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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플랫 연말결산
잠시 잊고 지냈던 이들의 안부를 묻고 확인하게 되는 연말입니다. 입주자님은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되돌아보니 플랫팀에게 2022년은 제법 바쁜 한 해였습니다.우선, 지난 1월 SNS계정으로만 운영되던 플랫에 홈페이지가 생겼습니다. 8월부터는 입주자님과의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플랫 레터’라는 이름의 뉴스레터도 쓰기 시작했어요.연초 독자님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기획은 다시 다듬고 매만지는 시간을 거쳐 12월에 동일한 이름의 책으로 정식 출판됐습니다.올 한해 플랫은 입주자님께 451개의 기사를 전해드렸어요. 언제나 그렇듯 즐겁고 슬픈 일들이 교차했습니다. 여성인권의 측면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2022년이었지만 생각과 의견을 나눠주시는 입주자님 덕분에 플랫팀은 희망을 잃지 않고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질 때까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주변이 아닌 중심에 둔다’는 플랫팀의 다... -
'지방 소녀'들이 고향을 등진 이유는 무엇이었나
‘안녕히 가십시오 - 강원도(Good-bye, Gangwon-do)’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구불거리는 대관령 길을 넘는 아버지 차 안에서 김현주씨(당시 19세)의 가슴은 설렘으로 울렁거렸다. 트렁크가 가득 차고도 모자라 뒷좌석에 실은 짐가방을 그는 꼭 끌어안았다. 고향 강릉을 떠나는 게 그의 오랜 바람이었다. “중·고등학교 6년 내내 목표는 강릉 밖으로 나가는 거였어요. 어쩌면 모두의 목표였겠지만요.” 흔한 이야기다. 비수도권의 고향을 뒤로 하고 서울에 자리잡은 청년이 어디 현주씨 뿐인가. 5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청년들은 진학과 취업을 위해 서울로 향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청년들은 무엇 때문에 고향을 떠나나’,‘떠난 이들이 향하는 곳은 왜 수도권이며 왜 돌아가지 않나’청년층 이탈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건져내기 위해선 우선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내야 한다. 경향신문은 2008년 현주씨와 함께 강릉의 A여고를 졸업한 3학년... -
“이 법은 또 사라지는 중입니까”…비동의강간죄 발의 1년, 여전히 계류중
11일 기준으로 21대 국회에는 8875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하루에만 수십 건의 법안이 발의되고, 상당수 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이 법안의 운명도 위태롭다.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규정한 현행법에 ‘동의 여부’를 추가한 형법 제32장 일부개정안. ‘비동의강간죄’(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라 불리는 이 개정안은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가장 중요한 성폭력법 개정으로 꼽히지만 지난해 발의된 뒤 1년 가까이 잠들어 있다.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9일과 30일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친전(직접 쓴 편지)을 전달했다. 강간죄 개정에 찬성하는지 묻고, 9월 정기국회 때 법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함께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2019년 3월 전국 208개 여성인권단체들이 연합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2021년 2월 기준 223개 연합)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 1430명에게 강간죄 개정에 찬성하는... -
김진숙을 만나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곁을 수십 년간 지켜온 60대 여성이 있다.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동료이자, 친구, 누나, 언니 같은 존재다. 20대에 조선소 용접공으로 일했던 그 역시 해고노동자 출신이다. 자신이 일하던 조선소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하고 어용노조를 비판하다가 ‘빨갱이’로 몰렸고,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뒤 회사로부터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조선소 동료 400명이 해고됐을 때는 홀로 35m 상공의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300일 넘게 고공농성을 벌였다. 동료들은 복직됐지만, 정작 자신의 복직을 주장하진 않았다. 옛 대한조선공사, 지금의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이야기이다.20대에 해고된 김진숙은 이제 환갑을 넘겼다. 암 투병 중이지만 지금도 자신이 필요한 곳이면 힘을 보탠다. 5월 1일 노동자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에도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나 항공 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돼 이날 정년을 맞은 김정남 아시아나KO 지부장의... -
여성, 외치다 “우리는 사람이며, 이성을 가진 존재이다”
여성들은 외쳤다. 우리는 사람이며, 이성을 가진 생각하는 존재이며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일하는 사회의 일원이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며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를 처벌해달라는 것이라고. 세상은 “빵과 장미”를 요구하는 여성들에게 침묵을 요구했지만 이들의 외침은 멈추지 않았다. 성별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 보이지 않는 힘이 만드는 성폭력의 구조, 여성의 역할에 한계를 긋는 잣대가 비로소 드러나게 된 것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켜켜이 쌓인 결과물이다.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역사의 굽이마다, 또 평범한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소리를 냈던 여성들의 외침을 돌아봤다. 이제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도 있지만, 수백, 수십 년 전 여성들의 외침 중에는 지금까지 유효한 구호들도 남아 있다.[인터랙티브] 여성, 외치다 “우리는 사람이며, 이성을 가진 존재이다”링크 클릭이... -
위력, 보이지 않는 힘은 어디에나 있었다 [플랫]
위력 성폭력은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폭행·협박과 같은 물리적 힘이 동반되는 강간이나 강제추행과 다르다. 그래서 더 교묘하게 일상 속에 스며있고,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위력의 존재와 행사 여부, 그 힘의 범위 역시 판사의 법 해석·적용에 따라 달라지고 가해자는 유죄가 되기도, 무죄가 되기도 한다.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 조항은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2018년 3월, 피해자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비로소 주목을 받은 법 조항이다. 법은 왜 ‘위력’으로 인한 성폭력을 따로 정의해 처벌의 근거를 마련한 것일까. 플랫팀은 성폭력 피해 지원 활동가 ‘연대자D(트위터 활동명·@D_T_Monitoring)’가 진행한 <판결 톺아보기-위력에 의한 성폭력> 세미나를 취재했다. 이 세미나를 바탕으로 연대자D와 함께 ‘보이지 않는 힘, 위력’이 피해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폭력을 가하는지를 분석했... -
n번방 리와인드, 디지털 성범죄를 되감다
n번방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 디지털 성범죄를 방조한 순간들이 조각조각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사회는 성범죄를 관행적인 문화쯤으로 용인했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법과 제도가 방치하며 숱하게 쌓인 순간들이 n번방을 만든 각각의 조각이다.‘빨간 책’과 ‘빨간 테이프’에서 ‘OO 비디오’, ‘소라넷’, ‘웹하드’, 텔레그램까지 성착취 범죄의 시작을 찾기 위해 시간을 거슬렀다.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여성을 착취하고 소비하는 문화는 존재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미약했고, 제도의 개선도 없었다. 이 같은 행위들이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린 범죄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예견된 참사였다.n번방을 만들어낸 디지털 범죄의 연결 고리들을 찾아 시간 위에 기록했다. 개별 사건과 사건에 대한 판결(법), 당시 사회 분위기(문화)라는 커다란 세 갈래가 얽혀 있는 디지털 성... -
SNS를 통해 돌아온 위대한 여성들의 이야기
역사는 종종 ‘퍼즐’에 빗대어지곤 합니다. 무수한 사건과 사람이 얽히고설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비유한 말입니다. 퍼즐 맞추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어떤 조각은 테이블에 올라오기도 하고, 어떤 조각은 망각의 늪에 내쳐지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퍼즐 맞추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이었습니다. 여성이라는 퍼즐 조각은 쉬이 잊혀져 왔습니다. 우리는 절반만 그려진 그림을 보고 살아 왔습니다.3·8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잊혀졌던 여성들을 다시 불러들여 봅니다. 처음 접하는 이름이 많을 겁니다. 교과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들이니까요. 입으로만 전해진 전설 속에, 누군가의 비망록 귀퉁이에, 운이 좋았다면 역사서 각주 정도에 실려 있던 이름입니다. 우리의 머나먼 조상일 수도 있고,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동시대인일 수도 있습니다. 제도, 사회, 문화, 예술…. 생각보다 많은 곳에 이들의 손길이 배어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남성 역사가의 펜 끝에서 납작 눌려 있던 여... -
붉은 목소리, 6인의 페미록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은 7만명(주최 측 추산)의 여성들이 만든 ‘붉은 물결’로 넘실거렸다.5월부터 서울 혜화역 앞에서 시작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광화문으로 자리를 옮겨 여성 단일 의제로는 사상 최대 인원이 결집하게 된 것이다. 광장에서 여성들은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며 하나가 됐다. 이날 광장에는 7만명의 여성이 써내려간 7만편의 ’페미니즘 활동기’가 있다.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페미니스트 6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했다. 이제 막 ‘탈코르셋’을 실천하기 시작한 10대 페미니스트와 ‘영페미’ 시절을 지나온 기혼 페미니스트는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래디컬 페미니스트와 젠더퀴어 페미니스트의 생각은 얼마나 같고 다를까.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생각과 경험이 모인 ‘붉은 시위’를 이해할 수 있을까. ‘혜화역 시위’로 상징되는 한국 페미니즘의 현재는 무엇일까.페미니즘을 접하게 된 사연도, 페미니즘 운동에... -
월급의 역사
지난해 평균 가구 소득은 평균 500만원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 ‘평균’과 ‘현실’ 사이엔 거리가 있습니다.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990년 20만6000원에서 2016년 71만1000원으로 3.44배 오르는 사이,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81만2000원에서 446만원으로 5.5배 늘었습니다. 불평등도를 측정하는 지니계수는 0.266에서 0.317이 됐습니다.통계로는 알기 힘든 월급의 진실은 개개인의 삶에서 드러납니다. 경향신문은 1980년대 이후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임금의 역사를 지켜봐온 이들의 삶을 들었습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월급의 역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바로가기] 월급의 역사(웹브라우저 주소창에 아래 주소를 붙여넣기 해도 됩니다)http://news.khan.co.kr/kh_storytelling/2018/mywage