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최정 9단이 지난달 14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바둑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국 여자 바둑 랭킹 1위이자 한국 바둑계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최정 9단이 지난달 14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바둑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승리의 기세를 이어간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2021 호반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결승에서 한국 여자랭킹 2위인 오유진 9단에게 종합전적 3승1패로 이겨 우승하며 대회 초대 우승컵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22번째 우승이다.

세계 여자 바둑 랭킹 1위이자 바둑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최 9단을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새해 들어 벌써 20판의 대국을 치른 그는 “새해 출발이 좋아서 그런지 지난해 말 약간 부진했던 성적이 다시 좋아졌다. 이 기운을 이어갈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새해 다짐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프로바둑기사 중 가장 많은 101판의 대국을 치렀다. 주로 토너먼트 형식의 경기가 많은 바둑대회에서 판수가 많다는 건 시합 성적이 좋았다는 의미다. 최 9단은 지난해 남녀 통합 다승 부문 2위를 기록했다.

2010년 14세에 프로기사로 데뷔한 최 9단은 바둑계의 역사를 꾸준히 새로 쓰고 있다. 먼저 2018년 국수전 우승으로 입단 이후 최단 기간(7년8개월) 9단 승단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20년에는 한국기원이 발표한 6월 한국 바둑 랭킹에서 16위를 차지했다. 여성 기사가 20위 안에 진입한 건 한국 바둑 사상 처음이었다. 앞서 50위, 40위, 30위 진입의 벽을 깬 주인공 역시 그였다.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는 지난 1월 기준 여성 74명, 남성 319명이다. 아직은 남성 기사들이 수적으로나 성적으로 앞서 있지만 최 9단에게 대국 상대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2010년 14세에 프로기사로 데뷔한 최 9단은 바둑계의 역사를 꾸준히 새로 쓰고 있다. 입단 이후 최단기간 9단 승단, 2020년에는 바둑 랭킹에서 16위를 차지했다.  여성 기사가 20위 안에 진입한 건 한국 바둑 사상 처음이었다.

2010년 14세에 프로기사로 데뷔한 최 9단은 바둑계의 역사를 꾸준히 새로 쓰고 있다. 입단 이후 최단기간 9단 승단, 2020년에는 바둑 랭킹에서 16위를 차지했다. 여성 기사가 20위 안에 진입한 건 한국 바둑 사상 처음이었다.

“바둑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잖아요. 특히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1대1로 벌이는 경기다보니 상대의 실력이나 상대 전적이 더 중요해요.”

날카로운 공격기풍으로 유명한 유창혁 9단 문하에서 바둑을 배운 최 9단은 수읽기에 능한 전투적인 바둑 스타일이 특징이다. 그는 “어릴 때 불리해도 싸움을 걸고 판세가 좋아도 판을 더 벌여 만방으로 이기려는 스타일이었다”며 “실력이 늘면서는 제 세력을 쌓아놓고 상대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유리한 고지에서 전투하는 스타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최 9단은 7세 때 바둑을 시작했다. 취미로 바둑을 즐긴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바둑학원 원장이 그의 재능을 알아봤다. 당시 직장 때문에 광주에 살았던 최 9단의 부모는 딸의 재능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그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무렵 유창혁바둑도장이 있던 서울 마포로 이사했다.

“아빠는 공부만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고 해요.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아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가르쳤는데 바둑을 좀 두니까 밀어주신 거죠(웃음).”

경기가 없는 날에는 연구회에서 기사들과 바둑 공부를 하지만 운동과 노래 등을 통해 경기 중압감을 해소한다. 그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여성 농구 동호회에서 농구를 하거나 일주일에 두세번씩 노래방에 갔다”며 “지금은 집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그는 “올해는 남녀 통합 세계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하고, 저보다 성적이 좋은 상위 랭커 기사들과 만나 대국을 많이 하고 싶다”며 “경기 내용 면에서도 의미 있게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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